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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Mar 20. 2024

보이스 5

마약이라니?


상대방이 마약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 누군가가 내 명의를 도용해서 해외에서 마약을 주문한 것으로 생각했다. 요즘에는 명의도용이 많이 성행하고 있다. 아라에게 하루에도 여러 번 이상한 전화와 문자가 온다. '고수익 알바, 부동산 투자, 보험, 고수익 투자처' 등에 대한 문자가 많이 온다. 지역번호나 070, 080 번호 등을 받지 않는다. 예전에는 간혹 받은 적도 있으나 거의 99퍼센트가 다 이상한 전화라 차라리 모든 모르는 번호를 받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급한 일이면 문자로 연락이 올 것이라고. 그렇게 모든 번호를 의심하며 살았던 아라에게는 이 날따라 연락해 올 곳이 많았다. 게다가 몇 달 전 비슷한 사례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사실처럼 여겨졌다. 이상한 택배가 본인 집의 우편함과 집 바로 앞 화단에 배달 왔는데 알고 보니 마약이었다는 사례였다.
그 뉴스를 보며 소름 끼쳤던 기억이 나는 아라는 뇌 어느 구석에 혹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아니겠냔 생각도 했다. 아라가 상대방의 정신없는 말에 말려들었지만 전화상 이상한 부분이 내내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당시는 급해서 그냥 그런 내용은 넘겼었다. 아진이의 입 모양, 머릿속에 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겹쳐 전화를 급히 끊었다. ​​

아라는 전화를 끊고 1초 숨 고르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이상했었다. 분명히 우체국 등기 배달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오늘 본인이 직접 우체국 찾아가서 받겠다 하니 법원에서 부치는 거라며 우체국에 가도 못 받는다고 한 점, 우체국 직원이 왜 등기 내용을 알 수 있는 사람을 본인에게 연결해 줄 수 있었는지도 무척 이상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전화 통화하는 내내 모든 것이 다 이상했다. 법원을 가도 등기는 나갔으니 못 받고 우체국 가도 못 받는다는 점이 아주 이상했다.
핸드폰이 아닌 노트북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휴대전화는 통화하는 동안 정보가 다 털렸을 가능성이 있다. 원격제어 같은 기능을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이상한 전화를 받고 그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확인 전화한다고 은행과 통화했는데, 그 은행 대표번호라고 메인이 나온 것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돌려놓은 전화였다. 뉴스 등에서 많이 본 내용이라 노트북으로 우체국 등기에 대해 검색했다.
검색 처음부터 아라와 비슷한 사기를 당한 사람들 사례가 나왔다. 무수한 피해자가 있었다. 비슷한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심지어는 실제로 물건 택배로 보내기까지 한 후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단다. 대체 어디까지 정보가 털린 것일까? 피해자는 택배 물건까지 직접 받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그 범죄에 걸려들었다. ​​
검색하는 중에도 아까 우체국 등기라고 전화 왔던 그 번호로 전화가 3번 연속 왔다. 아라는 받지 않고 계속 검색했다.

우체국 등기 관리하는 번호를 노트북으로 검색해 전화했다. 그분이 보이스피싱 확률이 대부분이나 약간의 가능성도 있으니, 내일 등기 오면 사건번호를 알려주면 법원에서 보낸 등기가 맞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100퍼센트 보이스피싱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등기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 두려웠다.
지체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이야기를 듣더니 보이스피싱일 확률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법원등기일 확률은 적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살짝 불안해졌다. 그럼, 진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러면서 그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통합신고 대응센터가 있다며 전화를 바로 돌려주셨다.
거기에 신고하니 직원이 무슨 일인지 묻는다.
" 좀 전에 우체국 등기가 법원등기인데 본인이 반드시..."
아라가 이까지만 말했는데, 수화기 너머 보이스피싱 통합신고 대응센터 직원분이 다급하게 묻는다. 아니 외치는 수준이었다.
"고객님 빨리 대답 부탁드립니다. 상대방이 보낸 앱 설치,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등 전송, 문자로 온 주소 등을 클릭하셨나요?"
"아니요."
"어휴, 정말 잘하셨습니다. 다행입니다. 그 전화는 보이스피싱입니다. 클릭 안 하셨으면 괜찮습니다. 수신 거부하시고 앞으로도 절대 문자로 온 주소 등을 클릭하지 마세요."
"아, 감사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아까 전화 온 번호를 알려주세요."
"000-0000-0000입니다."
"네, 반드시 수신 거부하세요."
"감사합니다."

우체국 등기 콜센터 직원이나 112 상담 직원이나 사실일 가능성도 살짝 있다 했을 때는 불안했는데, 보이스피싱 통합신고 대응센터 직원분은 한 문장을 듣지도 않고 바로 보이스피싱 즉 전화금융사기라고 확신하셨다.
아라는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및 사기에 대해 언론을 통해 보고, 아는 분들이 당하는 것도 듣고 하면서 많이 단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당할 뻔했다는 사실이 허탈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하는 말이 대부분 "나도 모르게 손이 누르고 있고,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하고 있었다"라고 했는데, 그 피해자들이 했던 말을 아라가 또 할 뻔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 세상이 참 무섭다고 생각했다.
아라는 모임에 가서 당할 뻔한 우체국 등기 사건을 말했다. 그랬더니 모임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당한 또 다른 사례를 말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했다. 검찰이 연락이 와 도박에 명의 도용되었으니, 계좌를 동결해야 한다고 계좌 관련 정보를 알아내는 이, 해외 배송 관련, 카드 발급, 건강 검진 진단서 및 결과지, 지인 부고장 등으로 전화금융사기 당할 뻔했거나 당한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특히 계좌 관련 정보를 얻어 낸 사람은 다른 통장 없냐고까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 일을 당한 분은 여성분이었는데 남편이 모든 계좌나 돈을 관리해서 여성분 이름으로 된 통장에는 0원이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범이 계좌정보, 비밀번호, OTP 번호 정보 등 다 알아냈으나 0원이자 절망하고 다른 계좌 없냐고까지 물었다고 한다. 그제야 그 여성분은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익광고로 하루에도 여러 번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지 말자는 광고가 나오는 것 보면 엄청난 사람들이 당하는 것 같다. 은행에서는 돈 얼마 이상을 인출할 시 은행직원이 신고해야 한다고 한다. 직원이 돈의 출처를 묻고 낌새가 이상하며 신고하고 조사까지 들어온다. 얼마 전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상관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하는 은행 고객도 봤다.

아라는 세상에는 참 나쁜 이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우체국을 갔다. 등기 부칠 것이 몇 개 있었다. 아라는 우체국으로 운전해 가면서 웃음이 나왔다. 좀 전 우체국 등기 관련해서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었는데, 그 우체국에 가서 본인이 등기를 부친다.​​ 아라는 사기로 쉽게 돈 벌려는 나쁜 사람들이 꼭 벌 받기를 기원했다. 지구 밖으로 가라고 중얼거렸다. 이제 또 어떤 식으로 보이스피싱으로 쉽게 돈 벌려는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짤지 무섭다. 아라는 남을 해치는 나쁜 사람들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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