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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별곡 Oct 10. 2024

일 년에 열두 번

생선 비린내

제삿날이면 생선이 익어 가는 소리와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집 안을 메웠다.

일 년에 열두 번쯤 제사를 지냈다. 한 달에 한 번, 많은 경우는 두 번 이상 지냈다.

같이 사셨던 할머니는 제사를 지낸 다음 날이면 동네의 친구분들을 불러서 고스톱 판을 벌이셨다.


엄마는 몸이 약했다. 비위도 약해서 무엇을 잘 먹지도 않았고 조금이라도 많이 먹은 날에는 어김없이 속에 있는 것들을 게워냈다.

기억 속 그녀는 약을 먹고 누워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사를 준비하느라 몸살이 난 엄마는 묵묵히 남은 제사 음식으로 할머니들의 밥상을 차렸다.

어린 나는 엄마의 속앓이도 모른 채 제삿날을 기다렸다.


그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생선들이 기다려졌다. 책상만 한 크기의 네모난 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들이 익어가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영롱한 빛깔의 도미, 팔뚝만 한 대구, 눈알까지 빨간 빨간 고기를 쳐다보며 '빨리 먹고 싶다'는 마음으로 엄마의 고단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커서는 엄마의 깊은 한숨이 들리기 시작하고 그녀를 돕고 싶었다.

동그랑땡 반죽을 둥글게 뭉치려고 애쓰는 나를 엄마는 물끄러미 쳐다봤다.

"하지 마라. 어차피 결혼하면 하기 싫어도 징글징글하게 하게 되니 지금부터 하지 마라. 가서 공부나 해라."


시댁에서 제사를 준비할 때마다 익어가는 생선들을  보며 엄마의 서글픈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나의 서러움과 합쳐져 주먹만 한 생선대가리들이 뿌옇게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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