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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Apr 18. 2024

(단편소설) 기침하는 여자(完)

기침하는 여자      

 내 앞자리, 그러니까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 동료의 기침소리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그녀의 기침이 시작된 것은 그저께 점심부터였다. 그녀를 포함한 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독 그녀가 큰 소리로 기침을 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점심에 먹은 매운탕 가시가 목에 걸려 기침을 했다고 생각했다. 가볍게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그녀의 기침은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자신의 기침에 괴로웠는지 연신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보다 못한 옆자리 동료직원이 그녀에게 병원을 권유했으나, 그녀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녀에게 병원을 권유한 직원도 더 이상 그녀에게 물어봐야 결국 거절만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덕분에 조용했던 회사는 그녀의 기침소리로 가득 찼다. 그녀가 어떠한 이유로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행동이 민폐인 것만큼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나는 결국 그녀에게 나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근처 약국에 가서 그녀에게 줄 기침이 멎는 약과 비타민 음료를 구매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약국에서 사온 약과 음료를 건내며, 이야기했다.      

 “미진씨,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내가 약을 건내 자, 그녀는 주저하며 약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하자는 말에는 크게 동요하듯이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 입장에서는 두 계단이나 차이나는 직장 상사가 자신에게 약도 사주고, 이야기까지 하자니 자신의 기침 때문에 혼이나 나지 않을까 퍽이나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녀를 채근하지 않고, 한 시간 뒤에 회사 아래 카페에서 보자고 통보한 뒤 내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어린 여직원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은 채로 병원에 가라는 이야기를 잘 풀어갈지 고민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이 되고, 나와 여직원은 자리에서 나와 앞서 이야기한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앉아 나는 커피를 그녀에게는 유자차를 주문해주고선 내가 먼저 입을 떼려고 했는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과장님”

 “네, 이야기 하세요”

 “줄 곳, 이런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주변 직원들 한테도 상담하고 그랬어요.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그게 뭔 소리죠?”     


  나는 지금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말도 못하고 앉아 있자 그녀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과장님이 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 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과장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싫어해요”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가 왜 미진씨를 좋아해요?”

 “계속 저를 그윽하게 쳐다보셨잖아요. 그리고 오늘은 기침하는 절 위해서 약까지 사다 주시고, 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워요. 과장님 저랑 몇 살 차이인지는 아세요? 솔직히 회사만 아니었음...”     


 그녀는 갑자기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빨리 이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녀의 말을 빠르게 낚아챘다.     


 “미진씨,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저는 미진씨를 좋아하지 않구요.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미진씨가 계속 기침하는 주제에 병원에도 안가고, 조용한 회사에 누를 끼치고 있으니까 병원 좀 가라고 이야기하려고 한거죠. 약을 준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그리고 저는 평소에 미진씨를 그윽하게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오해라구요”

 “과장님 거짓말 그만 하세요”     


 그녀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우리 쪽 테이블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오해가 불러온 촌극이었다. 도저히 상황을 수습할 용기가 나지 않아 계속 당황만 하고 있는데, 그녀가 나를 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과장님, 제발 제게 신경 끄시면 안될까요? 네? 과장님이 저랑 만난다고 회사에도 소문 다 내 놓으셨죠?”

 “미진씨, 그게 무슨 소리에요 도대체, 저는 그런 소문을 낸 적이 없구요. 그리고 미진씨 안 좋아한다구요!”     

 도돌이표 같은 대화를 끝낼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까와 달리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      


 “피차 바쁜데, 쓸떼없는 소리 그만하시구요. 오늘 조퇴하시고, 병원가서 기침 처방 받으세요. 그리고 내일 처방전 핸드폰으로 찍어서 제출하시구요. 아프신데 병원 안 가는 것도 다른 동료들한테 방해가 됩니다.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으니까 알아서 처신 잘 하세요. 마지막으로 근거 없이 아무말이나 하지마세요.”     


 그녀는 내 호통에 벙찐 듯 나를 쳐다만 볼 뿐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제쳐두고, 사무실로 복귀했고, 그녀도 도망치듯이 회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어린 여직원을 건드리는 파렴치한으로 회사의 모든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있었다. 어제 카페에 있었던 나와 그녀를 알았던 직원이 말하고 다녔음이 분명했다. 앞으로는 여직원이 기침을 하던 피를 토해 쓰러지던 절대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가슴에 세기고선 직장 동료들 하나하나 찾아서 나는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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