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웬만한 고통에는 내성이 생겼을 정도로 고통을 잘 참아낸다. 그게 신체적 고통이든 심적 고통이든 말이다.
그런데 여지껏 적응하지 못한 고통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병적인 무기력.
무기력이 찾아올 때면 무슨 수를 쓸 새도 없이 나는 쓰러지고, 그대로 몸을 웅크려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곤 한다.
그 시간은 정말 죽도록 고통스럽고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다.
일종의 고문인지, 정신은 붙어 있는 상태로 무기력을 견뎌내야 한다. 그럴 때면 다음을 기약하는 게 너무도 괴롭고 고통스러워진다.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내고, 또 아파야 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진다.
요즘 들어 무기력이 더 심해지고, 잦아진 것 같다. 잠을 정말 많이 잔다. 자고 싶어서 자는 게 아니라,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다. 교통사고를 당하자마자 17시간씩 자곤 했으니. 그게 여지껏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는 거다.
그렇게 침대 위에 몸을 옹송그리고 있을 때면 비참해지곤 한다. 힘겹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무기력이 찾아오면 정말 말 그대로 괴롭다. 매분매초 정신과 몸이 함께 너덜거리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숨 붙어 살고 있는 나는 뭘까. 대단하다고 해줘야 할까. 이젠 지쳐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듯하다. 다 모르겠다는 말만 나온다. 이 말 진짜 싫어했는데.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다 모르겠다. 생각이 끝까지 안 닿는다.
고통 속에서 멍을 때리다 보면 지나가는 하루들. 그 속에서 어찌어찌 매분매초를 흘려보내는 나.
모르겠다. 모르겠다 그냥 다. 몰라서 다 때려치고 싶다.. 못해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