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33-1
어느 순간 주변에서 나는 '대단한' 또는 '독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단지 달리기가 좋아서 꾸준히 한 것뿐인데.
사실 나 스스로 그렇게 대단한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달리기에 반해 버린 것뿐이다.
주 4일~5일은 달리기를 하고 있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일산호수공원을, 주중 3일은 회사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달린다. 그리고 이제 이 루틴은 2년간 유지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을 꾸준히 달릴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되돌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답은 달리기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해온 것이 방법이었다. 달려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었다.
첫 번째, 운동=양치질이라고 생각했다. 운동하는 것은 양치질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는 것.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나서, 그리고 자기 직전에 양치질을 한다. 행여 어쩌다가 양치질을 안 하는 날(예를 들면 주말)은 하루 종일 찝찝하다. 나에게 운동이 양치질과 마찬가지다. 매일 꼭 해야 하는, 안 하면 찝찝한 그런 것이 운동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그리고 그 운동이 이제는 달리기가 되었다. 달리기가 몸에 익으니, 단순히 스스로 세뇌할 필요가 없어졌다.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한 것이 하루종일 찝찝하다.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두 번째, 운동은 하러 가기 쉽고 편해야 한다. 나는 운동하러 가는 장소가 평상시 내 동선 안에서 유지한다. 예를 들면 일산호수공원은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필라테스는 집에서 10분 거리, 피트니스는 회사에 있다. 굳이 회사의 장점을 꼽으라면, 회사내 피트니스가 있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할 무렵에는 의욕에 불타지만 조금만 지나면 운동하러 가기 귀찮아지곤 한다. 그래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가기 쉬워야 꾸역 꾸역이라도 간다. 만약에 운동하는 장소가 집-회사 동선에서 벗어나 있어, 운동하기 위해 멀리 돌아가야 한다면, 심지어 차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면, 십중팔구는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안 갈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처음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항상 현관에 운동하러 나가기 편하게 운동화를 세팅하는 것도 운동 습관을 기르는 하나의 심리 기제라고 소개한 내용이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온몸이 천근만근, 쉬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마음이 귀찮음을 느낄 새 없이 옷 갈아입고 현관으로 가서 운동화를 신고 나가다 보면 운동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달리기를 하면서 나에게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를 찾는 것도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는 큰 동기부여다. 달리기를 하면서 체중이 줄었고, 체력이 좋아졌고, 심폐 지구력이 좋아졌다. 그리고 달리기로 몸 안에 잉여 에너지를 다 소진해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안정됐다. 다른 말로 스트레스와 짜증이 줄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찾으면, 운동을 더 하고 싶어 진다. 필라테스도 그랬다. 필라테스를 하며 자세를 교정하다 보니, 몸이 편해졌다. 오른쪽 날개뼈 부근이 늘 불편했는데, 필라테스를 하고 나니 몸의 불편함이 사라졌다. 수상스키를 타면서 발목을 접질린 이후 오른 발목에 잔통증이 있었는데, 어느새 잔통증이 사라졌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수록 필라테스를 더 즐기게 됐다. 그래서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평소 인지 못하고 있던 근육을 내 의지로 움직이는 그 느낌이 짜릿하다. 지난 주말에는 한 발로 서서 버티는 중둔근을 했다. 그냥 버티는 힘이 아닌, 내 의지로 중둔근에 자극을 주는 연습을 했다. 내 의지로 중둔근에 자극을 주고 쓰면서, 작은 근육이지만 내 몸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았다는 느낌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또한 필라테스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다 보면 근육에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말하는 통증은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느끼는 피로감이다. 다쳐서 아픈 통증과는 다르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그 통증이 괴롭기만 하다. 하지만 그 통증이 근육이 열일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견딜만하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 견딜만하다.
그래서 필라테스도 꾸준하게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