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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Dec 02. 2024

망한 시간은 없다.

쇼핑몰에 갈 일이 생겼다. 볼일을 본 후 쇼핑몰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사실 쇼핑몰 안의 스타벅스는 좁고 사람이 많은 곳이라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꽤 오래 자전거를 탔던지라 많이 지쳐있었다. 게다가 발에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었으니 피로감은 두배로 점프. 

다행히 구석진 곳에 남겨진 자리가 하나 있었다. 얼른 가방을 던져놓고 주문을 했다. 

핫 오트라떼.

마시자마자 후회했다. 생전 마시지도 않던 오트라떼는 왜 시켰을까?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나도 모를 이유로 하는 행동들. 이제와 후회한들 뭐 하리. 

아무튼 핫 오트라떼를 들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배터리를 보니 10%. 

준비성이 엉성한 것이 티가나도 너무 난다. 머리를 쥐어박으며 노트북을 닫았다. '어차피 피곤해서 글도 써지지 않았을 거야'라고 위로하며 필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필사노트가 보이지 않는다. 

엉성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채우려 마음먹었는데 택도 없다. 짜증이 오를 때로 올랐다. 다 포기하고 핸드폰으로 밀리를 들어가 한 페이지도 안 읽었는데 고개가 절로 떨구어진다. 


"에라, 모르겠다." 


그대로 고꾸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뜨니 30분 넘게 잤나 보다. 


"아, 창피해. 남의 나라 스벅에서 혼자 처량하게 뭐 하는 짓이야..."


허망하게 앉아있자니 공모전 날짜가 떠올랐다. 걱정이 밀려왔다. 자연스럽게 동화 글감으로 생각을 옮겼다. 갑자기 괜찮은 글감이 번뜩하고 떠올랐다. 얼른 카톡 내게 쓰기를 열어 적기 시작했다. 고치고 수정하고를 몇 번 하다 보니 괜찮은 스토리가 나왔다. 


"이거면 된 거지!"


허무하고 망한 것 같은 하루였었다. 그런데 글감이 떠올랐고, 간단히 스토리로 적어놓고 보니 횡재한 하루였다. 창작에서 제일 중요한 꿀 같은 글감과 스토리의 뼈대를 얻었으니. 


여기까지가 지난주의 일이었고, 지금 나는 다시 스타벅스에 앉아 이야기를 쓰고 있다. 

망한 것 같은 하루가 나의 글을 완성시켜주고 있다. 


결론, 망한 시간은 없다. 모든 시간은 다 그 자체로의 의미가 있다. 


(오늘의 주문은 안전한 핫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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