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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강이


BGM - To.X by 태연



왠지 바쁜데 또 마냥 바쁜 것 같진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 보통은 지루함과 권태감으로 가득차 있던 나였기에, 바쁘다는 감각 자체는 굉장히 생경했다. 그런 나날들을 헤엄치며 나는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먼저, 항상 달고 다니던 핸드폰을 멀리하게 됐다.

대개 일어나자마자 알림창을 확인하고, 씻으러 들어가면서도 뭐가 와 있진 않을까 또 확인하고,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괜히 유X브에 들락거리고, 또 아무 의미 없이 핸드폰 화면을 껐다 켜길 반복하던 나였다.

그런데 바빠지고 나니, 알림창으로 깜빡거리는 핸드폰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나에겐 일종의 의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건, 알림창에 무언가 뜨면 최대한 빨리 회신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공무원도 아니고, 일이 바쁜 회사원은 더더욱 아닌 내게 빠른 회신은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알림으로 깜빡이는 핸드폰 창을 볼 때마다 또 다른 권태감을 맛봤던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와 새 알림이다 알림! 누굴까! 너무 궁금해! 궁금해서 미쳐 버리겠어! 하던 내가, 그냥 이런 상태가 됐던 것이다.

저입니다

또 누구실까... 아 폰을 그냥 꺼 버릴까.. 기력없어.. 핸드폰 들 힘도 없다 그냥 가라...



그리고 비현실감이 조금 더 심해진 것 같았다. 하루에 몇 번이고, 나 오늘 어떻게 살았지? 나 왜 이러고 있지? 나 누구? 여긴 어디? 뭐야? 뭐야? (뭐야 놀이라도 해줘야 될 지경이었다.)

심지어 알바 관련 연락도 회피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개레전드 민폐.. 아니 그래도 바로바로 답장은 했어요 뇌를 빼고 했다는 게 문제지

그렇게 하루에 몇 번이고 내가 누구고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 건지 확인시켜 줘야 했다.


밑천 없이 막무가내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시작된 브런치에서의 여정이 꽤 잘 풀리고 있다는 것 또한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쓴 글로 인기를 얻는 것, 떼돈을 버는 것이 내겐 막연한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대로 대박이 난 브런치가 망해가는 것 같다 .... 포스팅은 내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글로 내게 유입되는 구독자도 생기기 시작하다 보니, 내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 또한 떨쳐낼 수는 없었다. 심지어는 해당 글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인간까지 댓글을 달면서 고민은 점점 나를 옥죄여 왔다.

왜 절 글로 돈 벌면 안 된다고 난동피우는 공산주의 독재자처럼 만드시는 것이죠 게다가 전 마르크스도 레닌도 아니란 말이에요ㅠ


안 그래도 그간 내 글이 너무 거칠고 날것 그대로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문체를 바꿀까? 하며 간간이 고민도 해 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니오. 였다. 그냥 나대로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게다가 기존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는 독자 분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건 된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꺄 여러분 ㄱㅅ합니다)


마지막으로, 몸이 더욱 약해진 탓에 누워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심지어 요즘에는 깨어 있는 시간이 일종의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먹는 것마저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러니까 먹고 싶은 거 있어? 하고 물으면, 아이스티나 초코 프라페 정도의 답만 나오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알바를 하고 온 날이면 하루종일 거의 먹은 게 없기 때문에 뭐라도 욱여넣어야 하는데, 먹는 게 일종의 노동이 되면서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하루의 끝에 밥 같지도 않은 것들을 쑤셔넣으면서 잠드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분명 밤 11시에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눈을 떠 보니 해가 떠 있음) 그래서 어제는 자더라도 이건 다 욱여넣고 자야 해라는 일념 하나로 몸을 일으켜 싱크대 옆에 서서 로제 떡볶이를 다 쑤셔넣었다. (물론 그마저도 음료수와 함께 겨우겨우 삼켜낸 것이지만...)

입맛이 없는 건 아닌데, 음식을 차리고 목구멍으로 넘기고 소화까지 시켜야 되는 일련의 과정이 이젠 무리로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튼... 어제까지 알바를 하며 정신없는 나날들을 꾸역꾸역 살아냈다.

여기서 내가 알바를 했다는 건, 새로운 폐기 음식 리뷰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두절미하고 시작.


먼저 열무 김치말이 국수 도시락입니다

제가 먹은 건 아니고, 제 혈육 주려고 가져왔습니다

평가를 부탁했는데요

그렇다네요

얘가 원래도 많이 먹긴 하는데, 또 맛있는 것만 드십니다 믿고 드셔도 될 것 같아요


⭐️⭐️⭐️⭐️

한 줄 평

굿



그리고요 어제 알바 가기 전에 집 나간 며느리도 바로 돌아온다는 그 폐기로 한상차림(어떻게 이런 단어가 존재)을 준비해 봤어요

하나씩 찔끔찔끔 리뷰하는 것도 좀 감질맛 나고 그렇잖아요 (그렇다고 해주세요)

우떤가요


상차림 메뉴입니다

먼저,

이 친구.

왼쪽 저 구석탱이에 있는 친구가 바로 이 친구입니다

와 이건 진짜

진짜 맛있어요

요즘 제가 음료수 먹는 것마저 좀 지쳐서 먹다 버리는 음료들이 꽤 되거든요? 근데 이건 있잖아요 진짜 달라요

따옴 특유의 시트러스 주스 맛이 있거든요? 겁나 상큼하고 싱싱하고 근데 또 시지 않고 적당히 단 맛이요. 그 때문에 이게 폐기로 나오길 그렇게도 기다렸답니다 .....

그렇게 손님들의 불매 덕에 저는 현재 총 5개의 따옴 주스를 보관 중에 있네요 하하 모두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따옴 주스를 모두 저에게 주세요

특히 청귤 주스!! 강추 드려요 진짜 맛있음. 그냥 오렌지 주스보다 훨 맛있고 상큼해요. 여러분 꼭꼭 드셔 보셔요.


⭐️⭐️⭐️⭐️⭐️ 최초로 별이 5개~!

한 줄 평

시트러스의 권위자




그리고요 또 접시에 담긴 저 지우개 같은 것은요


이 친구입니다.

양심상 단백질은 좀 욱여넣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돌려 먹어 봤는데요,

그냥 뭐 맛있는 닭가슴살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짜요..... 짜요짜요 다이어트 중인 분들은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드라고요

그 맛 자체는 괜찮았는데, 전 역시 닭다리살이 제일 좋습니다...


⭐️⭐️⭐️

한 줄 평

숯불구이 냄새 나는 맛있는 지우개




마 마 마지막으로!


저 중간에 있는 친구가 바로 요것입니다

그냥 그... 파X바X트에서 파는 호두 타르트 쪼그만 거 있잖아요? 거기에 다크 초코 베이스를 얹은 느낌입니다. 달지 않아요. 그냥 호두 특유의 씁쓸한 맛과 달지 않은 초콜릿이 합쳐져 무난히 먹을 수 있었던 디저트였네요. 근데 제 돈 주고 사 먹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파바에서 호두 타르트를 사 드세요.

그냥 보관도 편하고, 심심풀이 간식 정도로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

한 줄 평

파바에 가세요..





네 이렇게 저의 폐기 리뷰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따옴 청귤 주스! 꼭 드셔 보시길 바라요 (광고 아님 광고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제 알바 기록입니다


제 노란장판 모리걸 출근룩. 어떤가요?

예쁘다고 하세요.



지금까지 이런 거미는 없었다

이것은 거미인가 대게인가





짜자잔.

여러분이 슥슥 꺼내먹는 것들이 모두 이곳으로부터 채워진다는 걸 아시나요? 죽을 맛이에요 술 좀 그만들 드세요 차라리 담배를 피우세요


이곳에서의 규칙은 나름 엄격합니다.

일단 음료 위치를 꽤 외워둬야 합니다.

무조건 해당 코너에, 해당 층 선반에 음료를 배치할 것.

박스째로 선반에 두지 않을 것.

한 줄에 음료 한 종류씩만 통일해서 줄세워 둘 것.

입고된 새 음료가 있을 시엔, 먼저 선반에서 해당 음료를 찾아 진열해둘 것.

겁나 까다롭죠 (너덜너덜)



그리고 어제 딱 제가 퇴근하려는데, 맥주 행사 정보를 알고 찾아오신 손님이 있었어요.

근.데.

세일 행사 QR이 없는 거예요. (공포)


순간 혀 깨물고 죽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타이밍 좋게 야간 분께서 출근을 하셨고.... 계산은 밀리고.... 점장님께서도 행사에 대해 잘 모르셔서 저희는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신 없는 신 다 찾아 빌었습니다. 이 손님이 맥주를 포기하고 나갔으면 좋겠다고요.

어찌저찌 해결하고 손님을 보내니, 8월 행사라고 홍보 책자에 써져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나



안 그래도 물량도 많고 손님도 개많고 정신없던 날이었어서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퇴근 길에 점장님께서 보내신 톡을 보고 웃으며 주저앉을 수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요즘 꽂혀 있는 노란장판의 진수, 상처 가득한 청춘의 얼굴입니다.

(TXT 범규 군)

어떤가요? 아름답지 않나요? 아파서 청춘인 게 아니라, 청춘이라 아픈 그 앳된 얼굴이요.

아름답다고 하세요.




제 얼레벌레 알바 이야기.. 재미있지 않나요 (재미있다고 하세요)

그럼 저는 더울 때 음료 냉장고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달콤한 휴식을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셔요.


우당탕탕 알바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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