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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Jan 08. 2021

" 자기야 내 눈 좀 봐봐."

-  마음  쓰다듬기 







나와 신랑은  대한민국의 8년 차  평범한 부부다.

여느 집과 비슷하게 투닥거리기도 하고, 화해하고 웃고 떠들기도 한다. 특별나게 애정표현을 잘하지도, 그렇다고 서늘하리만치 무뚝뚝하지도 않은 딱 평범한 부부라는 묶음 영역의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생기고 난 후 조금  표현에 무뚝뚝해진 듯한데( 아이들에게 애정을 조금 더 쏟느라 우리끼리의 표현 비중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연애시절 불같은(?) 표현을 하던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나만 그런 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막 들기도 한다만....;;)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부부의 애정 표현은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나름의 애교 아닌 애교가 있다.


" 자기야, 내 눈 좀 봐봐."


"왜.??"


" 봐봐, 눈 좀 맞춰봐! "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이 사람 눈에 뭐가 들어갔나? 하고 눈을 맞추다. 별게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 왜?' 하는 표정을 지으면 그때 나는 씩 - 웃는다.  용건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신랑은 그제야 씩- 웃어 준다.


" 그냥. 우리 눈 마주친 지 며칠 된 거 같아서."


" 뭐야...."


라고 반응을 보이지만, 아주 잠시 눈동자를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큰 포옹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신랑이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또는 그냥 평상시와 같이 집에 들어왔는데 왜인지 모를 정적이 흐르는 날이 있다. 신랑이 아니면 내가 유독 고된 하루를 보냈다거나 그저 바쁜 일상이 수일 쌓여 피곤에 쪄들어 멍하니 할 일만 하느라 생기 없는 정적이 흐르는 때, 나는 나름 신랑의 마음을 쓰다듬는 행위로 신랑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눈을 마주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씩- 웃어 보이는 순간 건조한 정적은 깨진다' 

정적이 깨지는 순간 언제 쌓인지도 모를 피로가 녹고, 장난을 칠 수 있을 만한 분위기로 바뀐다.

눈동자를 마주치고 웃는 순간은 안정감을 주는 것 같기도 한데 이를테면 ' 난 아직 네가 좋아 그래서 네가 웃으면 나도 웃음이나' 라던가 ' 부부지만 눈을 이렇게 마주치면 조금. 어색하고 부끄러워'라는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마주치는 일은 서로를 어루만지는 일이다. 서로의 마음을 안아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 당신이 나의 감정상태에 신경을 쓰고 있구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부부 사이에도 배려라는 따뜻함이 은은하게 번진다. 활활 타오르다  숯불이 되어 은은하게 불을 머금고 있는 따뜻함이 부부 사이라는 말을  주부 8년 차가 되어보니 '아 , 이런 거 구나' 하고 알게 됐다.  꽁냥꽁냥이라는 귀여움이 주는 느낌과는 다른 사이좋음이다. (뭐.. 딱히 사이가 안 좋은 날도 부부라는 공동체는 따뜻함을 준다...)  

사이좋은 부부의 정서적 안정감은  당사자간의 일상생활에서도 삶의 질을 높인다. 따라서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더불어 아이들에게 까지 영향은 확장된다.

얼마 전 본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에 어린 친구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을 본 순간 자신의 삶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의 울타리 안에 사는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부부싸움은 자신의 울타리가 깨질 수도 있다는 위협을 받을 만한 사건인 게 분명하다. 때문에 부부 사이의 애정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유지를 위한 중요 사항이다.


오늘도 나는 신랑과 눈을 맞추고 씩- 웃는다. 


" 왜에 - " 


하는 반응이지만 웃지 않은 적은 없었다. 정말 심각하게 감정이 상해 말을 안 했던 순간에도  눈을 마주치면  활짝 웃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대화가 단절된  쌩한 기운은 누그러뜨렸다. 이후에 술을 한잔 하든지 ,  울면서 서로 푸는 시간이 이어지곤 했다.  

이  눈을 마주치는 일이 우리 부부에게만 통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가정이던지 부부 사이만 통 용퇴는 애교나 시그널이 있을 것이다. 한데 눈동자 맞추는 일만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든 통하는 그 사람이 속 (마음)을 보는 일이다.  때문에 조심스러운 행동이 되기도 했고 ,  가까운 사이더라도 자주 하기에는 쑥스러운 일이 되었다. 

내가 늘 마음에 담고 사는 신조가 있는데 ' 쉽게 생각하면 쉽고 ,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다. 쉽게 갈 놈은 쉽게 가고 어렵게 생각하는 놈은 어렵게 어렵게 가더라'  아직 인생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이 신조는 나의 대학 입시 때에 크게 느끼는 바였다.  어렵게 생각하면 쉬운 길도 꼬는 방법만 보였으니까 말이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너무 어려워하지 마요! 그냥  얼굴을 딱 잡고  그냥  보면 됩니다.! "


눈만 보면 딱 압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 글을 쓰고 앉아 있는 순간이지만 정말 눈을 보는 일은 부부 사이 말고도 중요한 행위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보는 창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  사람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눈을 마주치자 그러면 그 사람이 보일 것이다.

나처럼 애교가 없는 엄마들이라면 ,  혹은 스킨십이라면 닭살이 정수리부터 등줄기까지 돋아나는 사람이면  눈 마주치기 정도는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내 사람의 눈동자를 보는 2초가 , 내가 그 사람과 살고 있는 수 만 가지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부부  #눈 맞추기  #위로  #내편  #남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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