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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May 16. 2024

(단편소설)세입자 구합니다(完/공포)

 “와, 여기가 정말 그 가격에 전세 주는 것 맞아요?”

 “네, 맞아요. 집주인이 돈이 많은 사람이라, 세입자들 부담 덜게 하고 싶다고...”

 “아니 그래도,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심지어 스타일러에 방도 3개나 있는데, 투 룸 정도 값이라는게 영, 이상한데요”

 “아이고, 총각 여기 인터넷에 올리면 줄 설 사람 많아, 내가 총각 생각해서 미리 말한거야”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며칠 전, 사는 곳의 전세가 곧 만기되어 연장을 고민하고 있을 참에 지금 사는 집을 소개시켜 준, 복덕방 김씨가 내게 전화해서는 괜찮은 전세 매물이 나왔는데 볼 거냐고 물었었다. 나는 이사 가기도 귀찮고, 지금 사는 곳도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전세가격이 싸지만, 방도 많고, 신축에 모든 옵션이 다 포함되어있다는 말에 혹해서 집을 보러 간다고 약속을 하고,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사장님, 그런데 왜 이런 좋은 물건을 제게 먼저 소개시켜 주신 건가요?”

 “그거야 총각이 성실해 보이니까 그런거지.... 어때? 여기 계약할래? 여기 집주인이 오늘 계약하고 계약금 5%만 내면, 이사비도 지원해주고, 특별히 4년 살게 해준데”

 “와...”     


 나는 복덕방 김씨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내게도 이렇게 운 좋은 날이 생기는 구나 하는 막연한 기쁨만 감돌았다. 더 이상 고민 없이, 복덕방으로 가서 계약을 진행하고, 계약금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고, 복덕방 김씨가 이번에 계약한 집주인이 나를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네, 사장님 제가 어디로 가면 될까요?”

 - 응, 그냥 집에 있어. 우리가 집으로 갈게

 “네? 저희 집으로 오신다고요? 여기 정리가 안돼서 지저분한데

 - 괜찮아 총각, 그 나이 때 사람들 다 그렇게 살지 뭐

 “네, 그럼 언제 오시나요? 

 - 사실 지금 총각네 집 앞이야. 지금 집에 있지?

 “네, 그렇긴 한데.

 - 추워, 빨리 문열어     


 얼떨결에 복덕방 김씨와 내가 이사 갈 집의 집주인을 지금 사는 집에 들였다. 나는 만화를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집이 난장판이다. 이런 집을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었는데, 복덕방 김씨의 막무가내 같은 행동에 어쩔 수 없이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사 갈 집주인이 내 집 모습을 딱 보자마자 코 끝을 찡그렸다. 아마 집에 깊게 박혀 있는 잉크 냄새와 가끔 집에서 그리는 유화그림의 물감 냄새가 일반인에게는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집주인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런 나를 염려했는지, 머쓱하게 웃고있는 내게 말했다.     

 “미안해요. 내가 냄새에 조금 민감해서”     


그러고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정리되지 않은 원고들, 책들, 세탁물들, 그리고 싱크대에 설거지 되지 않은 식기류들.. 집주인의 눈이 옮겨갈수록 표정은 좋지 못했다. 나는 집주인이 내게 계약금을 돌려줄테니 계약을 해지하자고 할까봐 잔뜩 위축돼 있었다. 집주인이 한참을 둘러보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이야기했다.     

 “바쁘게 사나봐요. 그리고 여자친구는 없나보네”

 “네, 제가 늘 마감에 쫒기는 작가라 바쁘게 살고,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 뿐만아니라 친구도 잘 못 사겼어요”     

 나는 다시 어색하게 웃었다.      

 “아이고, 한창일 때, 일을 너무 열심히 한다. 그래도 성실하니까 보기좋네요”   

  

 집주인은 뒷주머니에서 장지갑을 꺼내, 5만 원을 내게 주며,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 말했다. 나는 또 얼떨결에 받았다. 그리고 이사날짜와 비용 등을 물어보고는 이삿날 보자며 웃으며 나갔다. 그 때 아직 내 집안에 있던 복덕방 김씨는 나를 쿡 찌르며 이야기했다.     

 “총각 열심히 살아서 운이 텄나봐. 세상에 저런 집주인을 어떻게 만나. 호호호”     

 복덕방 김씨는 내심 내가 부럽다는 말을 연신 뱉으며 집주인을 따라 나갔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이사를 했다.      


--     


 새집으로 이사를 한 지 한 달이 지났을 쯤에 복덕방 김씨와 집주인이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해서 집안은 엉망이 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내 성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그 때 보다는 주눅 들지 않은 채 집주인을 맞이할 수 있었다. 집주인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집 안을 훓어 보고는 ‘여전히 열심히 사네’ 이러면서 돈 5만 원을 다시 내 손에 쥐어주곤 떠났다. 나는 그저 집주인이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집주인이 돌아가고, 다시 작업을 하러 방으로 이동하는 중에 싱크대에 많은 파리가 있음을 보았다. 나는 쌓여있는 그릇들을 보면서, 작업을 뒤로 한 채,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러자 파리들은 일제히 벽에 붙어 나를 피했다.   

   

 설거지를 마친 나는 살충제로 파리들을 모두 죽였고, 살충제의 씁쓸음한 냄새와 잉크냄새에 코끝을 막고는  며칠을 밤을 새워 완성을 목전에 앞둔 유화그림 앞에 앉아, 작품을 마무리했다. 뿌듯하게 작품을 바라보며, 작품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거실 벽에 걸어둘 요량으로 못과 망치로 벽을 뚫는데, 벽 넘어 이상함을 감지했다. 얼마간 뚫다 보니 못이 푹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벽에 박혀있는 못이 사방으로 흔들리다가 어느 구간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이상한 나머지 못을 이리저리 돌리고, 손으로 힘주어 눌러보고 하다가 못을 빼다. 그러자 못 끝에 빨간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못을 뚫은 구멍에서 심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코를 막고, 호기심에 그 옆에 다시 못질을 해서 구멍을 조금 크게 키웠다. 그러자 나는 그 조그만 한 구멍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과 마주쳐야 했다. 벽 넘어의 눈은 백골에 박혀 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리고 구멍이 커지자 그 곳으로 수 많은 벌래 떼가 나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나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날 밤, 집주인과 복덕방 김씨가 도주를 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사건화면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나왔다. 나는 모텔방에서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으며, 뉴스 속 우리집을 바라보고는 헛웃음을 지으며, 내 만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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