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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Mar 18. 2024

콧노래도 유전될까

유전

    

아기의 콧노래 들어보셨나요? 흣,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 집은 콧노래 유전인자가 있는 듯해서요. 별 게 다 유전이냐고 반문하실 건가요? 별 게 다 유전 맞습니다. 장수 유전자가 있다는 건 이제 모두 압니다. 그런 게 있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피부도 유전이래요. 요즘 피부에 관심 많잖아요. 나이 들어 생기는 주름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피부는 관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 유명한 피부과 의사가 그러던걸요. 유전이라고요. 아무튼 오늘은 콧노래 이야깁니다. 


제가 생각할 때 콧노래도 장수나 피부처럼 유전되는 듯합니다. 우리 온이들은 아주 콧노래 박사거든요. 온이는 태어난 지 몇 달 안 돼서부터 늘 콧노래를 했어요. 흐으응 으응 흐잇하면서요. 딸에게 온이 뭐 해?라고 물으면 콧노래 부르며 놀고 있다고 할 때 많았거든요. 실제로 가서 봐도 아기가 그렇게나 콧노래를 하더라고요. 콧노래를 듣고 있자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죠. 


또온이도 마찬가지예요. 온이보다 한 술 더 뜨는 흥쟁이거든요. 집에서도 그렇지만 유모차 타고 나서면 콧노래가 절정에 이릅니다. 온이는 그 유모차를 잡고 같이 걷는데, 또온이 뭐 하냐고 물으면 콧노래 한다며 웃곤 했습니다. 두 아이들이 콧노래 하는 걸 듣고 보노라면 저도 저절로 나오곤 해요. 온이들을 ‘흥브라더’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거예요. 


솔직히 딸이나 사위가 콧노래 하는 걸 저는 들은 적 없어요. 음악을 전공한 딸이 온이들 태어나면서부터 클래식을 비롯하여 갖가지 음악을 늘 들려주긴 했으나, 딸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콧노래를 하지 않습니다. 온이 친가 조부모님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제가 볼 때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흥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모두 점잖은 분들이거든요.


그렇다면 아무래도 우리 쪽에 그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것도 저 말입니다. 저는 외출하기 위해 차에 오르면 거의 노래를 하거든요. 듣기도 하고요. 들을 때는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 건 다반사죠. 콧노래는 시시때때로 합니다. 산에 오를 적에, 산책할 때, 부엌에서 음식 하면서도 말이죠. 아, 요즘엔 집에서 잘하지 않네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만. 아무튼 저도 노래쟁이입니다. 


남편은 음치예요. 그것도 국제적인. 애국가조차 음정이 정확하지 않아 이상하게 부릅니다. 한데 콧노래만큼은 잘해요. 콧노래야 뭐 음정 걱정할 필요 없잖아요. 멜로디도 그렇고요. 나오는 대로 흥얼흥얼 하면 되는 거니까 작사 작곡을 스스로 하는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러니 잘하고 못하고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럴까요? 국제적 음치인 그는 콧노래만큼은 일등일 겁니다. 


온이들은 분명히 우리를 닮았어요. 외탁한 거죠. 그러니 유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려줄 게 없으니 콧노래라도 물려준 게 다행이지 않나요? 인생이라는 게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렇더라도 우리 온이들은 콧노래 흥얼대며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어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콧노래 부르며 견뎠거든요.


그러고 보면 콧노래는 긍정적인 사고에서 오는 듯합니다. 긍정적인 생각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인생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모두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부정적인 사고의 차이는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콧노래가 긍정적 사고에서 오는 거라고 보는 건 그런대로 일리 있다고 봐요. 그런 생각이 아니라면 나올 리 없는 거니까요. 


딸에게 물었습니다. 요즘에도 온이들이 콧노래를 잘하느냐고요. 예전보다 덜하고, 이젠 가사와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부른답니다. 둘 다 노래쟁이라네요. 다음 주에 온이네 가기로 약속했는데, 온이들과 노래 많이 부르고 와야겠습니다. 노래 좋아하는 것도 저를 닮았거든요. 그러고 보면, 콧노래든 노래든 유전되는 건 틀림없는 듯해요. 


보통 외할머니 유전자를 25% 정도 닮는다고 합니다. 우리 온이들 속에 저의 유전자가 그만큼 들어있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을 갖게 돼요. 좋은 유전자를 물려줘야 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이미 제게 형성돼 있는 유전자니 어쩌겠어요. 좋은 부분만 닮기를 기도할 수밖에요. 또한 유전자뿐 아니라 후천적 습관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니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유모차 타고 콧노래 흥얼대며 어린이집 가던 온이와 또온이 생각이 불현듯 나는 날입니다. 그때로부터 이 년쯤 지난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어떤가요, 콧노래도 유전된다는 게 그럴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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