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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know Jun 01. 2023

후회할지라도 지금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 '영주와 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아는가. 

  <우리들의 블루스>는 tvN에서 22년 4-6월 방영된 20부작 드라마다. 나는 사실 이 드라마를 최근에 보기 시작했다. 다른 볼 거리들이 하도 많다보니 이제서야 여자친구와 집에서 데이트할 때마다 천천히 밥 먹으며 보는 중이다.  이 드라마는 배경은 제주도의 푸릉마을이라는 곳이다. 푸릉마을은 가상의 마을이긴 하지만 '푸릉'이 '푸르다'의 제주 방언인 만큼, 드라마 속 제주도 특유의 푸른 바다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푸릉마을의 속 이야기가 마냥 '푸릉'하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푸릉'하지만 '푸릉'하지 않은 곳이기에, 이야기가 득실거리는 곳이기에 이야기 사냥꾼 tvN의 카메라가 가상의 마을 푸릉마을을 타겟으로 잡은 것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여러 소제목으로 나누어진다. 이 글에서는 '영주와 현'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이야기에 대해 감상을 말해보고자 한다. 

  영주와 현, 당연하게도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 비밀연애 중인 커플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영주는 전교 1등, 현이는 전교 2등인 우등생 커플이라는 점이다. 또 그들이 비밀연애 중인 이유가 특이한데, 그들의 아빠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앙숙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한 건물의 위 아래에 살면서도 아슬아슬한 연애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별 걱정이 없었다. 서로 성적이 좋았기에 고등학교를 졸업만 하면 같은 서울권 대학에 진학해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순탄한 이야기였다면 tvN의 카메라는 이들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을 것이다. 영주와 현이는 그 둘뿐만이 아니게 되었다. 영주의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움튼 것이었다. 영주는 그것을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그것이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나와 여자친구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낙태 관련 법안들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국회가 그에 대해 개정입법을 하지 않아 낙태법은 그 효력을 상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낙태는 불법이 아니게 되었기에 낙태를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꺼려질 것은 없었다.

  그러나 찾아간 여성의원에서 영주는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것을 듣지 말았어야 했던 것일까. 영주는 그것을 듣고 엉엉 울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영주와 현이는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아버지들의 격한 반대도 있었다. 특히 조폭 생활을 했던 현이의 아버지는 착한 아들이었던 현이의 격하디 격한 저항에 격함으로 대항했으나 자식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둘은 아이 낳는 것을 허락받게 된다.


  만약 나에게 저러한 상황이 찾아왔으면 어땠을까. 부부 사이에 아이는 분명 축복임에 의심이 없지만, 준비되지 않은 커플에게 임신이란 커다란 불안이면서 '혹' 같은 것이다. 더욱이 그 커플들이 고등학생이라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미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가야 할 그들에게 임신은 예상치 못한 '벽'일 것이다. 


  그럼에도 영주와 현이는 낳는 것을 선택했다. 그 '벽'에서 뒤돌아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벽'을 마주하고 천천히 같이 넘어가고자 한 것이다. 넘어가면서 거친 벽돌에 살이 긁혀 피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선택을 했다. 그 도중에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벽에서 뒤돌아 그대로 갔다면 더 나은 미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는 인간이기에, 그러한 후회는 어찌 보면 당연히 찾아오게 될 미래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착실히 벽을 오르고 있다. 지금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들 서로, 그리고 그들 사이의 축복이다. 그것이 고통 속에서 그들을 오를 수 있게 하는 힘인 것이다. 번잡한 생각들이 언젠가 그들을 덥쳐왔을 때, '지금'의 마음이 그들의 맞잡은 손을 더욱 견고히 해주길 소망한다.


적어도 MBN <고딩엄빠>에는 나오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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