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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Jul 18. 2024

(단편소설)비 내리는 날 카페에서 있던 일

사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카페 처마 밑에서 갑작스레 내린 비에 이도저도 못하고 연신 시계만 확인했다. 사내는 답답한지 주머니의 담배를 꺼내 물더니, 통유리 넘어 보이는 카페 주인의 눈치를 봤다. 카페 주인은 가게 밖에서 자신의 눈치를 보는 사내가 안쓰러웠는지 물한 잔 들고 나가 사내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오늘 비가 참 많이 오네요. 흡연은 편하게 하세요. 오늘 같은 날은 손님이 없어서 괜찬습니다”


 사내는 카페주인에게 담뱃불을 빌려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크게 내쉬었다. 자욱한 연기가 떨어지는 빗물에 흘러 이내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바쁘신 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 가시는 목적지가 어디세요?”

 “여기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병원입니다”

 “누가 아프신가보죠?”     


 카페주인은 걱정스레 묻고는 측은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사내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이가 태어납니다”


 사내의 대답에 카페 주인은 반색하며 반겼다.   

  

 “정말 잘 됐네요. 이런 좋은 날에 하필 비가 와서, 어떻게요? 그럼 병원에는 지금 아내분 혼자 있는 건가요? 택시라도 불러드릴까요?”


 사내의 표정이 어두워져서는 카페 주인의 말에 대답했다.    

 

 “출산하는 산모는 제 아내가 아닙니다. 제 여동생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래도 가족분이 출산하시니까 기쁘시겠어요”

 “사실 애 아빠가 도망갔습니다. 여동생은 이제 미혼모가 됐어요”     


 사내의 담담한 태도와 다르게 오히려 카페 주인이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아이고, 그러시구나”

 “그런데 괜찮습니다. 여동생이 어디에서 실수를 했던, 뭘 하던, 제 여동생이고, 이제 태어날 조카까지 제가 책임질 생각입니다”

 “오빠가 참 대단하시네요. 여동생은 이런 오빠를 둬서 든든하겠어요”

 “어릴 적에는 참 많이도 싸웠습니다. 서로 원망도 많이 하고, 이렇게 된 이유도 어렸을 때 제가 여동생을 너무 억압해서 그런 게 아닌지 미안할 따름입니다” 

    

 사내는 다 타서 꺼지려는 담배를 바닥에 눌러 끄고는 담배한대를 더 물었다. 카페주인은 그에게 물을 한 잔 더 가져다주었다.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네, 예전에야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여동생을 위해 책임지신다는 게 너무 멋지신 것 같아요. 과거나 현재나 여동생을 아끼셔서 하신 일이잖아요”     


 카페주인은 사내를 향해 방긋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고백했다.    

  

 “사실 저도 미혼모에요. 다섯 살 난 사내아이가 있어요.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저와 사귀던 그 남자도, 아이가 생기자 무서웠는지 그냥 떠나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지우라고 했는데, 생명을 어떻게 지우겠어요? 제게 온 천사인데. 처음에는 눈치도 많이 보고, 혼자 살아가기 막막했는데, 이제는 아이를 봐서라도 열심히 사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제가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아이 때문에 제가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에요”     


 카페주인은 크게 웃었다. 사내는 카페주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대단하신 분은 여기 계셨네요. 저도 사장님처럼 제 가족들 잘 돌보며 살겠습니다”     


 사내의 두 번째 담배가 다 타서 없어질 즘, 비구름은 걷히고, 이내 햇살이 보였다. 갑작스레 햇살은 카페 앞 웅덩이에 다다르며, 주변을 환하게 했다. 기분 좋은 밝음 이었다.     

 

 “어머, 비가 그쳤네요. 얼른 가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사내는 카페주인에게 인사하고는 바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때, 카페주인은 뛰어가는 남자에게 소리쳤다.      

 “저기, 아이 낳고 여동생분이랑 우리 카페에 들려주세요! 따듯한 차라도 대접할게요”


 사내는 뛰다 말고,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네, 감사합니다. 꼭 찾아뵙겠습니다”     


 카페주인은 멀어져 가는 사내를 한 참 쳐다보고는 참 그 사람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햇살에 부신 눈을 비비곤 창에 맺힌 물방울을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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