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1순위로 바다를 꼽는다. 생각한 것보다 바다에 가면 할 수 있는 일은 사진을 찍거나 바다를 따라 산책을 한다거나 발을 잠시 담그는 일 등 한정적이다. 한술 더 떠 난 바다를 가면 그냥 지평선 바다의 끝을 바라보며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부서지는 바다의 소리와 있다면 그 바다여행은 그만이다. 바다를 사랑하게 된 건 엉뚱한 질문의 따분한 대답을 했을 때부터였다.
“바다는 왜 하늘색이지?”
“바다에 하늘이 비춰서 하늘색이야.”
그 대답에 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바다의 모습이 우리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했다. 다른 색을 가진 무언가가 나의 색이 되어 스며든다는 건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진다. 바다와 하늘처럼 우리도 바라만 보는 동경의 꿈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을 닿기 위해 점점 닮아가고 스며든다. 그렇게 바다도 하늘을 사랑하는 마음에 모든 면을 내어놓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하늘에 먹구름이 쌓이면 바다도 회색빛으로, 하늘에 햇살이 비추면 바다는 그 햇빛으로 보석을 박아 반짝인다. 마음을 숨기 지를 못하고 하늘의 기분마저 닮아가는 듯하다. 어둑한 밤이 찾아와 푸른색마저 잃어도 멈추지 않는 밤바다의 파도소리는 주변이 고요할수록 더 선명해진다.
그러나 바닷물을 두 손에 담아 가까이 보면 바다의 본연의 색은 더 아름답다.
굳이 하늘색을 담지 않아도, 노을빛을 담지 않아도 속이 보이는 투명한 색은 바다의 매력을 더한다. 바다는 겉으로 보이는 하늘빛과 다르게 본인의 색을 깊숙이 담고 있는 걸 보니 아무리 하늘의 색으로 불려도 충분히 자신을 잃지 않고 있는 강한 존재라고 느껴졌고 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부서져도 자신의 선을 지키는 것이 대단하다.
평범한 인간이 무언가 동경하고 사랑하면 커다란 바다와 같아지기에 두려움에 용감해지며, 마주한 운명 앞에 부서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흐르며 살고 있음을 알고 있다.
특별함과 익숙함을 모두 품고 있는 바다이기에 가본 적 있던 바다라도 새로운 바다를 마주하는 듯하고 가본 적 없던 바다라도 늘 그리던 바다를 마주하는 듯하다. 그래서 따뜻하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하는 바다에 가는 걸 사랑하나 보다. 저 멀리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큼은 바다와 하늘이 하나의 지평선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어디에선가 각자의 하늘과 바다가 만나 있지 않을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