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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know Jun 22. 2023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 '옥동과 동석'



  오늘은 저번에 이어 <우리들의 블루스> '옥동과 동석' 편을 리뷰해볼까 한다. 

  

  옥동은 시장에서 채소 등을 파는 노년의 여인으로, 만물상 트럭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동석의 엄마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동석은 옥동을 '작은 어멍'이라고 부르고, 자신에게는 엄마가 없다고 말한다. 동석의 짜증 섞인 눈빛과 말투,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옥동을 보면 둘 사이에 커다란 마음의 응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가 진행되며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생겼다가 풀어졌다. 그러나 드라마 회차의 끝 부분에 가서도 옥동과 동석의 갈등만은 풀어지지 않았다. 드라마에 나온 그 어떤 갈등보다도 그 속의 응어리가 크고 단단한 것이다.

  

  옥동은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동석도 그것을 알게 되어 조금은 당황하나, 이내 태도를 유지한다. 이 둘의 관계는 동석에게 있어서의 '새아버지'의 제사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제사를 위해 목포로 데려다 달라는 옥동의 부탁을 무슨 연유에서인지 동석이 들어준 것이다. 동석이 그 부탁을 들어준 이유는'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이다. 사실 동석은 그냥 할 말을 해도 된다. 동석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 그 자격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동석의 친아버지가 이른 나이에 죽고, 옥동은 동석의 또래 친구의 아버지이자 동네 부자인 남자의 첩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옥동은 동석에게 자신을 '작은 어멍'이라고 부르게 했다. 동석은 옥동이 밤에 새아버지의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고, 그 후에 들려오는 이불의 부스럭 소리도 들어야 했으며, 옥동은 동석이 그 집의 원래 자식인 종철, 종우에게 맞는 것도 보고만 있었다. 이렇듯 동석은 옥동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동석은 옥동이 죽기 전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게 해준 뒤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로 한다. 여기서 겉으로는 쌀쌀맞아 보이는 동석의 성격이 드러난다. 어머니가 미우면서도 진심으로 미워할 수는 없는 동석의 따스한 면이 드러난다. 

  그렇게 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제사를 위해서 들린 옥동을 종철, 종우는 홀대했다. 그들이 동석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자 평생 조곤조곤 말하며 화내지도 않았던 옥동은 종철을 향해 버럭버럭 화를 냈다. 동석은 내심 자신을 위해 평생 한 번 내지도 않았던 화를 내준 옥동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둘 사이의 관계가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든 것일까, 동석은 숙소에서 옥동에게 물었다. "나한테 미안하기는 해?"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가 너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였다. 동석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과 함께 사라지며 자신의 만물상 트럭에 가서 잠을 청한다. 

  옥동은 정말 미안하지 않았을까? 아니, 이야기가 더 흐른 후에 동석은 다시 한번 물었다. 왜 미안하단 말 한 마디를 안 하냐고. 옥동은 "미친년이 뭔 미안한 걸 알겠냐"고 말한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혹시나 동석이 용서해줄까봐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게 아닐까. 마음씨 따뜻한 동석이 옥동에게 그리도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미안하다는 쉬운 한 마디에 냉큼 용서해줄까봐 옥동은 차마 그 한 마디를 내뱉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옥동의 사과 아닌 사과에 동석의 마음은 녹아든 듯했다. 제주로 돌아와 옥동을 집에 데려다준 동석은 내일 아침에 올테니 된장찌개를 끓여놓아 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된장찌개를 안 먹었던 건 엄마의 된장찌개 말고는 다 맛이 없어서 그랬던 거라고.

  다음날 동석은 옥동의 집을 찾아가 누워있는 옥동의 앞에 차려진 된장찌개를 맛보고는 좋아한다. 그러나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옥동은 명이 이미 다해 있었다. 동석은 옥동을 부둥켜 안고 펑펑 운다. 마음씨 따뜻한 동석은 평생 그렇게 옥동을 안고 싶었던 것이다.


  옥동은 그저 자식이 배부르고 등 따숩게 자면 그게 좋은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옥동은 동석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다. 


  그러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다. 자식의 마음을 아는 게 서툰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바람대로, 다음 생에도 그들이 엄마와 자식으로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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