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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Oct 26. 2024

잃지 말아야 할 것들 13

외면하지 않기


<J, 세상 밖으로>
처음 병원에 온 아진이는 상태가 심하지 않아 며칠 동안 입원해서 여러 검사를 했다. 친구 M이 병간호를 했는데, M은 많이 회복된 아진에게 같은 병원에 아진이의 엄마도 입원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려주었다. 경찰이 아라의 가족이나 친척들을 찾는데, 아진이의 폰으로 연락이 오게 되어 알게 되었다고 했다. 아진이는 거동이 가능해질 때부터 엄마 아라의 병실에 계속 있었다. 아라와 아진이는 병원 측의 배려로 2인실에 갔다. 이때 누군가가 두 사람의 병원비를 내주었다고 전해 들었다. 아진이는 누군지 궁금했지만,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엄마의 친구라는 사람이고 이름은 춘재라고 했다. 아진이는 엄마에게 그런 친구가 있었나 떠올려봤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며칠 후 아진이는 퇴원했고, 퇴원과 동시에 엄마 병실에서 하루 종일 있었다.
J는 오랫동안 집안일을 봐준 아라 아주머니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되고 집에 오지 않았다. J가 아는 정보라고는 아주머니의 휴대전화 번호밖에 없다. 수십 번 계속 전화하니 병원에서 받았다. 아라는 전화를 받은 이는 아라 아주머니가 병원 중환자실에 있다고 했다. 간호사는 어떤 사이인지와 면회를 올 건지를 물었다. 얼마 전까지 혼수상태에 빠져 곧 돌아가실지 모를 정도로 위급했으나 수술 후 차츰 차도를 보여 오늘은 지인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밖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J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같이 지내왔던 아주머니가 그런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급하게 준비하고 선글라스,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거의 다 덮은 후 병원에 갔다. 아라 아주머니는 J가 유일하게 알고 지내던 어른이자 유일하게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제일 엄마같이 의지했던 사람이었다. 가는 도중 경찰의 전화가 와 아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J는 아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다.
아라 아주머니를 면회하고 나온 아라에게 간호사는 아라 아주머니의 아들 아진이도 아는 사이인지 물었다. 그도 같은 병원에 있다고 했다. J는 간호사에게 아라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아들 병원비는 모두 본인이 낼 것이라며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간호사는 이미 지금까지 병원비는 아주머니 친구분이라는 사람이 냈다고 했다. J는 어찌 되었든 이후의 병원비는 자신에게 청구해 달라고 했다. 아주머니의 아들이 있다는 병실에 문안 갔다. 대체 아라 아주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본인과 아들이 이렇게 폭행을 당했는지 궁금했다. J는 잠들어 있는 아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본인이 뒤통수를 세게 쳤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기차역에서 지하철역까지 같이 갔던 그 남자. 호감 가던 그 사람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막말하는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가방을 들어 세게 쳤다. 욱해서 치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뛰쳐나왔다. J는 그 사람이 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날 J는 가방 안에 스테인리스로 된 크고 단단한 물통에 따뜻한 물을 담아 갔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나 때문에....’
J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매일 병원에 찾아갔다. 이틀 정도는 자고 있던 아진이만 봤는데 이날은 아진이가 깨어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아진이의 눈이 놀라 동그래졌다. 서로를 한눈에 알아봤다. 아진이는 순간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했다. 분명 누군가가 자신을 뭔가 묵직한 것으로 친 후 급히 사라졌다. 쓰러진 자신에게 수많은 사람이 에워싸서 상태를 살피러 온 것까지는 기억나는 데 이후는 전혀 모르겠다. 저 여자는 자신이 머리 맞기 직전 역에서 본 사람이었다. 쌍꺼풀 선이 눈 크기처럼 크게 그어져 있었고, 윤곽 수술의 부작용 때문인지 뺨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턱까지 칼로 오려낸 듯 세모 형태로 인조인간 같은 느낌을 주던 그 여자가 분명했다. 본인이 그녀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J는 아진 앞에서 스르륵 주저앉았다.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만 수십 번 했다. 아진이는 말할 힘이 없어 손짓으로 의자를 가리켜 J를 침대 옆 의자에 앉게 했다. 그날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진이는 처음 자기 뒤통수를 때리고 간 이가 J인 줄 몰랐으나 그녀가 사죄하는 얘기를 들으니 미안했다. 아진이도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한부로 한 말에 상처받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J는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을 했다며 어떤 식으로든 아진이에게 다 갚겠다고 했다. 그 뒤 J는 매일 병원에 찾아가 아진이의 퇴원을 도왔다. 그리고 아진이의 엄마 아라를 극진하게 간호하고, 아진의 일 등을 도왔다. 간호사실에 가서 아진 씨의 병원비를 계산하러 왔다고 하니 간호사가 이미 계산했고, 앞으로의 병원비도 그분이 낸다고 했다. J는 아라 아주머니 병원비는 본인이 낼 거니 그분에게 연락하지 말고 자신에게 얘기하라고 했다.
뉴스에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나운서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어떤 제보자에 의해 일망타진되었고, 그 제보자의 신원은 알 수 없다는 기사였다. 그 조직은 마약까지 수입해 불법 유통, 판매까지 한 조직이라 경찰은 시민들의 칭찬을 받았다. 뉴스에서 경찰의 집요함이 낳은 정의의 승리라며 대대적으로 경찰을 찬양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경찰에서 아라에게 전화 왔다. 아라를 폭행해서 입원하게 만들었던 조직이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춘재는 아들이 조직에 이용당해 마약까지 강제 투약된 상황에서 아빠로서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빼내기 위해 범죄에 가담한 점,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직에 대해 제보를 한 점이 정상 참작되었다. 원래 받아야 할 형량보다는 줄여 받았다. 춘재는 감옥에서 매일 보미와 영철이에 대한 편지를 썼다. 영철이는 자기 때문에 아빠가 저렇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엄마에게 찾아가 아빠를 용서해 주라고, 한 번만 더 아빠를 믿어달라고 무릎 꿇고 부탁했다. 영철이도 매일 아빠에게 답장을 했다.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자신을 키워주고 자기를 빼내기 위해 애써준 춘재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영철이는 이제 예전의 나태한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아빠가 감옥 간 이후 영철이는 변했다. 마약중독 재활 센터, 치료 센터에 꾸준히 가서 치료를 받았으며, 새벽에 일어나 우유와 신문 배달을 했다. 춘재가 운영했던 슈퍼마켓은 정리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엄마를 1년 정도 도와 작은 토스트 가게를 하면서 아빠가 올 날만을 기다렸다. 1년 정도 엄마의 토스트 가게가 자리를 잡을 때쯤 영철이는 수능을 치고 대학에 들어갔다. 새벽에 배달하고 가끔 토스트 가게도 도우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장학금을 받고 경영학과 들어가서 4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중학교 때 이상한 세상에 발 디뎌 세상의 쓴맛을 본 영철이라 그런지 모범, 정직, 성실, 건실 등 세상에 좋다는 단어를 모두 갖다 붙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J는 며칠 뒤 집에서 뉴스를 보았다. 그 뉴스에 익숙한 얼굴이 나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얼마 전 보이스피싱 및 마약 유통 및 판매 혐의를 받던 범죄 조직이 잡혔으나 우두머리는 도주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 조직의 우두머리가 오늘 잡혔다면서 뉴스에 사진이 나왔다. 사진을 보고 J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빠였다. 아라 아주머니를 저렇게 만든 사람이 본인의 아빠였다니.
의사가 일주일 정도 후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괜찮으면 그때 퇴원해도 된다고 아라에게 말했다. J는 집에 있는 현금 박스 1개를 여행용 가방에 차곡차곡 담고 밖에 나와 어딘가를 향해 걸었다. 엄마보다 더 가족같이 느꼈던 아라에 대한 보답과 아진에 대해 사죄를 하고 싶었다. J는 어딘가 들뜬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힘찬 발걸음으로 이동했다. J는 부모에게 남겨진 재산이 많아서 죽고 나서도 다 못 쓸 만큼이라 도와달라고 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저 혼자 이 세상에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외로운 제 곁에서 도와준 아라 아주머니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라 아주머니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저와 관련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아라와 아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범죄조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J랑은 관련 없어."
"자세한 건 괴로우니까 묻지 마세요. 그냥 저 진짜 아라 아주머니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역 지하철에서 제가 머리를 가격해서 다치게 한 아진씨에 대해 너무 미안했어요. 제가 다치게 해서 입원까지 한 아진씨에게 당연히 가해자인 제가 보상도 하고 싶었어요. 제발 더 이상 묻지 마시고 제가 하는 선물을 그냥 아무 말 없이 받아주시면 됩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하여튼 결론은 J가 나와 아진이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 그 말이지?"
"네."
"대체 무슨 선물인데? 대체 뭐길래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야?"
"그냥 저 따라와 주세요. 보면 압니다."
J는 아라 아주머니와 아진을 데리고 J집 바로 옆집 앞에 섰다.
"바로 여기에요.  너무 큰돈이 제기 있어 쓸 궁리만 했거든요. 두 사람에게 집을 선물하게 해 주세요. 받아주신다면 진짜 감사합니다. "
아라와 아진의 집을 사는 데 현금 박스 1개를 썼던 J는 나머지 여러 박스에 편지를 써서 배달원을 통해 경찰서에 모두 보냈다. 조직의 우두머리까지 다 잡힌 뉴스는 일주일 내내 보도되었다.
J는 아라, 아진이가 알아봐 준 병원에 충분히 상담을 받고 눈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 나를 위해주고 걱정해 주는 아라, 아진이가 있는 한 어떤 것도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진이는 면접 본 외국 회사의 회장 눈에 띄어 승진도 빨리 하고 성과를 많이 냈다. 아라는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어 요즘은 요가와 줌바를 했다. 가요 교실에 가서 노래도 배웠다. 아라는 혼자 커피를 내려 마시며 생각했다.
‘인생은 한 번 살지만, 제대로 살면 그 한 번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침 햇살 같은 아름다운 이 시간을 감사하며 사는 것 그게 바로 행복 아닐까? 아, 간절히 기다리던 꽃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네. 내 앞에 행복이 있었어.’
<에필로그>
아진이는 아침 출근길, 하늘과 산이 맞닿는 선이 좋았다. 신호등에 설 때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저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어떤 사연이나 이야기들이 있는지 상상하는 걸 즐겨했다. 아침 직장동료가 출근해서 같은 실에 근무하고 있는 동료를 위해 원두 가는 향기가 좋았다. 아진이는 동료에게 고마워하며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다. 동료가 진하게 내려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넣었다. 아진이는 처음 한 모금 마실 때의 향과 맛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커피를 마시며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 오늘 해야 할 일을 꼽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퇴근 후나 주말에 여행을 떠났다. 아진이는 여행 그 자체, 여행이 주는 설렘, 희열이 좋았다. 여행하다 우연히 만나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사람, 장소, 분위기를 아진이는 좋아했다. 여행의 분위기에 놀랍도록 본인이 잘 어울릴 때를 느끼며 그 지역의 공기를 피부로 느꼈다.
아라는 독서하며 책 내용과 공감이 될 때, 특히 독서하며 창의적인 작가의 생각에 감탄할 때 행복감을 느꼈다. 아라는 연극, 뮤지컬, 영화, 미술, 전시 등을 관람할 때, 실제 주변인, 뉴스,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속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볼 때, 달이 꽉 찬 가을날처럼 감성이 충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아라는 다음 달에 아들 아진이 와 스페인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아라는 뭔가 새로운 것, 내게 의미 있는 것을 배우고, 평소 나의 관심사와 다른 색다른 것을 접해 보는 것이 좋았다. 한 시간 후 아들 아진이와 만나 맛있는 음식 먹으며 여행계획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아라는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임을 느꼈다. 아라는 얼마 전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블로그, 스레드, 브런치 같은 앱에서 매일 글을 썼다. 매일 쓰다 보니 아라의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를 만나게 되었고, 에세이 책을 3권 내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는 단편소설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영철이는 물리치료학과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된 손님인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했다. 그냥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극진하게 해서 어른들의 애정을 많이 받았다. 영철이는 십 대 시절 어두운 곳에 몸을 담았다가 아빠 춘재 덕분에 빠져나왔다. 이후 영철이는 평범한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꼈다. 고3 졸업을 몇 달 남겨놓고 영철이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열심히 공부해서 3년제 물리치료학과에 갔다. 취업을 한 후 자신의 치료가 누군가에게 미약하게나마 좋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뿌듯함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로 인해 누군가에 뜻깊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영철이의 자존감을 키워주었다. 영철이는 떨어져 있는 경험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영철이는 아빠와 엄마가 다시 재결합해서 평범한 가정을 갖는 게 꿈이었다. 아빠가 출소한 이후 '엄마, 아빠 다시 결혼시키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춘재와 영철이, 그리고 보미는 힘든 일을 겪어보니 세상은 만만찮았지만 그 누군가는 남의 슬픔과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고 자신들을 도우려 했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타인을 도우려는 이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살만한 곳임을 깨달았다. 특히 영철이는 친아빠가 마지막까지 청소년들을 걱정하고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새아빠인 영철이와 보미가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해준 사랑과 희생을 생각했다. 덕분에 마약까지 중독되고 범죄를 저지른 자신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경찰, 사회복지사, 선생님, 수많은 자원봉사자, 마약중독 재활치료를 도운 의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아름다운 세상임을 왜 자신은 외면하고 살았을까 생각했다.  
J는 결심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따뜻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
  J는 아버지에 대한 사죄로 남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아버지가 부하를 시켜 보내왔던 돈을 경찰서에 다 준 상태였고, 엄마의 보험금으로 아라와 아진이의 집 한 채 사주고 남은 건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 하나가 재산의 전부였다. 집을 팔았다. 판 돈을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여자노숙인 쉼터를 지었다. J는 노숙인 중에서 남자 노숙인보다 더 위험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여자 노숙인에게 쓰라고 그 건물을 기증했다. J는 사회복지학을 인터넷강의로 배워서 사회복지 2급 자격증을 땄다. 얼마 전부터는 본인이 기증한 여성 노숙인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열정과 힘을 쓰기 시작하면서 J는 세상을 다시 받아들였다. 아라가 소개해 준 성형외과에서 충분히 상담받은 후 쌍꺼풀 재수술을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수술이 성공했다. 예전 밤에 잘 때눈 눈이 감기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J는 점점 미소를 찾아갔다. J는 여성노숙인, 동료 봉사자 등과 많은 대화도 하고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이제 세상은 J에게 살만한 곳, 아름다운 곳이었다.
J가 퇴근하는 길 횡단보도에 서서 건너편에 있는 회색 코트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초록색 불이 켜지자 두 남녀는 서로를 향해 활짝 웃으며 뛰어갔다. 아진이 와 J는 미소 지으며 두 손을 맞잡고 한 발 한 발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볕뉘 작은 틈을 통하여 잠깐 비치는 햇볕에 두 사람의 활기찬 미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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