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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Aug 08. 2024

오늘 달려야 하는 이유를 만들자!(2)

런린이 다이어리 33-2

네 번째, 운동을 하면서 얻는 긍정적인 변화가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면, 이러한 성과를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하나의 심리적 기제가 된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하면서 다이어트를 했는데, 달리기를 하루라도 쉬면 왠지 다시 체중이 확 오를 것 같거나, 어렵게 끌어올린 체력이 확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또는 하루라도 쉬면 운동하기 싫은 마음이 나를 지배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몸이 무겁거나 피곤해도 꾸역꾸역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관을 나선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하다 보면 다시 몸이 가볍고 편해진다.


다섯 번째, 좋은 운동 메이트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코로나19 발병 전에 내가 운동 습관을 들이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친한 운동 메이트 'OH'였다. 회사 농구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OH의 권유로 점심시간에 회사 피트니스에 운동을 같이하게 되었다. 크로스핏과 복싱을 배우던 친구인데, 나에게 여러 동작을 가르쳐줘서 같이 운동을 하면서 운동에 빠졌다. 스쿼트, 런지, 버피, 플랭크, 케틀벨 스윙, 마운틴 클라이머 등 이때 배운 동작들이다. 그러면서 맨몸 운동에 관심이 높아졌다. 매일 점심시간에 둘이서 붉은색 유도매트(회사 피트니스에 붉은색 유도 매트 4장이 깔려있다) 위에서 함께 운동을 하며, 운동이 습관이 되었다. 사실 달리기에 빠질 수 있었던 것도 이때부터 운동하는 것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또한 훌륭한 운동 멘토가 곁에 있어도 좋다. 필라테스를 계기로 알게 된 모임필라테스의 LS 원장님이 종종 달리기에 대한 팁을 준다. 달리기를 시작하며 저속으로 뛰어볼 것을, 달리기가 지겨워질 때쯤 인터벌 달리기를 해볼 것을, 달리거나 걷는 자세에서 팔 동작이 너무 적다고 팔 스윙을 크게 해 보라는 코칭을,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면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밸런스 운동, 코어 운동, 중둔근 운동, 폼롤러 마사지 등 기술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코칭을 해준다. 그리고 수업에서 배운 것을 달리면서 적용해 보는 재미가 새록 새록새록하다.


최근에는 일전에 마라톤 대회를 추천해 줬던 P 과장, K 과장(최근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을 비롯해 달리기를 좋아하는 직원들과 점심 자리를 갖는다. 서로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시간이 순식간이다. 덕분에 런데이라는 달리기 어플이 유용한 것을 알았다. 서로 어느 코스를 달리는지, 나는 새벽 시간에 달리지만, 다른 후배들은 퇴근하고 달렸다. 다른 시간대 러닝은 날씨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 지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P 과장이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케이던스(Cadence: 단위 시간당 발걸음 수로 1분간 걸은 총 발걸음)의 개념을 새롭게 일깨워 줬다. 분당 180보(180 spm: Step per Minute)가 부상 방지에 좋다 해서, 그 후로 케이던스를 신경 써서 달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에 대한 정보 그리고 느낌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해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나면 즐겁지만 현재의 공통점이 없기 때문에 추억을 회상하다가 각자의 고단한 삶을 토로하다가 헤어진다. 하지만 달리기라는 공통의 취미가 생기면, 달리기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고 활력이 솟는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또 달리고 싶어 진다.


이외에도 평소에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를 찾는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하나의 계기가 된다. '런린이 다이어리'를 쓰려면 꾸준히 달려야 한다. 만약 내가 달리기를 쉬면서 이 글을 쓴다면, 글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글에 대한 아이디어도 고갈될 것이다. 그래서 런린이 다이어리를 계속 쓰기 위해서라도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달리다 보면 이렇게 써볼까? 저렇게 써볼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꾸준히 달릴 수 있는 것은 강한 의지력보다는 달리기를 해야 할 이유를 많이 만든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달리기를 쉴 수가 없다.


사실 난 그렇게 의지력이 강하거나 독하거나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달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즐기는 달리기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문뜩, 슬램덩크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달리기, 좋아하세요?"

<끝>


쭉 펼쳐진 길을 달리다면 왠지 모를 시원함이 느껴진다. 다른 풍경을 음미하면서 달리는 것도 달리기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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