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홈센터에서 이불을 사고 바로 집으로 오기가 아쉬웠다. 해가 일찍 지는 일본이기에 공원에서 광합성이나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5분 거리의 꽤 큰 공원 발견하고 바로 차를 돌렸다.
주차를 하고 쥐구멍 같은 곳을 빠져나가니 탁 트인 바다를 보는듯한 광활한 대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저 눈만 떴을 뿐인데 몸 안의 모든 구멍들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엄마젖을 찾는 새끼돼지처럼 눈앞의 자연에너지를 받으려는 듯이.
정말 몰랐던 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땅이 3배가 넓다고 한다. 난 정말 일본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와 땅크기가 비슷한 줄 알았다. (무식이 통통) 그런데 이렇게 넓은 면적 대비 인구수는 1억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화려하진 않아도 넓은 땅을 무심히, 하지만 아낌없이 쓰는 느낌이 수긍이 갔다. 그렇게 한참을 발가벗겨진 겨울의 공원을 음미하며 걸었다. 걷다 보니 공원 사이드에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바자회 느낌이 물씬 났다. 아니나 다를까 호기심 많은 남편의 관찰결과 100엔~300엔 정도의 참가비를 내고 사격, 뽑기 등을 하며 과자를 타는 작은 행사였다. 탁자 몇 개를 세워두고 과자박스 등을 올려 총쏘기를 하고, 뽑기 종이를 접어 고를 수 있게 담아둔 상자 하며 왜 이렇게 정감이 가던지... 마치 내 초등학교시절로 돌아간듯한 기분이었다.
일본의 바자회를 처음 보고, 체험하며 느껴지는 한 가지 감정이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땅덩어리도 크고, 공원도 크고, 경제력도 앞선다고 하지만 일본 속에 지내며 매번 내가 느끼는 감정의 핵심은 참 소박하다는 것이다. 바자회라는 것이 화려할 필요가 없다지만, 내가 한국에서 느꼈던 갓 설거지를 마친 뽀득뽀득한 그릇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낡고 오래됐지만 소중해서 버리지 못하는 유행 지난 그릇을 보는 듯한.
소박함이란 단어가 좋다. 과하지 않다는 것. 꾸밈이 덜하다는 것. 정직함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의 단어. 일본에서 느껴지는 소박함들은 나를 편안하고 평화롭게 해준다. 이럴 때마다 일본은 외국인이 살기에 참 좋은 나라구나 싶다. 타인에게 평안과 여유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아직까지도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열심히 동해를 건너 한국 가는 꿈을 꾸는 걸 보니 나는 뼈솟깊이 화려함이 박혀진 한국인인가 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