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ppysmilewriter
Oct 25. 2024
춘재가 수금한 현금 1억이라는 돈을 하필 서울에 올라왔던 춘재의 슈퍼마켓 단골손님이었던 아라에게 들켰다. 아라가 차라리 들고 갔으면 좋으련만 그걸 노숙인을 통해 노숙인 쉼터에 기부했다. 춘재는 아라가 노숙인 쉼터에 갖다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을 보고 노숙인을 따라가 돈을 빼앗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돈을 조용히 조직원에게 주었기에, 조직에는 들키기 않았다고 춘재는 안도했다. 그러다 아라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조직원에게 당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직원 중 친해진 한 명에게 술을 사주면서 최근 조직에서 폭행을 한 사건이 있는지 물었다. 조직원은 춘재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현금배달 좀 잘하지 그랬어요? 형님 몰랐어요? 형님이 돈수거하기 전부터 갖고 올 때까지 형님의 오토바이에 위치추적 장치와 도청장치 했다는 것을? 내가 말했다고 말하지 마요. 그러면 나 죽어요. 의리로 얘기해 주는 건데."
"응, 난 전혀 몰랐어. 나한테 그런 장치를 달고 감시했었어? 그럼 다 알겠네?"
"그럼요. 근데 조직이 도청이나 위치추적했다는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어요. 다른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많이 위험해요. 형님뿐만 아니라 저도 죽는다구요."
"알았어. 자세히 얘기나 해봐."
"형님이 안다던 그 여자가 조직의 돈 1억을 노숙인 쉼터에 주려 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를 것 같아요? 당연히 다 알고 있었죠. 노숙인을 형님이 쫓아간 것도, 돈 뺏아서 우리에게 갖다 준 것도 다 압니다. 우리는 그 여자를 미행했어요.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 여자는 혼자 있지 않고 사람 많은 곳에만 있더군요. 할 수 없이 대구까지 내려와서 그 여자의 머리를 벽돌로 내려쳤죠."
"아. 이런."
춘재는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나 다름없는 아라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벌써 몇 차례 긴급수술하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다. 그때 춘재에게 아라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그의 전화번호가 아라의 폰에 저장되어 있어서 연락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춘재는 병원 이름과 병실에 관해 물었다.
춘재는 본인이 아라의 정보를 보이스피싱 대상자로 정해 조직에 알렸다. 그녀는 본인 때문에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다. 춘재는 그녀가 보이스피싱 당하기 전에 머리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조직이 시키는 것이니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여운 사람 한 명을 죽게 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주운 돈을 노숙자 쉼터에 갖다 주어 착한 일 하려 했을 뿐인 아라가 자기 때문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게 되었다. 춘재는 죄책감이 들었다. 몇 년간 누군가를 등치는 일을 했다는 죄책감, 착하게 살아온 아라 같은 사람이 본인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계속 사람을 낭떠러지에 밀어 넣고 무한 반복적인 나쁜 일을 시키는 조직에 대해 화가 났다. 반항심이 들었다. 영원히 조직의 한가운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던 춘재는 결국 그 정보를 터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잘 모르겠다.
병원에 가기 전 부동산에 슈퍼마켓을 내놓았다. 한참이 지나야 팔릴 것이라 생각했던 춘재의 슈퍼마켓은 내놓은 지 10분도 안되어 팔렸다. 춘재가 바로 옆에 있던 부동산에 얘기해서 내놓는다고 말을 하고 슈퍼 앞 플라스틱 둥근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부동산에서 옆 테이블에서 가게를 알아보던 손님이 춘재의 가게에 대해 궁금해했다. 춘재는 바로 가게를 보여주고 그 손님과 계약했다. 그 손님은 목돈이 있었는지 계약과 동시에 바로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춘재는 그 돈을 들고 아라를 면회하려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간호사 말로는 아라가 중환자라서 현재는 가족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춘재는 아라를 만나지는 못하고 그녀의 병원비라도 내기 위해 간호사실에 갔다. 거기서 간호사들의 대화 소리를 들었다.
“중환자실 아라 씨에게 가족이 한 명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들이 한 명 있다네. 그런데 그 유일한 아들도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대.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 엄마와 아들이 다 다른 사유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어?"
"어머나, 세상에. 진짜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세상이 희한하네. 희한해. 아들은 어느 실에 있어?"
"00실 아진 씨가 바로 아라 씨의 아들이래. 그 아들도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진 것을 119 구급대가 데리고 왔다네”
“아이고 웬일이니?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엄마와 아들이 맞고 쓰러졌다? 우연이 아닌 거 아니야? 무슨 원한관계? 치정극? 뭔가 있네. 분명해. 이유가 없으면 이런 일은 말도 안 되는 거야. 그 엄마도 머리를 맞은 것 같은데, 그 아들도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맞았다던데?”
"그래, 맞아. 아들은 기차역에서 나와 바로 앞 지하철역에서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했어. 소문에 의하면 어떤 여자한테 맞았다던데, 이게 무슨 일이래? 치정극인가? 아들을 사랑하는 어떤 여자가 바람피우는 남자를 쫓아가서 때린 거 아니야?"
"다른 사람에 대해 쓸데없는 소설 쓰지 말고 그만 가서 일해. 지금 한가해? 일 더 시켜줘?"
수간호사의 말에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급히 자리를 옮겼다. 수간호사 눈을 피한 후 대화를 이어갔다.
“하여튼 저 여자 아들 외에 다른 가족은 없는 것 같아. 너무 안 됐네. 두 사람이 유일한 가족인데 둘 다 병원신세니.”
“아라 씨 무척 외로운 사람이었나 봐. 다른 가족과는 아무도 연락되지 않고 아들의 친구 한 사람이 급하게 와서 간호하고 있어.”
“아라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람 중에 이웃 주민, 생필품 가게 주인 같은 사람들만 저장되어 있고 다른 가족이나 친척이 없더라고. 아. 맞다. 아라 씨의 친구분이라는 한 남자가 너무 놀라며 일을 정리하고 지방에서 올라가니 좀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돈도 본인이 내겠다고 하던데? 내연남일까? ㅎㅎㅎ"
"야,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좀 심한 거 아니야? 우리 이제 신경 좀 끄자."
"알았어. 그런데 너도 사실 호기심 들잖아? 관계가 궁금하지 않아? 지는 고귀한 척하는 거 봐."
"알았어. 이제 아라 씨 얘기 그만하고 볼일 보러 가자. 수간호사 또 쫓아올라."
"지가 뭔데 자꾸 우리 보고 이래라 저래라야? 자기가 나이 많다는 거 외에 우리보다 나은 게 있어? 진짜 별로지 않니?"
급하게 올라온 춘재는 바로 간호사에게 말했다.
“아라 씨와 아진 씨의 지인입니다. 병원비 내려고 왔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무슨 사이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냥 돈만 내면 안 되나요?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나요? 말 안 하고 싶은데요.”
“아 네.”
간호사들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친구예요. 오늘 아라 씨와 아진 씨의 병원비를 제가 계산할게요. 그리고 오늘 이후 모든 병원비도 제가 낼 테니 전화 주세요. 제 전화번호 여기 있습니다. ”
춘재는 아라와 아진의 병원비를 계산했다. 간호사들이 아라는 안되지만 아진이는 면회 가능하다고 말했다. 춘재는 아진이를 보러 갔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자는 젊은 청년 아진을 보고 결심했다.
‘더 이상 이 더러운 구덩이에서 계속 허우적거리며 살아갈 순 없어. 나쁜 일 하다가 내 인생을 마감할 순 없어. 보미와 영철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바뀌어야 해.’
춘재는 굳은 결심을 하고 경찰서에 갔다. 경찰에게 몇 년 동안 본인이 가담했던 범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마약 하는 정황, 마약이 오가는 상황, 조직의 우두머리를 비롯한 조직원 얼굴 등이 찍힌 사진과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그로부터 한 참의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