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by 노콩


나는 사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딱 한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다. 독자를 염두에 둔 글쓰기이냐 아니냐가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런 글을 읽어 보자.


나는 오늘도 아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사실 이번은 아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충분히 알고 있지만 나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또 아이를 잡았다. 나는 왜 이렇게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 하는 걸까. 엄마가 된 후로 더 심각해진 것 같다. 나의 문제일까, 환경의 문제일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것은 일기이다. 내용이 짧고 긴 것의 문제가 아니다. 이 글을 읽으면 아들과 어떤 일을 겪었기에 ‘나’는 소리를 지른 것인지, 정말 아들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지, 정말 ‘나’가 감정 주체를 못해 아이를 잡은 상황이 맞는 건인지, 독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정보가 없다. 그냥 화자가 말하는 대로 읽을 수밖에 없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게 전부다. 이런 글은 독자에게 어떤 동기부여나 생각의 자극이나 더 발전된 무언가를 끌어내지 못 한다. 사실 공감은 할 수 있다. 이런 상황과 고민은 흔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글을 누군가 읽게 된다면(즉 독자가 있다면) ‘이런 것도 글이라고!’하는 무서운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나는 글을 게시하는 입장에서 그 말이 가장 무섭다. ‘이런 것도 글이라고!’


그렇다면 일기를 어떻게 에세이로 바꿀 수 있을까?

먼저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이 좀 더 있어야겠다. ‘나’가 소리를 질렀던 그 시점 즉 ‘나’의 눈에 거슬렸던 아이의 행동이 뭐였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거기다 ‘나’가 가지고 있었던 심리상태에 대해 얘기해준다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오늘도 아이는 밥을 남겼다. 키도 작고 몸도 작아 늘 먹는 것에 신경을 쓰는데 아이는 언제나 입이 짧다. 한 숟가락만 더 먹어라, 한 숟가락만 더 먹어라 그러다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아이가 작은 것이 내 탓인 것만 같다. 놀이터에서 만나는 아이 친구 엄마들도 걱정스러운 듯 아이 키가 작다고 한 마디씩 거들고, 나도 눈으로 아이 키가 작은 게 보이니까 먹는 것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 예전의 나는 예민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자식 문제에 모든 엄마들은 이렇게 예민해지는 것일까......



이렇게 전개되는 글이라면 아마 윗글보다 좀 더 읽는 입장에서 재미가 있을 것이다. 독자를 생각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에 탁월한 글쓰기 기법과 작가적 시각을 담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에세이가 될 것이다.


나는 성인 글쓰기 코칭을 할 때 ‘일기 에세이’ 또는 ‘준 에세이’라는 말을 쓴다. 일기처럼 가볍게 쓰지만, 점점 독자가 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진행되어 가는 글쓰기.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이다. 처음부터 에세이 (수필이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쉽겠다)를 쓰라고 하면 좀 막막해한다. 그러나 일기처럼 쓰라고 하면 좀 덜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무튼 일기든 에세이든 똑같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바로 ‘위로’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얻는 위로가 있다. 그 매력 때문에 자꾸만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 없어도 쓰고, 더 잘 쓰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내가 받은 이 위로를 독자에게도 주고 싶다’ 그 생각이 있을 것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 꿈만 같은 일을 이루고 싶어서 누군가는 브런치에, 누군가는 SNS에 수없이 쓰고 포스팅하는 것일 테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내 진심을 글에 담는다. 브런치를 통해 읽은 많은 사람들의 글이 그러했다. 그러니 일기와 에세이를 너무 구분 짓지 말고 일단은 쓰자. 내 진심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위로’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일기와 에세이의 공통점은?


저는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일기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에세이는 독자를 위로합니다. 그 위로는 가르침의 형태로 오기도 하고, 공감의 형태로 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얻게 된 그 무엇을 (그게 너무 좋아서) 기록으로 남기거나, 남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위한다면 미래의 내가 봐도 알 수 있겠금, 남을 위한다면 독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글을 써보세요. 글의 가치를 조금 더 올릴 수 있습니다.




요즘 글쓰기의 매력에 빠진 우리 아들! 9살 공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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