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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별곡 Nov 01. 2024

12월이 오고 있다

씁쓸함과 허영심이 공존하는 밤

어디선가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음정과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는 변성기 사내아이의 걸걸한 소리다.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는 중년의 여성 목소리도 들린다.


겨울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주말에 할 일이 없으면 살 것도 딱히 없는데 마트에 간다. 입구 쪽 진열대에는 내 키를 훌쩍 넘는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벌써 진열되어 있다.


'올해도 끝이구나.' 씁쓸하면서도 설레는 양가감정에 혼란스럽다. 


절에서 주는 달력에 적혀있는 행사마다 열심히 다니던 할머니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했다. 친구 집에서 봤던 주먹만 한 빨간색  루돌프 코를 닮은 오너먼트가 부러웠던 나는 보다 훨씬 예쁘게 트리를 꾸며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질색팔색하며 싸늘한 눈빛의 할머니로 인해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나 홀로 집에'나 '34번가의 기적' 같은 영화들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결혼을 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우리 집을 가진 후부터는 11월이 되면 트리를 꺼내서 먼지를 털어낸다. 작년에 산 장식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인스타 피드에 뜨는 화려한 조명들, 눈꽃 모양의 은빛 오너먼트, 빨간색 벨벳 리본 모양 장식품들이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참지 못하고 구매 버튼을 누른다. 극 T의 남편도 사춘기 아들도 관심이 없고 심드렁한 표정인데 혼자만 그날을 기다리며 들떠있다.


크리스마스를 지나 설날이 올 때까지 깜깜한 어둠 속 반짝거리는 트리를 홀로 바라본다. 

무언가를 이룬 것 없이 한 살을 더 먹었다는 서글픔과 사진을 찍어서 SNS에 자랑하고 싶은 허영심이 뒤섞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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