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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보이스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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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Jul 24. 2024

보이스 노트 23

<다시 춘재>


매일 조직원들이 춘재의 몸수색도 하고 핸드폰도 압수했다. 매일 뭔가 들고나가는 게 있나 의심하며 뒤졌지만, 춘재는 묵묵히 시키는 대로 했다. 시간이 지나 조직원들은 춘재를 검사하는 것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검사하는 시늉만 했다. 몇 년이 흘렀다. 춘재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정신마저도 이상해졌다. 아내인 보미마저도 자기 때문에 잘못될 것 같았다가 술을 마시면 다 부스러뜨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죄책감, 울분을 견딜 수가 없었고, 가게 비우고 나가지 말라, 바람피우냐는 둥 잔소리를 해대는 아내의 목소리를 견딜 수가 없었다. 점점 춘재는 푹력적으로 되어갔고, 보미의 마음은 싸늘해져만 갔다. 그러다 이혼했다. 춘재는 자기에게 누군가가 큰 벌을 내려줬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춘재는 만약의 경우를 위해 여러 장치를 준비했었다. 그들의 감시가 약해지고 춘재에 대한 믿음이 조금 쌓이기 시작할 때 볼펜 몰래카메라,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그들의 범죄를 찍었다. 소형볼펜 카메라는 녹음뿐만 아니라 촬영도 가능해서 현장을 생생하게 찍었다.
조직의 범죄에 대한 증거자료를 춘재는 갖고만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슈퍼에 자주 들르던 진주가 왔다. 진주에게서 들은 소식은 놀라웠다. 진주는 아라 씨 옆집에 살고 있었는데, 아라 씨가 누군가에게 뻑치기(노상강도)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병원에서 들었다고 한다. 슈퍼에 와서 소식을 전하던 진주는 아라 씨가 옷을 명품으로 휘두르고 다녀 부자인 줄 알았는데, 몇 동 몇 호의 가정부였다는 것도 이야기해 주었다. 옆집 사는가 보다 해서 이웃 주민으로서 전화번호도 주고받았는데, 아라 씨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자기에게까지 전화 왔다고 했다. 진주는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 즉 00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아라가 몇 년 동안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오며 가며 인사만 한 사이라 본인이 아리씨 보러 병원 갈 수는 없다며, 아라 씨 가족이 없는지 걱정했다. 진주는 경찰에게도 아라 씨 가족이나 친구 등 아는 사람 없는지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그렇게 불쌍한 사람인 줄 몰랐는데 친척이나 가족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진주말에 의하면 아라가 일하던 그 집이 부자라서 가정부에게 본인이 안 입는 옷이랑 가방을 주었다고 한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밖에 다니는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어 아라만 살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춘재가 수금한 1억이라는 돈을 아라가 노숙인에게 주고 노숙인 쉼터에 기부했다. 물론 춘재는 그전에 본인이 노숙인에게 돈을 빼앗았기에 조직원들에게 들키기 않았다고 춘재는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라 씨가 조직원에게 당한 것이 아닌지 궁금했다. 조직원 중 그나마 순한 한 명에게 술을 사주면서 물었다. 아라 씨가 1억의 돈을 노숙인 쉼터에 주려 했다는 사실을 도청해서 안 조직원이 아라를 미행하고 벽돌로 내리친 것이었다. 아라는 벌써 몇 차례 긴급수술하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다. 춘재의 번호가 아라가 저장되어 있는 번호에 있었기에 춘재에게도 전화가 왔다. 춘재는 병원 이름과 병실에 관해 물었다.
춘재는 너무 미안했다. 본인이 아라의 정보를 보이스피싱 대상자로 정해 정보를 캐냈다. 아라는 본인 때문에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다. 다행히 한 참의 통화 후 정신 차리고 전화를 끊었다는 사실을 조직원에게 전해 듣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착한 일 하려 했을 뿐인 아라가 자기 때문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게 되었다. 춘재는 죄책감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몇 년간 누군가를 등치는 일을 했다는 죄책감, 착하게 살아온 아라 같은 사람이 본인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다는 죄책감, 계속 사람을 낭떠러지에 밀어 나쁜 일 하게 하는 조직에 대한 반항심이 들었다. 결국 춘재는 그 정보를 들고 터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기 전 부동산에 슈퍼마켓을 내놓았다. 위치가 좋아서인지 부동산 간 날 다른 테이블에서 가게를 알아보던 손님이 가게에 대해 궁금해했다. 바로 가게를 보여주고 그 손님에게 슈퍼마켓을 팔았다. 바로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춘재는 아라를 면회하려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아라가 중환자라서 현재는 가족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라는 못 보고 병원비라도 내고 가려고 간호사실에 갔다. 거기서 간호사들의 대화 소리를 들었다.
“중환자실 아라 씨에게 가족이 한 명도 없는 줄 알았는데 유일한 아들인 아진 씨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대. 00실 아진 씨가 바로 아라 씨의 아들이래. 아들도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진 것을 119 구급대가 데리고 왔다네”
“아이고 웬일이니? 다른 장소에서 엄마와 아들이 맞고 쓰러졌다? 우연이 아니라 여기에 뭔가가 있네. 있어. 치정극일까? 엄마는 모르겠고 아들은 공공장소에서 웬 여자에게 맞았다던데?”
“하여튼 다른 가족은 없는 것 같고 너무 안 됐네. 두 사람이 유일한 가족인데 둘 다 병원이니.”
“아라 씨 무척 외로운 사람이었나 봐. 다른 가족과는 아무도 연락되지 않고 아진이의 친구 한 사람이 급하게 와서 간호하고 있어.”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 중에 다른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 아라 씨의 친구분이 너무 놀라며 일을 정리하고 지방에서 올라가는 데 시간이 이틀은 걸리는데, 좀 기다려달라고 하시더라. 돈도 본인이 내겠다고. 핏줄이 없을 수 있구나? 아진이의 친구가 매일 와서 간병하던데, 대학생 같던데 병원비는 어떻게 될까? 아라 씨 친구분 올 때까지 아진 씨 퇴원 못 하는 거야? 아진 씨 오늘 퇴원해야 할 텐데, 병원비를 내야 퇴원 수속이 되는 거 아니야? 내줄 사람 없으면 경찰이 내주는 건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말을 듣고 춘재는 바로 간호사에게 말했다.
“아라 씨, 아진 씨의 지인입니다. 병원비 내려고 왔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무슨 사이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냥 돈만 내면 안 되나요?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나요? 말 안 하고 싶은데요.”
“아 네.”
간호사들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친한 이웃 주민입니다. 오늘 아진 씨의 병원비 제가 계산할게요. 그리고 제 전화번호 여기 있으니 오늘 이후 모든 병원비도 제가 낼게요. 전화 주세요.”
춘재는 아라와 아진이의 병원비를 계산했다. 간호사들이 아진이 면회 가능하다고 말했다. 춘재는 아진이를 보러 갔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자는 젊은 청년 아진이를 보고 결심했다.
‘더 이상 이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갈 순 없어. 나쁜 일 하다가 인생을 마감할 순 없어.’
춘재는 굳은 결심을 하고 당장 경찰서에 갔다. 경찰에게 몇 년 동안 본인이 가담했던 범죄, 보이스피싱, 마약 하는 정황, 마약이 오가는 상황, 조직의 우두머리를 비롯한 조직원 얼굴 등이 찍힌 사진과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그로부터 한 참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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