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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증후군

진짜 나와 사회적 나의 갈등

by 심야서점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보람과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직업입니다. 다른 직업군도 이런 특성이 갖는 경우가 많겠지만, 컨설팅 업무는 고객의 피드백이 빠르게 돌아오기 때문에, 그 체감 속도가 더욱 빠른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과가 좋으면 보람도 크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괴감이 크게 밀려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고 내가 이 직업에 맞지 않는지 의문을 품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도중 중요 발표를 앞두고 준비한 자료에서 예상하지 못한 오류가 발견된 순간, 그 당시에는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의 불안감과 두려움은 잊을 수 없고, 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더해져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내심, 다른 사람 앞에서 특히 고객 앞에서는 능력 있고 흠결 없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컨설턴트로서 실질적인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고객의 판단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그 판단의 순간이 길지 않다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초기에는 늘 가슴 떨리는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성취는 운이 좋았을 뿐이고, 언제가 될지 모르게 본질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더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고, 자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게 됩니다.


외적으로는 내성적이면서도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려는 경우가 많고, 이런 모습이 때로는 저를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성적인 성격 속에서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이 컨설팅 직업에 대한 일종의 숙명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느 날에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위치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하고, 하기 싫은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정말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주는 건강한 긴장감은 개인적인 발전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정서적, 신체적으로 적색 신호가 켜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때는 무리하게 완벽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며,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범위까지만 대응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때로는 최선일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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