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은 처음에 건축에서 유래한 어휘이다. 모듈의 어원인 모듈러스 (Modulus)는 원래 공간의 기본적인 크기, 척도를 의미했다.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모뒬로르는 르 코르뷔지에의 독자적인 황금비율로 인체의 치수와 수학이 결합하여 나온, 사물을 만드는 도구로 건축에 있어서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건축에서 모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모듈을 기본으로 설계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건축 재료가 규격화되기 때문에 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뒬로르는 인간의 신체 크기를 활용하여 사람 중심의 건축물을 짓는데 활용되었다.
건축에서부터 모듈의 개념을 설명하게 된 것은 모듈의 형태를 생각해보기 위함이다. 제품 개발 방법론으로써 모듈러 디자인에서의 모듈의 개념은 모듈의 어원과 동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물리적, 논리적 구성 요소이다. 물론, 모듈을 이루고 있고, 또는 모듈 간의 규칙이 모듈의 어원과 연결은 되긴 하지만, 기본 크기, 척도라는 개념을 가진 어원과 현재 모듈의 의미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모듈의 형태는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모듈의 원 의미는 "규칙"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 의미는 연결이 된다. 모듈러 디자인에서의 모듈은 제품군을 다루는 "Variety Mechanism"에 담겨 있는 "규칙"일 수도 있고, 제품의 다세대를 걸쳐서 지켜야 할 "규칙"일 수도 있다. 모듈은 "규칙"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인지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춘 것이지만, 확장된 개념으로 인지한다면 "모듈은 규칙이다"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다시 말하면, "모듈 기반의 제품 아키텍처"는 제품군, 제품의 다세대를 위한 제품들이 가져야만 "규칙"을 정의한 구성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구성요소는 아키텍처, 인터페이스, 구성 컴포넌트들의 모음으로 볼 수 있고, 구성 컴포넌트들의 모임을 "모듈"이라고 지칭을 한 것이다. 그리고, 구성 컴포넌트들의 모임은 그 형태 자체로 모듈이지만, 그 형태 안에는 다양한 규칙들을 담고 있다. 규칙이라는 모듈의 의미를 고려하여 모듈러 디자인을 재정의해보면, 고객/시장에서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최적화된 제품군을 설계/개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규칙을 정의하고, 규칙대로 설계/개발, 운영하여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필요한 운영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모듈러 디자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소개를 할 때, 레고형 설계 방식이라고 표현을 많이 한다. 레고의 구성요소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직관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듈러 디자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에게도 레고형 설계 방식이라고 표현을 한다면 그것은 설명하는 사람이 모듈러 디자인에 대해서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설명하는 대상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하고자 그러한 용어를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레고형 설계 방식으로 모듈러 디자인을 설명하면 너무 이상적으로 모듈러 디자인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에서는 완벽한 레고형 설계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만 레고형 설계 방식은 완벽한 모듈러 디자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
레고의 구성요소들은 기능 단위가 아니다. 단지 모듈성이 높은 부품들이다. 레고에서의 "규칙"은 스터드에 대한 것 밖에 없다. 스터드의 크기, 높이 정도가 유일한 공통 규칙이고, 나머지는 모듈러 디자인의 특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모듈이 규칙이다"**라고 표현한다면, 레고는 스터드에 대한 규칙을 모듈로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모듈은 규칙을 담고 있는 부품 또는 컴포넌트들의 집합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구성 요소이다. 간혹 모듈은 물리적이거나, 논리적으로 가시화된 형태를 가지지 않고, 규칙들로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규칙들은 "의도",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 이 또한 모듈러 디자인으로 봐야 한다. 모듈러 디자인의 핵심 원리는 나누고, 조합하는 것이다. 첫 번째 원리는 분할 또는 모듈화이고, 두 번째 원리는 조합이다. 나눈다는 것의 결과물이 모듈이다. 그리고, 나누는 것은 규칙을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 결과물이 모듈이 된다.
사실 모듈러 디자인의 핵심은 모듈이 아니라, 모듈화이다.
모듈화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모듈성을 높이기 위해서 규칙을 정하는 행위이다. 모듈로 나누는 것도 규칙을 정하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덩어리"의 모듈에 집중하다 보면, 과연 모듈러 디자인의 적용을 한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겪게 된다. 어떤 제품은 제품 규모나 매우 작거나, 제품의 크기가 작다. 그것을 굳이 "덩어리"인 모듈로 나누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세대 간 또는 제품 군 간 레이아웃 (크기, 부품의 위치) 등을 표준화했다. 이것도 "모듈러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쉽게 표현하는 사람은 레이아웃 자체가 모듈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치수, 크기, 위치 등이 바로 모듈화를 통해서 얻어진 규칙이다. 그리고, 어원으로 따지면 이 정보들이 모듈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덩어리"의 모듈의 개념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모듈러 디자인의 개념을 익힐 수가 있다.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모듈은 "규칙"들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결과물 들이다. 모듈러 디자인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스템의 "모듈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래서, 설계나 운영의 규칙을 정의하는데, 이 과정을 "모듈화"라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모듈이다. 규칙을 모듈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규칙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모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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