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know Jun 22. 2023

스쳐간 좋은 어른들에 감사하며.

드라마 <독거소년 코타로> 리뷰



  <독거소년 코타로>는 이름에서 유추되듯 일본의 드라마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5살의 남자아이 코타로가 작은 아파트에 홀로 이사 와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소년은 특이하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사무라이가 쓰는 옛 어투로 말을 하고, 무엇이든 홀로 하려 한다. 옆집에 사는 무명의 만화가 카리노는 그런 코타로가 걱정돼 따라다니게 된다. 그렇게 점차 시간이 지나 둘은 가까워지게 된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어머니와 둘이 살게 되었고, 그 어머니마저 코타로를 두고 떠나 코타로 혼자 살게 되었다는 사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이미 죽었다는 걸 알게 된 카리노였지만, 어머니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 코타로를 위해 비밀로 하기로 한다. 코타로의 곁에는 항상 그를 생각해주는 어른들이 있었다. 미즈키, 타마루 등 같은 아파트의 주민부터 코타로 엄마의 유언에 따라 생활비를 매주 전해주러 오는 변호사 아야노, 유치원 신임교사 하나와 등 항상 진심으로 코타로를 생각해주는 어른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어른들의 존재는 우리의 삶 속에도 흐릿하게 박혀 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두렵던 어린 시절, 도움을 주려 애쓰던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코타로처럼 야무지지가 않기에 그런 어른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필수적이긴 하나 부모를 제외하곤 그런 어른들의 존재는 찾기 어렵다. 모두 각자 살기 바쁘기 때문일까, 요즘에는 더 그러한 것 같다. 

  좋은 어른의 기억 중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제주도 한라산의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시작된다. 눈이 강하게 내리는 겨울의 한라산이었다. 초등학생 저학년이었던 나는 아버지와 함께 한라산을 등반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바람이었다. 고생 끝에 한라산 중턱에 있는 진달래밭 대피소의 한 매점에 들어가 라면을 먹으며 몸을 덥혔다. 라면을 다 먹자 아버지의 충격 발언이 이어졌다. 혼자 백록담을 다녀올 테니 여기 남아있으라는 것이었다. 등산광이었던 아버지를 말릴 순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엄청난 결정을 내리셨던 아버지였다. 어머니가 그 장면을 보셨다면 등짝 몇 대는 맞으셨을 듯하다. 나는 눈발이 휘날리는 밖을 바라보며 1시간 가량을 기다리다가 지루해져 위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몇 분쯤 지났을까, 강력한 눈발에 얼굴은 따갑고 발은 푹푹 빠져 얼마 가질 못했다. 결국 다시 매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매점에서 1시간 가량을 더 기다렸으나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엄습해오면 두려움에 나는 매점 밖으로 나가 한 어른을 붙잡고 꾹꾹 울음을 참으며 "핸드폰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 어른은 감사하게도 핸드폰을 빌려주셔서 아버지에게 통화를 걸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자 엉엉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버지는 당황하셨는지 내려가는 중이라고, 빨리 가겠다고 하셨다. 통화를 끊고 그분께 폰을 돌려드렸다. 그 분은 내가 걱정되셨는지 아버지가 올 때까지 옆에서 같이 있어주셨다. 그분 말고도 다른 어른들이 오고 가며 따뜻한 유자차나 구운달걀 등을 주셨다. 어지간히 불쌍해 보였나 보다. 아무튼 그분들이 부모님을 제외한 내 어린 시절 가장 감사한 어른들이었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니 내 어린 시절이 자꾸 떠오랐다. 어린 아이에게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조금은 귀찮을지라도 곤란에 처한 아이를 보면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으니니 나도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내 어린 시절, 스쳐간 모든 좋은 어른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전 08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