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ppysmilewriter
Oct 20. 2024
아들 영철이 집을 나간 후 영철이의 엄마 보미는 하루에도 여러 번 울다 기절했다. 보미는 경찰서에 가서 아들이름을 외치며 울부짖고, 남편인 춘재의 부축을 받아 집에 가면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보미는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아들인 영철이가 가출한 이후 보미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춘재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될 대로 되라며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보미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본인마저 무너질 순 없었기에 아들을 찾으러 다녔다. 보미는 미친 듯이 영철이를 찾으러 다녔다.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데 편하게 살아갈 수 없다며 물조차 안 마시려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보미는 결국 쓰러졌고, 병원에 입원했다.
춘재는 아들을 찾기 위해 학교, 영철이의 친구, 같이 다닌 아이, 소식 아는 사람 등 조금이라도 영철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묻고 다녔다. 보미가 입원해서 간병인을 고용한 후 영철이를 찾아다녔다. 춘재는 아들에 대해 알면 알수록 영철이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살이었던 영철이를 장례식장에서 본 이후 춘재는 영철이를 친아들로 여겼다. 절친이었던 친구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고 친구의 아들과 친구의 부인을 자신이 책임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친구의 부인이었던 보미를 여자로 흠모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항상 보미가 생각났었다. 친구의 부인이기에 자신의 마음을 억눌렀으나 혼자가 된 보미를 장례식장에서 본 순간 자신이 보미의 남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부하던 보미가 시간이 지나 춘재를 가족으로, 남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춘재는 보미와 혼인신고를 하면서 영철이를 자녀도 등록했다. 영철이는 어린아이지만 이상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면서 영철이를 사람들은 이상한 아이로만 생각했다. 영철이와 같은 중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영철이를 재석의 따까리 정도로만 기억했다. 춘재가 영철이의 중학생 시절을 파고들수록 영철이가 재석이와 그 똘마니들이 시키는 것은 뭐든지 다 하는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춘재는 쓰러진 보미의 몫까지 더해 영철이의 행방을 쫓아갔다. 아들이 한 번이라도 다녔거나 아들을 목격했다는 곳에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춘재는 스터디카페, 학원, 편의점, 피시방 등, 모든 곳을 다 뒤졌다. 영철이를 자기 마음대로 주물렀던 재석이라는 아이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후 학교를 무단으로 안 나온 지 벌써 40일째라고 했다. 춘재는 영철이가 집 나간 지 30일 정도 되니 재석이란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춘재가 재석이란 아이의 행방을 찾는 중에 갑자기 4명 정도의 남자가 그의 입을 막고 양팔을 잡아 골목길에 끌고 들어갔다. 그 길에는 빌라를 신축하는 공사 현장이 있었는데, 그 안에 끌고 들어가서 춘재를 때리기 시작했다. 춘재가 왜 그러냐고 부르짖었지만 그 사람들은 대답은 않고 춘재를 미친 듯이 때렸다. 몇 시간을 때렸을까? 그들은 지쳤는지 영철에게 질문했다.
“너 누구야? 너 뭐야? 경찰이야? 네가 뭔데 우리 캐고 다녀?”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집 나간 아들을 찾고 있어요. 혹시 영철이라고 아십니까? 중학교 3학년이고요, 16살입니다.”
“진짜야?”
“네. 제 지갑 안에 사진 있어요. 잠시만요.”
지갑을 꺼내려고 하는데 손이 춘재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온몸이 마비된 것 같다. 손도 부러진 것 같다. 그나마 상태 괜찮은 왼쪽 손으로 힘겹게 지갑을 꺼내 펼쳤다.
“요렇게 생겼어요. 저는 이 아이만 찾으면 됩니다. 진짜 전 영철이만 찾으면 다른 건 뭐든 다 괜찮습니다. 저는 경찰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 아이 아빠입니다. 애들 엄마가 애가 집 나간 뒤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가고 있어요. 애들 엄마가 얼마 전에 입원까지 했어요. 제발 영철이의 소식 알면 알려주세요. 혹시 아시나요?”
“몰라. 이 새끼야”
그들은 춘재를 계속 때렸다. 춘재는 핏물이 느껴지고 눈, 코, 입, 귀 등 모든 구멍에서 피가 나왔다. 혀에 물컹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입안에는 피 냄새로 가득했다. 춘재는 생각했다. ‘아 이것이 피 맛이구나.’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 때리던 그 조직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이제 그만해.”
일제히 춘재를 때리던 남자들은 폭력을 멈추었다.
“야, 너 앞으로 니 새끼랑 우리에 대해 나불거렸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거야. 너 영철이 새끼 때문에 사는 줄 알아. 근데 그전에 네가 우리에게 뭔가 해줘야 해”
“영철이를 아시나요? 혹시 영철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 어디 있나요? 어떤 일이 있어도 죽을 때까지 아니 무덤가서도 비밀로 할게요. 시키는 것 모두 다 할게요. 무조건 다 하겠습니다. 영철이 때문에 지금 아내가 죽어가요.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가 시키는 대로 군말 않고 다 할 수 있어?”
“그럼요.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발 영철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영철이는 놓아주세요. 대신 제가 다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좋아, 그런데 네 아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아? 네 아들은 마약 중독자야. 그리고 너희 아들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야. 어때? 네 아들 멋지지? 남의 등 처먹고 사는 이가 바로 네 아들이야. 크크”
춘재는 너무 놀랐지만, 아들이 여기서 나가는 게 먼저이다.
“제 아들 어디 있나요? 제발 보내주세요. 제발 엄마에게 돌아가게 해 주세요.”
“알았어. 영철 그 새끼 집으로 보내.”
“아,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키는 대로 무조건 다 하겠습니다.”
그들은 영철을 풀어주었다. 영철이를 창고 같은 곳에서 끌고 나와 차에 태웠다. 영철이를 어딘가로 데리고 갔다. 영철이는 자기를 죽이라고 그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영철은 지금처럼 살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본인을 죽이러 깊은 산속에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차는 영철이의 집을 향했다. 영철이의 집으로 향해가는 차인에서 영철이는 무서워 오줌을 지렸다.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일가족 살해를 하는 건가 했다. 영철이는 무섭고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0분쯤 후 집 앞에 도착하더니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야, 너 여기 일 다 잊어. 이 세상 일 다 잊고 마약도 손을 떼. 그냥 착하게 살아. 만약 우리에 대해 한 마디라도 누군가에게 벙긋했다가는 일가족 사망사건 뉴스에 날 거야. 우리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다시 보게 되면 넌 우리 손에 죽을 거야. 얼른 가.”
영철이는 집으로 뛰어갔다. 그날 퇴원에 침대에 누워 울고 있던 엄마 보미는 “엄마”라고 외치며 우는 아들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보미는 꿈을 꾸는 건가 생각했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헛것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영철이었다. 보미는 침대 구석에 서서 눈물범벅이 된 영철이를 보고 끌어안고 울었다. 한바탕 이산가족 상봉 드라마를 찍듯 부둥켜안고 울던 두 사람은 한 시간이 지나자 조금 진정이 되었다. 울다 지친 보미는 거실에 이불을 깔았다. 함께 누웠다. 밤늦게 춘재의 전화가 왔다. 아들 찾으러 너무 멀리 와서 오늘 못 가고 내일 돌아간다고. 아들이 왔다고 보미가 말하자 춘재는 몇 초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춘재는 흐느꼈다. 아니 소리 내어 울었다. 춘재는 다행이라면서 울기만 했다. 아들이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보미는 영철이의 손을 꼭 잡고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16살에 이런 세상을 알게 되어 영철이는 세상이 무섭고 두려웠다.
그다음 날 집에 돌아온 춘재는 영철을 보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말없이 영철이를 안았다. 영철은 아빠가 집에 들어온 순간 불길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춘재는 온몸이 멍투성이인 상태에 오른쪽 손을 접은 채 펴지 못했고 왼발은 심하게 절룩거리며 들어왔다. 영철이는 그들이 자신을 보내주고 아빠를 대신 때렸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간의 묘한 눈빛이 서로 오갔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부자는 엄마에게 비밀이 생겨버렸다. 영철은 결심했다. 이제는 평범하게 살겠다고.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영철이는 평범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소중한지 알았기 때문에 그 뒤로 학교도 다시 가고 평범하게 살려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점점 이상해졌다. 예전의 춘재가 아니었다. 두려움에 자다가도 눈을 부릅뜨며 일어나서 서성이고, 불안한 눈빛으로 하루 종일을 지냈다. 외출하는 날도 무척 잦아졌다. 영철이가 가출한 동안 개인사정이 있어 가게 문을 닫는다는 종이를 붙여놓았는데, 영철이가 돌아와서도 그 종이는 자주 붙여졌다. 춘재는 외출할 때면 보미나 영철에게 카운트 좀 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1시간 정도만 나갔던 춘재가 어떤 날은 3, 4시간 나갈 때도 많았다. 아빠에게 궁금한 게 많았지만, 영철은 무서워 묻지 않았다. 보미도 춘재가 그날 이후 달라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영철이가 돌아온 기쁨에 남편의 변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고, 힘든 상황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