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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민 Jul 08. 2021

<비포 선라이즈>, 우리가 꿈꾸는 단 하루

한 여름밤의 꿈이었을까

*스포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읽어주세요!*


기찻길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카메라는 기차의 꼬리에 서서, 멀어지는 풍경들을 보여준다. 남겨두고 떠남을 암시하듯이.


‘해뜨기 전까지’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어쩌면 낭만 그 자체다. 음악을 들으며 서로의 시선을 회피하는 장면, 석양에서의 키스신, 손전화 신과 마지막 이별 씬까지.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픈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단 하루를 보여준다. 비포 선라이즈,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해가 뜨기 전까지 주어진 단 하루의 시간.  



모든 선택엔 우연이 필연적으로 작용하듯, 어린 시절에 대한 독특한 대화를 통해 흥미를 느낀 남녀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기차에서 내리기로 한다. 남자는 염세적이고 현실적인 듯 하지만 때론 낭만주의자이며, 여자는 거침없는 페미니스트인 듯하면서도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포도주와 포도주잔을 얻는 씬에서, 두 남녀가 가진 성격상의 이중성은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한 사람의 성격을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듯, 하나의 존재를 완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사랑은 그러한 불완전함 속에서 이어지는 과정임을 이 영화는 그리고 있다.



어느새 해는 뜨고, 과거에 사랑의 허무함을 이미 경험했던 두 남녀는 서로의 하루를 추억 속에서만 남겨두려 한다. 하지만 Crazy, Stupid Love라고 하지 않던가.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 그들은 재회를 약속한다. 그것도 아주 절박하게.

'우리는 왜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두 남녀는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하루,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


그들이 떠난 뒤 향기만 남은 텅 빈 공간들을 카메라는 비춘다. 줄리 델피의 눈이 감기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한 여름밤의 꿈이었을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난다면 그들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내일도 해는 뜰 것이다. 비포선셋이 기대되는 이유다.




십 년 뒤, 아니 이십 년 뒤 네가 결혼을 했을 때,

남편에게 싫증이 나서 네가 만난 모든 남자들을 되돌아본다고 생각해봐.

다른 남자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 거지.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바로 나야.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으로 돌아오는 거야.

네가 놓친 게 뭔지를 생각하는 거지.

지금 나랑 데이트하지 않고 후회하기보단

나를 만나고 나서, 얘랑은 놓칠 게 없었다는 걸 먼 미래에 감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신이여 저에게 이런 언변을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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