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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Jul 02. 2022

컬러드빈

플랫화이트의 정점.

오늘 소개할 곳은 한적함과 여유,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희동 골목길의 카페이다.


개인적으로 이 카페에는 꽤 많은 수식어가 붙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레고로 만든 주택>, <황금빛 오후>, <팔레트 속 블랜딩> 등이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매끄럽고 간결한 메뉴판을 시작으로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통유리창을 투과하는 따스한 햇빛은 <컬러드 빈> 내부를 황금빛으로 물들여 포근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컬러드 빈>


연희동 안쪽 골목에 위치한 <컬러드 빈>은 ‘바우 하우스’의 미니멀한 인테리어로 꾸며졌지만, 주변 주택에 비해 웅장한 느낌이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처음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햇빛이 잘 드는 점심 1시에서 2시 사이 매장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주택 문 앞에서 카메라 노출을 낮춰서 사진을 찍으면 꽤 괜찮은 ‘방문 인증숏’을 남길 수 있다. 카페 규모는 총 2층으로 1층에는 손님을 맞아하는 바와 로스팅 시설이, 2층에는 외투를 보관할 수 있는 조그만 행거와 총 6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테이블, 의자, 화장실이 있다.


<팔레트 위의 원두>


필자가 <컬러드 빈>을 방문하는 목적은 아름다운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도 한 몫하지만 단연 시즌마다 출시되는 ‘시즌 블렌딩’ 때문이다.

보통 ‘블렌딩’이라고 하면 값싼 생두를 섞어 단조로운 향과 고소하고 묵직한 느낌을 내는 아메리카 노용 원두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아마 그들이 <컬러드 빈> ‘시즌 블렌딩’을 경험한다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를 시키는 필자조차도 컬러드빈의 인상적인 ‘시즌 블렌딩’ 매력에 빠져 이곳에서만큼은 ‘시즌 블렌딩’과 궁합이 좋은 메뉴인 ‘플랫 화이트’를 주문한다.


<컬러드 빈>의 ‘시즌 블렌딩’은 블랙 메뉴(아메리카노)보다 화이트 메뉴(라테, 플랫 화이트 등)에 초점을 맞춘 블렌딩이기 때문에 이곳이 갖춘 ‘슬레이어 스팀 Ep’는 자연스러운 조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해당 머신을 실제로 사용했을 때에도 부드러운 스팀 힘으로 우유의 거품을 잘게 쪼개 준다고 느꼈기에 ‘라마르조꼬 000(머신 이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쫀득한 우유 질감을 만들어준다. 이 밖에도 ‘잼퍼넬’의 큰 바스켓을 이용해 원두를 담는 모습을 보면 우유의 향에 쉽게 묻힐 수 있는 약배전 원두를 조금 더 많이 투여함으로써 원두의 개성을 선명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를 예상할 수 있다(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카페에서 원두 양과 추출 시간을 증감하거나 머신 선택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컬러드빈>과 같이 매장이 추구하는 뚜렷한 컨셉과 음료 퀄리티가 없다면 이들 요소를 따라 했다고 해서 반드시 음료 맛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카페명을 이루는 <coloured>는 ‘color’의 영국식 발음으로 ‘색’을 의미하는데, 시즌마다 새롭게 출시된 생두를 로스팅하여 고유한 색을 입히는 것을 비유한 듯하다. 더욱이 컬러드 빈의 블렌딩은 여느 카페의 블렌딩과 달리 개성적인 향과 맛을 자랑하며, 실제로도 그 캐릭터와 설득력은 대단했다. 할로윈 기념 ‘펌킨 블렌딩’은 토마토와 허브 향으로 잘 알려진 케냐산 생두 2종류와 콜롬비아 생두로 만들어졌는데, 이 블렌딩을 화이트 메뉴로 맛보니 ‘단호박 스프’ 향과 아카시아 꿀 같은 단맛, 조밀하고 부드러운 질감 때문에 가을날의 베이지와 갈색, 노란색이 뇌리에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후 겨울 한정 블렌딩 ‘코튼 캔디’는 에티오피아산 생두 2종으로 만들어져 화려함과 복합적인 베리류의 향미를 뿜어냈고 설탕, 시럽, 솜사탕의 푹신한 질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 ‘코튼 캔디’ 블렌딩에서는 ‘핑크색’과 ‘솜사탕’의 느낌이 또렷이 다가와 평소 산미 있는 커피를 싫어하거나 라떼의 고소함만 찾던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과 재미를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이후 봄맞이 블렌딩인 ‘spring breeze’는 에티오피아산 생두 3종으로 구성되었으며 딸기, 라즈베리, 스트로베리, 레드베리 등의 복합 베리향과 허브, 레몬그라스의 깔끔한 후미, 밀크 초콜릿 느낌이 풍부히 표현되기에 아이스로 즐긴다면 나른한 날씨에 정말 잘 어울릴 듯하다(시즌 한정이기 때문에 조기 소진될 수 있다).


이밖에도 <컬러드 빈>에서는 00월 부터 맥주병에 라떼를 담아 차갑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제품명에는 매장의 기본 블렌딩인 ‘베이지’와 ‘브릭’을 사용했으며, 피크닉이나 한적한 공원에서 들고 가기 안성맞춤인 패키징을 선보인다. 해당 제품을 매장이 아닌 자신만의 편한 공간에서 즐긴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커피 경험을 위해서>


“커피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커피에서 무난하면서도 명확한 노트를 가지고 있는 생두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특이한 노트의 생두를 눈여겨보는 편입니다.”


위에 언급된 <컬러드 빈>의 확고한 커피 철학은 매장의 메뉴판에서도 볼 수 있다. 드립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는 ‘에티오피아’ 계열이 많고, 이에 더해  ‘콜롬비아’ 와 ‘게이샤’ 1~2종을 추가로 제공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같은 ‘에티오피아’ 계열이라도 농장마다 가공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원두들은 모두 다른 색을 지닌다는 것이다.


현재 <컬러드 빈>의 스테디셀러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는 붉은 꽃 향기와 청사과의 단맛 때문인지 자극적인 신맛 없이 부드럽고 깔끔한 뉘앙스와 클린컵을 자랑한다(여기서 클린컵은 좋은 향과 맛의 정도, 명확하다와 다채롭다의 의미이다).


<레고로 만든 주택>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로 <컬러드빈>은 훌륭한 커피만큼이나 오후 한 두시쯤 매장 통유리창에 투과되는 햇빛이 압권이다. 햇빛에 황금빛으로 물드는 2층, 그리고 2층에서 새어 나온 빛이 그림자와 맞물리는 1층의 조화는 이곳을 방문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필자가 소제목에 ‘레고로 만든 집’을 언급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롱홀드 로스터기의 심플한 원기둥 디자인, 생두를 보관하는 브루트 통, 벽에 걸린 메뉴판과 반대편 액자에 걸린 테셀레이션 기법의 그림, 건물 1층을 둘러싼 선명한 색감 대비의 벽돌들, 미니멀 디자인의 의자와 테이블 등이 디자인과 컬러적인 면에서 마치 레고로 조립한 주택 느낌을 물씬 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번 달에는 <컬러드 빈> 바 옆 통유리창을 위로 여닫을 수 있도록 창문 교체를 진행한다. 해당 교체 과정이 끝나면 야외 테이블이 늘어나게 되면서, 코로나에 민감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공간이 될 거라 믿는다.

 

칼럼을 끝내며, <컬러드 빈>은 차분하고 잔잔한 무드의 공간을 선보일 뿐 아니라, 우유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약배전 원두의 설득력을 몸소 전달하는 카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구나 한 번쯤 이곳 커피와 분위기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위치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 8-8, 1층

시간 :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월-목 (오전 9시 - 오후 8시) 토-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인스타그램 공지 : coloured_bean


글 : 한새길, 임다운 사진 : 한새길


*이 글은 원래 5월, 6월에 칼럼에 나와야 할 기사였다. 하지만 점점 늦춰지는 바람에 이렇게나마 브런치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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