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효진 Feb 16. 2024

일본 맥도널드에서..

오늘은 맥도널드에 사람이 없다. 우연인지 내 맞은편에 세 가족이 나란히 앉아 햄버거를 먹는다. 모두 아이를 한 명씩 두었다. 아이들이 꽤나 시끄러운데 부모들이 크게 제지하지 않는다. (의외다.) 엄마, 아빠, 아이 모두 세트를 시켰다. 엄마는 콜라대신 아이스라떼. 이 의미 없는 동질감이란. 부모들은 조용히 앉아 별 대화 없이 햄버거를 먹는다. 햄버거를 먹다가 아이의 옷에 케찹이 묻었는지 엄마가 옷을 벗긴다. 그리고 자연스레 아빠가 일어나 옷을 받아 들고 화장실로 간다. 선해 보이는 인상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싶다. 그리고 남편에게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한다. 열심히 돈 벌고 있는 남편은 귀가 몹시도 가려울 것이다. 


찬찬히 매장을 둘러보니 외벽공사 중인 것이 눈에 띄었다. 왜 이리 사람이 없나 했더니... 나같이 공사에 무심한 몇몇 사람만이 들어왔나 보다. 그래도 직원들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매장은 몇 없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하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여유롭게 햄버거를 먹고 어딘가에선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다. 어떤 이는 망망대해 위에 멀미로 누워 집에 갈 날만을 기다리고, 다른 배에선 크루즈여행의 끝을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을 통과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이렇게나 다채롭다. 


허무함과 감사함이, 결핍과 풍족이, 나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감정과 경험들이 공존하는 지금 이 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