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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방찰방쉐킿쉐킿

50대 부부의 일요일 루틴

일요일 아침.

할 일도  갈 곳도 없으니 몸에 착 감기는 이불 휘감고 누워 부침개 굽듯 앞판 판을 적당히 지져준다.  응~~ 냥~~소리를 내며 발가락까지 힘을 주어 기지개를 켠다. 과도한 기지개로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난적이 있었으므로 나름 기민함을 동반하여 날다람쥐 하늘 날듯 쫘~악~. 

다시 이불 돌돌 말아 붙이고 일요일 맛이 나는 부침개를 굽는다. 온몸으로.

보다못한 그가 말했다.

건강도 챙길 겸  가벼운 등산이 어떻겠냐고.


옷을 챙겨 입는.  주섬주섬.

신호등을 건너면 전방 두시 방향에  우리 부부를 위한 빵집이 있다.

뜨거운 불구덩에서 방금  탈출하여 한숨 돌리고 앉아있는 무화과 깜빠뉴.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빵이다.

먹기 좋게 썰어달라는 부탁에  빵집 여인은 장갑을 끼었는데도 뜨거운지 빵을 썰기 위해 잡고 있는  왼손을 빵 몸뚱이에 대었다 떼었다를 빨리 감기 화면처럼 무한반복한다. 그 호들갑스러운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엽고도  안쓰럽다.


빵이 든 봉다리 하나, 커피 한잔을 들고 비교적 완만한 뒷동산 같은 그곳을 오른다.  남부럽지 않은 뱃살을 끼고 있는 부부는 숨을 턱턱 내뱉는다. 남자는 그  와중에도 바람에 실려오는 꽃냄새가 어디서 나는 꽃향기 인지 궁금해하며  여기저기 살피며 걷는다.  그렇게 삽십분쯤 걸어 올라가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신호를 주고받는다.  식탁을 펼칠 장소로 여기가 어떠냐는  물음이며,  더는 못 가겠다는 의지.  그곳에 스스로 배달을 자처한 그것들을 펼쳐놓고 산중 식사를 한다.

다음 부터는 텀블러로~^^


엄지와 검지 쪽에 교양을 집중시켜 최대한 아름다운 손동작으로  빵을 뜯어 입에 넣고 차근차근 조져준다. 시야는 온통 초록빛과 하늘빛으로 가득하다.  눈은 푸른 허공 아무 데나 찔러 넣고 얼음 소리 촬방찰방 나도록 흔들어서  한 모금 빨아 넣었다.   환희가  빨려 들어온다.

음.  이만하면 됐다.


 막걸리잔을 건네듯 손에 든 을 남자 앞에 놓는다. 남자는 허공에 대고  컵 궁둥이로 자신의 머리통만 한 원을 그리며 찰방찰방~쉐킷 쉐킷~하고 난 후 길게  한 모금 빨아 넣는다. 그의 환희심도 빨대를 타고 츄~~ 루~~ 릅~~~ 빨려 들어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식사를 마친 부부.

등. 산. 을 좀 더 해도 좋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하. 산. 을 하기로 두 번째 눈빛을 교환한다. 


몸은 약간 피곤하고 맘은 무척 개운하다.

딱! 좋다.

그 뒤로 매주 일요일 아침은 산중에서.

찰방찰방쉐킷쉐킷.


음... 근데 너희들... 혹시... 물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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