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덜어내. 남들과 좀 나눠."
물건이 넘치게 담긴 배낭을 닫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를 보고 한 순례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를 놀리려는 뜻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나빴다. 내 배낭 안에 든 것들을 욕심이라고 부른 것이 기분이 나쁜 건지, 나누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기분 나쁜 건지는 몰랐다. 배낭 안 물건들을 괜히 더 세게 눌러 담고 길에 나섰다.
걸으면서도 계속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말에 반응한 이유는 잘 몰랐다. 하루종일 배낭 안 물건들을 스캔하며 걸었다. 그 무게 때문에 매 발걸음이 힘들지만 내가 지고 가기로 결정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이었다. 역시 덜어내야 하나. 덜어낸다면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산티아고까지 이제 45킬로미터 남짓 남았다. 지난 한 달 그곳을 향해 걸어왔다. 어떠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다들 그곳으로 걷는다기에 시작한 길이다. 그럼에도 그곳에 도착하면 특별한 것을 경험하지 않을까 기대한 적도 있다. 도착했을 때를 상상하면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하루빨리 도착하길 더 간절히 원할수록, 기쁨보다는 한 가지 질문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나는 왜 산티아고를 향해 걷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