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동물농장' 귀여운 동물들의 그렇지 않은 이야기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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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자. 통통한 돼지들이 여기저기 움직이고, 말들이 각설탕을 먹으며 흥분하고, 오리들은 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돌아다닌다. 꼭 이솝우화 속에서 나오는 동물들처럼 귀여워 보이지만 '동물농장' 속 동물들은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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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에 조지오웰(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은 책 한 권을 출간한다. 그리고 그 책은 동물들을 통해서 당시 스탈린 체제하의 공산주의의 이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공산주의란, 생산수단(토지, 공장, 기계 등)을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고, 사회(국가 또는 공동체)가 공동으로 소유 및 관리하며, 필요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는 경제, 사회 체제다. 즉,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원칙을 따르며, 시민들의 사유재산은 폐지되고, 계급이 없어지며, 완전한 공동체 사회를 이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책의 저자 조지오웰(해당 글은 필명으로 그를 필명으로 부르겠다)은 사회민주주의자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만인의 평등아래 민주주의가 결합된 사회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사상인데, 그런 그의 사상은 자연스레 공산주의를 받아들인 소련을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그 소련에 큰 실망을 한 뒤에 '동물농장'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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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면 공산주의는 완벽에 가까운 사상이다. 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능력에 맞게 일하고, 결과물을 모두가 공유한다는 것은 모두가 꿈꿀 것이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하나 간과한 사실이 있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동물농장'에도 이 같은 점이 잘 드러난다. 그들의(동물들이지만 의인화해서 지칭하겠다) 처음 시작은 '순수'한 노동운동이었다. 농장주(존스)의 휘하에 있던 동물들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저 가축에 불과했지만, 어느 날, 꿈을 꾸다 계시를 받은 메이저 영감(돼지)이 동물들을 계몽한다. 특히, 똑똑한 돼지들 나폴레옹, 스퀄러, 스노볼이 그의 사상을 정리해서, 무지한 다른 동물들을 일깨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메이저 영감이 죽고, 나폴레옹은 동물들을 이끌고 농장주를 몰아내는 데까지 성공하고, 그들의 해방에 선두에선 나폴레옹이 새로운 지도자로 등극하며 그들의 순수한 노동운동은 찬란한 결말을 맞이한다. 여기까지가 딱, 모두가 원하는 평등에 근거한 만인이 원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무지한 동물들의 지도자가 된 나폴레옹은 그들이 혐오하는 인간을 따라 했고, 9마리의 강아지를 통해 폭력으로 억압했다. 그럼에도 불쌍한 동물들은 그저 자신들을 억압했던 농장주를 물리쳤다는 생각만 간직한 채, 나폴레옹 체제하에 삶이 더 팍팍해졌음에도 오히려 충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물 중 가장 노동계층을 비유적으로 대변(어리숙하지만 일을 열심히 한다)하는 복서(말)가 이를 잘 표현했는데, 복서는 나폴레옹의 지시를 받아 모든 노동과 전투에 최전선에 섰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 따듯하게 잘 수 있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노동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그가 두 발로 걸어도, 음식들을 쟁여놓아도 믿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서의 결말은 그의 꿈과는 괴리가 있었다. 결국, 병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믿었다. 아픈 자신을 위해 뭐라도 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아니, 나폴레옹이 부른 도축업자에 실리기 전까지는 믿었을 것이다. 그는 독재 돼지에 의해 쓰이고, 버려졌다. 심지어 그가 버려지는 순간에도 '병원에 간다'는 온갖 거짓과 선동으로 점철되었다. 그의 죽음은 실상 존중받지 못했다. 똑똑한 돼지가 집권한 '동물농장'에는 더 이상 평등도, 희망도 없었다. 그저 똑똑해서 살찐 돼지와 배가 고픈 상태의 여전히 멍청한 동물들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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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은 '동물농장'을 통해 독재가 갖는 '이기심'을 귀여운 돼지로 빗대 잘 설명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한 돼지에서, 배운 돼지로, 그리고 동물들에 군림하는 돼지까지 독재자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소유욕이란 어쩔 수 없는 지배감정이라는 점도 잘 나타냈다. 현대사회에 그릇된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다행히 사람들은 똑똑했다. 제 배만 불리는 독재자를 그냥 두지 않았다.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동물농장' 속 '돼지 왕국'을 실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히 예측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념 갈등의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유리하게 선전하기만 바빴던 소련의 일면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우화를 곁들여 모두가 알기 쉽게 풀어낸 조지오웰에게 감탄하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