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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Oct 16. 2024

겁 많은 경찰 1

방관과 반대의 경계선


방관자
나는 겁 많은 경찰이다. 무엇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느냐고? 경찰시험에 어떻게 합격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범죄인들이 무섭다. 정확하게는 범죄인들의 눈빛이 두렵다. 경찰이 왜 그러냐고? 글쎄다. 범인을 쫓고 잡고는 있지만, 나는 범인이 두렵고 그들의 범죄행동과 나를 바라보는 범죄인들의 시선이 두렵다. 한심하다고? 더 한심한 거 알려줄까? 난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 모르는 척하는 것도 무척 두렵다. 한마디로 나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과 범죄인을 무서워한다. 안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긴 있냐고? 물론 있다. 아이들, 선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도우려는 사람들은 무섭지 않다. 문제는 그런 이들은 소수라는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니 초등학생 시절 교실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와 이를 모르는 척하는 '나'의 죄책감으로 고민하며 마음이 격렬하게 변화하면서 남들의 눈치를 많이 봤던 시절부터인 것 같다. 그 아이를 괴롭히는 소수 나쁜 아이들도 무서웠지만 모르는 척 지나치는 다른 많은 아이들이 무서웠었다. 반에는 괴롭힘을 당하는 A,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모른 척하는 나와 다른 아이들이 있었다. A는 혼자만의 세상 속에 사는 아이였는데, 같은 반 B와 그 패거리 앞에서 손이나 옷으로 가리지 않고 기침을 했다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한동안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A는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 다수의 눈에는 한 아이의 고통과 절망이 느껴지지 않나 보다. 집에서 잠도 못 자며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웠다. 나쁜 행위에 대한 방관자로서 갈등과 좌절, 후회로 마음이 괴롭던 '나'는 A가 전학 가던 날 선생님께서 인사를 하라고 했을 때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의 지목에 일어선 나는 A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모르는 척했던 일을 반 아이들 앞에서 고백했다. 나는 우리 반 아니 우리 학교 최고이었던 B에 대한 두려움만큼 A에 대한 미안함도 양립하기에 마음은 늘 답답하고 괴로웠다는 얘기도 했다. A에게 나서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담임 선생님과 A, 나를 제외한 반 아이들 전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내 얘기를 듣던 A는 울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A는 내게 원망의 표정이 아니라 자신을 생각해 줘서 고맙다는 눈빛을 지었다. 그때 A의 부모님이 교실에 들어와서 A에게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아빠 직장 때문에 전학가지만 A가 우는 것 보니 이 학교가 좋았나 보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 A는 본인이 겪는 고통을 부모님께 전혀 말씀드리지 않았나 보다. A와 그의 부모님이 교실을 나가시고 나자 우리는 모두 숙연해졌다. 한 동안 그 누구도 말 한마디 하는 아이가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방관자였다. 방관자(傍觀者)는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어떤 일에 직접 나서서 관여하지 않고 곁에서 보기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 방관자효과라는 용어도 있다. 다른 말로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도 하는데,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이다.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나설 것으로 생각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현상을 말한다.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살인을 목격한 사람은 38명이나 되었지만 그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 방관자였다.
모두가 방관자로 남으려 한다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A만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반 아이들이 힘을 합쳐 막았다면 B 패거리도 A를 괴롭히지 못했을 텐데 당시 우리들은 너무 두려워만 하고 방관했다. 아이들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으면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를 비롯한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보고도 모르는 척했기에 A를 괴롭히게 도와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두려워도 역시 모르는 척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 못 본 척하면 나도 방관자이자 공범자인 셈이라고 주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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