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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Aug 01. 2024

런린이의 인사이드아웃:오늘만 날이 아니야!(3)

런린이 다이어리 32-3

일산호수공원 지도. 출처: 고양 특례시 홈페이지


견뚜기 눈앞에 호수공원으로 들어왔던 입구와 백송화장실과 관리사무소가 보인다.


따분: (소파에 누운 채 다시 몸을 컨트롤 타워 쪽으로 돌리며) 이제 호수공원 한 바퀴야! 이만하면 충분해. 

       견뚜기도 힘들어해!

기쁨: 아직 더 달릴 수 있어. 이제 겨우 한 바퀴야! 

        그리고 5km라도 채우려면 작은 도서관에서 300m는 더 달려야 해.

소심: 오늘은 한 바퀴만 달리는 것이 어때? 여름이라 습해서 그런지 봄이나 가을보다 더 힘든 거 같아.

불안: 견뚜기 심박수를 봤어? 아마 190 bpm에 달할 거야! 너무 숨차하잖아. 

        이러다 심장이 터지면 어떻게 해?

        당장 멈춰야 해! (불안한 발걸음으로 컨트롤 타워 방안을 돌아다닌다)

기쁨: 자~ 자~ 다들 진정들 해. 견뚜기는 괜찮을 거야. 심박수부터 확인해 보자. 


견뚜기가 왼손을 들어 스마트 와치를 확인한다. 심박수는 170 bpm 대다. 조금 페이스를 낮춰 숨을 고른다. 이어 호수공원으로 들어왔던 입구 쪽에 작은 도서관을 지나 주제 화장실을 지나 매점을 지난다. 

집에서 호수공원까지 1km 달렸고, 호수공원에서 5km 달리기까지 300m만 더 달리면 된다. 일산호수공원은 1바퀴에 4.71km다. 

견뚜기 팔스윙을 크게 하며 힘을 내 본다.


따분: 호수공원 5km 다 달렸어. 이제 좀 걷자.

기쁨: 더 달리고 싶어. 더 달릴 수 있어

불안: 너무 무리하지 마. 지금도 몸이 100% 정상은 아니잖아! 무리했다가 탈 나면, 진짜 못 달려!

소심: 날도 너무 덥고 습해. 

기쁨: 아니야. 좀 더 달릴 수 있어. 

불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만 좀 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이러다 심장이 터지는 거 아냐? 

        이러다 정말 큰 일 나겠어!

기쁨: 얘들아! 두 바퀴는 달려야 해! 그게 견뚜기가 스스로와 약속한 거야!

따분: 이 덥고 습한 날씨에? 한 바퀴면 충분해!

까칠: 아우 견뚜기 얼굴에 땀 좀 봐. 누가 보면 땀비 맞은 줄 알겠어. 

슬픔: 무리해서 견뚜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 슬플 거야.


불안, 소심, 따분, 까칠, 슬픔이 기쁨이를 둘러싸고 계속 성토한다. 기쁨이가 두 손을 들어 귀를 막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보지만, 다른 감정들의 아우성에 마음이 흔들린다.


기쁨:(마지못해) 그래? 하긴 오늘은 견뚜기가 너무 지쳐 보여. 그러면 집에 갈 때까지라고 달리고 싶은데...


견뚜기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걷는다. 그러면서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들며 깊게 심호흡을 한다.

따분: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잘했어. 그래도 5km는 채웠어. 충분히 달렸어. 

슬픔: 그래도 조금 더 집까지 달렸으면 좋았을 텐데. 왠지 또 진 기분이야.

따분: 이제 걸어서 가자.

불안: 이거면 충분해. 날이 너무 덥잖아. 걸어서 집에 가면서 다시 계획을 잘 세워보자. 

기쁨: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시 달릴 거야. 집까지.


견뚜기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반대 방향으로 다시 달린다. 작은 도서관 입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 집으로 향한다.


따분: 오늘 달리기는 끝났잖아. 이제 걷자. 

기쁨: (따분을 째려보며) 집까지 달려갈 거야.

소심: 천천히 걸으면서 쿨다운해도 될 텐데. 고집쟁이.

기쁨: (정면만 응시하며) 다들 나한테 말 걸지 마. 견뚜기는 달릴 거야.

소심: 횡단보도 앞에선 잠시 멈추고! 새벽이라도 도로에 차가 있을 수 있잖아. 조심해. 잘 둘러보고 가야지.

기쁨: 이미 좌우로 봤어! 도로에 차 없어! 괜찮아.


견뚜기 집 앞에 도착해, 걸음을 멈추고 깊게 심호흡을 한다. 달린 후 상쾌함과 개운함이 밀려들어 온다.


기쁨이 오늘 마지막에 걸었던 기억, 호수공원을 2바퀴 다 못 돌고 1바퀴만 돌았던 아쉬운 마음이 담긴 기억의 구슬이 나오자, 두 손으로 구슬을 든다.


까칠: 이런 기분 너무 짜증나. 마치 화장실 갔다가 중간에 나온 것보다 더 찝찝해. 

불안: (눈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 오늘 중도 포기했는데, 다음번에도 그러면 어떡하지? 

         앞으로 쭉 이렇게 계속 퇴보하는 거 아니야?

기쁨: 오늘은 오늘일 뿐이야. 다음엔 꼭 목표대로 달릴 수 있을 거야.

버럭: 그래.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다음에 달리면 돼!

슬픔: (기쁨이에게 기억의 구슬을 받아 들며) 내일(일요일)도 있어.

       내일 아침 달릴 때 잊지 않도록 이 아쉬운 감정을 소중히 간직하자.  

기쁨: 그러자. 슬픔아. 그래도 잘 달렸어! 수고했어. 견뚜기!


기쁨이가 견뚜기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영화 속 감정들의 대장은 기쁨이었다. 

달리기를 할 때 내 머릿속 대장은 누굴까? 아마도 기쁨이인 것 같다. 

매일 아침 달리는 즐거움을 찾아 기쁨이가 나를 또 달리도록 이끌고 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나를 유혹하는 소심이, 따분이, 불안이 그리고 오버 페이스를 원하는 버럭이를 잘 다독이고 있다.


"앞으로도 힘내자! 기쁨아!"

<끝>


낙수교를 지나 폭포광장을 향하는 구간이 되면 힘이 든다. 그래서 팔스윙을 오히려 크게 해서 힘을 내곤 한다. 사진은 걷는 것이 아니다. 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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