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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이년생 꼰대 Jan 09. 2021

입김 없는 겨울

 재난문자: —한파경보 발효—

 어제의 찬바람에 크게 데여 눈꺼풀에 지렁이가 기는 양 건조함을 느끼며 기상한 아침이다. 

 오늘은 나가지 말련다. 

 재난문자까지 내 맘을 굳힌다.    

 

 돌연 추워졌다. 

 적이 어릴 때부터, 으레 나는 추위를 두 눈으로 보곤 하였다. 오래된 버릇으로, 집을 나오면 숨을 깊게 들인 뒤, “Huuu...”하고 폐가 다하는 곳까지 H 아래 한없이 u를 내뱉는 것. 그러면 보이는 허—연 스모크. 

 드디어 추위가 왔구나!     


 그런데 올겨울은 코로나 일구, 이른바 [언:택트] 시대가 씌운 마스크에 가려 허—연 스모크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어제의 여자가 있다. 앞머리를 묶어 훤한 이마를 드러낸 여자는 길가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Huuu...”

내뿜는 스모크!

 나는 빼앗긴 내 허—연 스모크를 대신하려는 양 걸음을 멈추어 잠시간 그녀의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여자와 눈을 마주칠까 다시 총총 걸었다.  

   

 오늘 나는 밖에 나가지 않고 이불에서 어제의 여자를 떠올린다. 그리고 기다린다. 골목의 아이들이 “Huuu...Huuu...”하며 입으로 요술도 부리고, “Huuu...Huuu...”하며 온갖 고난 껴안은 표정으로 꼴초 아버지 흉도 내는, 이따금 겨울이면 모두의 맨입에서 허—연 말풍선이 피어오르는 그런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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