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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Sep 19. 2022

커피 향이 좋은 곳을 가야 하는 이유(2)

기다림

<커피 향이 좋은 곳을 가야 하는 이유>


카페에 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공간, 대화, 잔잔한 여유, 커피, 사진 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듯이 '카페'에서 얻고자 하는 바도 다르며, 그 속에는 음악, 디저트, 가구, 서비스, 사람 등 소비하는 행위에 있어서 각자 다른 섬세한 부분이 충족되기를 희망한다. 더 많은 이유와 계기가 있겠지만 크고 작은 커피 값에서 얻을 수 있는 이로움은 생각보다 많으며, 보다 접근성이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다양해졌다.


제목을 커피 향이 좋은 곳으로 설정한 이유는 본인의 본업은 바리스타다. 스페셜티 커피의 매력과 음료를 섬세하게 다루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보이지 않는 수고스러움을 알리기 위해서 나는 '커피'와 '사람'을 선택했다. 좋은 카페의 기준은 범위가 크고 오류를 범하기 쉽지만 선명하고 복합적인 커피 향은 추상적인 분위기나, 취향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기에 '좋은 기준점'으로 두기에 수월하다. 커피 한잔의 탄생 과정에 대해 쓰면 좋겠지만 복잡하고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의 경험이자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을 바탕으로 '바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을 쓰려고 노력하는 바이다.


바리스타들이 당연하게 아는 저울, 그라인더에 적혀있는 18.3g, 36g, 24-26초의 등 숫자의 의미, 커피가 늦게 나오는 이유, 바스켓 사이즈, 그라인더 종류, 동선, 가공방식, 어느 유튜버가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각국의 나라와 농장 이름은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서 일해본 바리스타나, 커피를 전문적인 취미 생활로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쉬운 부분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참으로 이해하기도,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는 서로 다른 '중요한 지점'이라 짐작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비유를 해보자면, 의사 선생님의 진단서에 적힌 싸인과 같다. 그들에게는 여태 해왔던 필요한 편리성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좀처럼 알아볼 수 없는 의미로서 말이다. 


<표현의 색다름, 재현성>


물 온도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주전자로 시작하여, 드리퍼 재질과 크기, 사용되는 원두량, 물과 비율, 분쇄 입도, 여과지 재질, 물을 붓는 높이, 나누어 붓는 횟수, 추출이 끝난 시간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에는 큰 차이점을 지닌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 같이 예민한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의 원두가 달라서 적게 혹은 크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으니, 커피는 복잡하면서도 가끔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 모든 일이 그렇듯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지식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커피를 다루는 일은 단순한 전문성이 아니라 섬세하고 꽤 복잡한 일임을 알게 된다. 향이 좋은 커피를 다루는 대부분 매장은 추출하는 과정과 일하는 모습이 쉬워 보이나, 쉽게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수 없이 많은 실패와 과정을 지닌다. 커피 하나에도 할 일은 너무나도 많지만 소비자들의 요구에 합당한 색다른 음료나, 베이커리까지 만드는 등 커피 외의 노동을 하는 경우도 많기에 육체적으로 꽤 피곤한 일이다. 요즈음에는 바리스타와 파티시에, 마케팅 등 세분화된 직책을 세분화시킨 매장도 많이 볼 수 있지만 필자가 쓴 글 중 <요즘 카페는 너무나도 작다>를 참고하면, 커피에 대한 본질과 표현력의 다름을 전달하고자 하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알면서도 제공할 수 없는 이유는 자본력과 재현성에 있다. 커피뿐만 아니라 베이커리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청과 시럽은 '농장'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이기에 굳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변수는 충분하다.


<맛집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


외식업계에서 일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단일 메뉴를 고집하는 등 메뉴의 간소화와 간판이 없는 허름하게 생긴 외관, 평수가 작은 공간이 웬만하면 '맛집'이라는 걸 알았을 거다. 그들이 매일 관심을 가지고 하는 일이니 타 매장의 외관과 메뉴판을 보는 순간 어느 정도 계산이 끝났을 거란 이야기다. 카페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지 않은 매장도 있다고 얘기하는 순간 우리나라엔 정상적인 매장은 없을 거라고 본다.)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 네비 등 리뷰나, 글을 보면 '음식 맛집'은 잘 알지만 "커피나 음료 맛집'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은 아는데 커피의 향이나 맛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 지점이 참 신기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카페마다 음료의 맛있고 없고의 차이점에 놀랄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예민하고 고집이 센 바리스타가 커피를 다루는 만큼 다른 음료를 제조하고 개발하기에 커피 향이나, 맛이 좋은 카페는 대부분의 음료가 훌륭할 뿐이다.


~이래서 나는 커피 향이 좋은 곳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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