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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별곡 Oct 25. 2024

찰밥과 미역국

눈물로 마음을 깨끗이 씻고 싶다

4일째 울고 있다. 마음속 끈이 끊어져서 너덜거린다.


수요일 오후. 그날은 아이의 음력생일이었다. 중학생이 되더니 돈만 달라며, 생일파티도 친구들과 벌써 했다. 시험 기간이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그래도 찰밥과 미역국은 끓여줘야지. 널 낳느라 가장 애쓴 건 나이지만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지내려면 이건 먹어야지.' 그런 마음으로 마트에서 장을 봤다. 10분 뒤면 공부방 시작이라 냉장고에 부랴부랴 음식을 넣는데 전화가 울렸다.


아버님이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받지 말까? 수업 끝나고 다시 할까? 망설이다 '오늘 00생일이쟤?니가 키우느라 고생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기대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아버님~." 목소리톤이 자동으로  밝고 상냥하게 바뀐다.

"니는 무슨 일 있나? 와 전화를 안 하노? 남한 사람이 전화를 기다려야 하나? 추석 때 이후로 한 달 동안 전화를 한 통도 안 하네? 내가 하나 안 하나 딱 벼르고 있었다."

또 그놈의 연락문제다. 신혼 때부터 시작된 반복되는 악순환...


"아.. 벌써 한 달이나 지났어요? 제가 요즘 마음이 힘들어요 아버님. 00도 사춘기라 계속 부딪히고. 게다가 시험기간이라 더 정신이 없네요."

"애 마음을 엄마가 잡아야지. 네가 그렇게 말하면 우짜노? 00, 공부는 잘하고 있지?"

"그것도 모르겠어요. 시험 쳐서 결과 나와봐야 알 것 같아요."

"잘~한다. 애 공부도 니가 잡고 시켜야지. 그리고 오늘 00 생일인데 찰밥이랑 미역국 끓여줬나?"

"네.. 학원에서 10시 다되면 와서 그때 먹을 것 같아요."

"알았다. 우리는 못 갈 것 같으니 00 계좌번호 보내라."

"네.."


전화가 끊겼다. 곧 수업 시작인데 억울함과 서글픔이 합쳐져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얼른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해서 붉어진 눈두덩을 가라앉히고 눈물자국을 지우기 위해 화장을 했다.


그때였다. 남편이 다른 일로 카톡을 보냈다. 순간 참을 수 없어서 연락문제로 또 혼났다며, 오늘 같은 날 꼭 그러셔야 하냐고 문자를 보냈다. 남편의 어이없는 답장으로 마음속 희미한 끈은 툭 끊어졌다.

'니가 좀 잘하지 ㅋㅋㅋ'


기가 막혀서 아무 응답도 하기 싫었다. 반복되는 이 문제로 우는 내가 지긋지긋했는지, 자기는 언제나 혼이 안 나니 가볍게 생각이 된 건 지, 그것도 아니면 같은 핏줄이라서 내편을 안 드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


그날 이후로 4일째 서로 말을 안 하는 중이다.

시댁에 전화해서 따지라는 것도 아니다.

그래 네가 많이 속상했겠네 이런 위로는커녕

근데? 그래서? 내가 그런거 아니잖아?라는 식의 태도가

내 울음을 증폭시킨다.


또 한 번 실감한다.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충청도에서 시집와 친구도 가족도 위로해 줄 사람이 곁에 없었엄마에게 전화해 꺼이꺼이 울고 싶지만 참아내느라 힘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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