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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별곡 Oct 18. 2024

보이후드

-순간이 날 붙잡아 기억과 추억을 만든다-

발신인이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다.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 손이 떨린다.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잘못했나? 뉴스에 나오는 딥페이크나 학폭인가? 생각은 꼬리를 문다.


문자함을 열어보니 쓸데없는 걱정이다. 핑크색 바탕에 장미꽃이 그려진 편지지 위에 단정한 문장들이 쓰여 있다.


단체로 보낸 메시지이지만 글을 읽고 눈물이 설탕 시럽처럼 흘러내린다. 다음 주면 드디어 중학교 첫 시험, 2학기 중간고사다. 대입도 아닌데 한 달 동안 아이를 들들 볶았다. 그럴수록 아이의 거부감은 심해졌다.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잔소리와 간섭을 멈추지 못했다.


선생님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읽으며 독서모임에서 함께 본 영화 '보이후드'가 떠오른다. 12년간 여름 캠프처럼 스텝과 배우들이 모여서 촬영한 영상을 보며 나의 유년기와 아이의 성장과정이 오버랩됐다.


요즘은 영화도 같이 보려고 안 하지만 아이에게 이 영화를 알려주고 싶다. 한 시간 동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글이 점점 구구절절 자기변명으로 바뀌어서 서둘러 발신버튼을 누른다.


-사랑하는 내 보물 00에게-
00야, 엄마는 오늘 (보이후드)라는 영화를 봤다. 거기 나오는 주인공 소년의 6세~18세까지 성장 과정을 보며 너의 모습이 오버랩됐단다.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학교 첫 시험을 앞두고 있다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너를 엄마는 알면서도 너그럽게 품지 못했다.


네 인생에서 하나의 점을 찍는 것이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렴. 언제나 고맙고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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