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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Jun 13. 2024

(단편소설) 일탈(完)

모두 석식을 먹으러간 시간 태수는 홀로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을 잡고 크게 소리쳤다. 떨어지는 저녁 노을 만이 그를 대변하듯 처절하게 그를 비췄다. 두 차례 더 그가 소리를 내지르자, 그의 등 뒤에서 어설프게 손을 튕기는 라이터 소리가 들렸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입에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 있는 6반 반장, 미진이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담배는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그에게 인사했다. 

   

 “너 이태수지? 우리 학교에서 수학을 가장 잘 하는?, 안녕. 나는...”

 “나는 너 알아, 전교 1등 박미진, 전교 1등이 옥상에서 담배를 피울 줄은 몰랐네..”     

 

태수는 다소 비아냥거리며, 그녀를 쏘아붙였다.

 “아직 안 피웠어”     


 미진은 짧게 대답하곤, 꺄르르 거리며 웃었다. 그리곤, 태수를 똑바로 쳐다보곤 말했다.

 “너 근데 왜 저녁 때 만 되면 옥상에 올라와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태수는 미진의 말에 흠칫 놀랐다.      

 “네가 그 것을 어떻게 알아?”

 “그제도, 어제도 네가 소리 지르는 뒷 모습을 봤거든, 요즘 무슨 일 있니?”


 태수는 머리를 푹 숙이고는 한 숨을 쉬고는 시선을 땅으로 떨궜다. 그런 태수의 모습에 미진을 놓칠세라, 태수의 시선이 미치는 곳으로 이동해 무릅을 굽혀 앉아 아래에서 태수를 올려봤다.      

 “너, 무슨일 있는 거 맞지?”

 “후.......”     

 태수는 다시 한 번 긴 한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 였다.      

 “무슨 고민인데? 나한테 말해봐”

 “그냥, 공부하는 것도 지치고, 성적가지고 매일 혼나는 것도 지겹고, 좋을 날이 없으니까 답답한 거지. 딱히 무슨 고민이 있는 건 아니야”


 미진은 태수의 말을 조용히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태수의 등 뒤로 돌아서서 그를 끌어안았다. 이에 놀란 태수가 미진을 밀쳐내며, 돌아서서 미진을 바라 봤다.     

 “미안, 지금 너한테는 100마디 말 보다 뒤에서 안아주는게 더 좋은 위로가 될 것 같아서, 그랬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아니야,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모르고 너무 세게 밀친 것 같네, 미안해”

 “나는 괜찮아, 그런데 우리 고2이잖아. 누구나 그 정도 고민은 하지 않을까?”     

태수는 미진을 바라보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는 전교 1등이잖아. 나 같이 어중간한 애랑 고민이 같을 순 없을 거야”     

태수가 말하자, 미진은 발끈하며 이야기했다.      

 “무슨 소리야, 너는 그래도 수학을 제일 잘 하잖아. 사람이 단점만 보면 한없이 약해진데, 너는 너만의 강점이 있는거야!”

 “나한테 강점?”

 “그래, 너는 네가 제일 잘하는 게 있는데 뭘 걱정하니?”   

  

 태수는 미진의 말에 피식하고 웃었다. 

 “재밌네, 집에서는 매일 수학밖에 못하는 바보냐며, 혼나기만 했는데”

 “이제 너희 부모님께 이야기해! ‘저는 수학을 제일 잘하는 천재’라고”

 “농담이 아니라 정말 위로가 된다. 너한테 빚을 진 기분이야..”     


 미진은 고맙다고 하는 태수의 볼에 입술을 갖다 대며, 뽀뽀를 했다. 이번에도 태수는 화들 짝 놀랐다.     

 “왜... 또”

 “고마움을 알아주는 사람도 정말 고마운 거야. 나도 최근에 많이 힘들었었거든, 전교 1등이니까 계속 그 성적을 유지하려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거든, 그래서 담배에도 손 댄 거고”

 “담배?”

 “응. 가끔 피면 좋더라:

 “정말 담배를 피우면 나아져?”


 태수는 미진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응, 너도 한 번 피워볼래?”


 미진은 아까 주머니에 넣은 담배를 태수의 입에 쑤셔 넣고서는 불을 붙였다. 태수의 담배연기는 노을에 비쳐 노래진 구름 속으로 넘어 갔다.      


---     

  미진은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축 늘어진 어깨를 바로 잡으며, 집 앞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 넘어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반겼다.      

  - 딸, 지금 왔어? 문 열어줄게     


 미진이 집으로 들어가자, 그녀를 반기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저녁 자리에 앉기도 전에 궁금한 듯이 물었다.     

 “완벽하게 했어?”

 “내가 또 완벽하게 했지!”     

 미진은 엄마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더 궁금해진 미진의 어머니는 딸에게 어서 이야기해보라고 채근했다.     

 “우리학교 수학 전교 1등 이태수한테, 내가 담배도 가르치고, 뒤에서 안아주고, 볼에 뽀뽀까지 했어”


 미진의 어미니는 담배라는 이야기에 잠깐 표정이 굳었다.     

 “엄마, 딸 못 믿어? 나는 당연히 손도 안 댔지. 그저 뒤에서 피는 척만 했어”    

 

 미진의 어머니는 다시 기분이 좋아져 웃으며 말했다.

 “그치?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역시 우리딸이야, 평소에 수학만 전교에서 2등 한다고 그렇게 마음 고생하더니 결국 네가 수학 1등 녀석을 타락시켰구나?”

 “응, 공부도 못하는 세끼가 수학만 잘해서 뭐에 써, 나같이 모든 교과에서 1등인 사람이 수학도 1등을 하는 게 낫지, 그게 학교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그 세끼가 앞으로 살면서 느낄 ‘자기분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야. 내가 그 놈 때문에 얼마나 밤잠을 설쳤었는데”     


미진은 배고픈 나머지 잡채를 크게 퍼서 입어 우겨넣으며, 상기된 채로 말을 이었다.     

 “내가 오늘 좋아하는 척 해줬으니, 당분간은 가지고 놀다가, 차버리면 걔는 담배에 헤롱 거리다가 폐인처럼 마무리 할거 야. 그러면 손쉽게 수학 1등 정도는 무리도 아니라고”     


미진의 어머니는 미진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대견스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이구, 장하다 우리 딸! 얼른 밥먹어, 너 요즘 걔 때문에 석식도 제대로 못 먹었지? 아까, 너 한 테서 성공했다고 문자 받고,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놨잖아. 오늘은 피곤할 테니 얼른 먹고 자!”

 “응, 엄마”     


 두 모녀의 웃음소리는 저녁상의 따듯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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