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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ul 29. 2024

런린이의 인사이드 아웃: 따분이를 믿지마! (2)

런린이 다이어리 32-2

일산호수공원 지도. 출처: 고양 특례시 홈페이지


견뚜기가 아랫말산을 지나 농구코트로 향하니 또 1km를 달렸다는 진동이 울린다. 지금까지 총 3km를 달렸다.


따분: (조종석 옆에 소파에 누워있다가 나른하게 몸을 일으킨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3km면 충분히 뛰었잖아. 운동도 된 것 같고. 숨이 차오르는데 잠시 걷는 것은 어때?

기쁨: (두 손을 들어 흔들면서) 안돼! 안돼! 아직 견뚜기의 다리 근육을 달릴 수 있어! 여기서 멈추면 안 돼!

따분: (목소리를 높여) 충분히 달렸어! 편하게 갈 수도 있잖아!

기쁨: 안돼! 쉬지 않고 달려야 해. 그게 목표잖아!

따분: (넌더리가 난다는 듯이 오른손을 들어 털면서) 그렇게 힘들게 살지 좀 마. 

기쁨: (따분이를 째려보며) 이걸 견디고 나면 그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따분이 너도 잘 알잖아. 

        따분이 넌 다시 저리 가있어! 이제는 너한테 휘둘리지 않을 거야!

따분: 2년 전에는 해도 항상 내가 이겼는데.. 

        견뚜기는 내가 뛰지 말자하면 말 잘 들었는데, 이제는 매번 기쁨이 말 밖에 안 들어. 

        왜 견뚜기는 기쁨이 말만 듣는 거야! 분해!


견뚜기는 "흡! 흡! 푸! 푸!" 호흡에 맞춰 계속 달린다. 

코 옆으로 흐르기 시작한 땀이 오른 입술 끝으로 흘러 들어왔다. 역시나 땀은 짜다. 

호반 화장실을 지난다. 전망광장이 나오면서 저 앞에 견뚜기가 좋아하는 숲길이 보인다. 


기쁨: 조금만 더 가면 견뚜기가 좋아하는 길이야. 조금만 더 힘을 내봐! 

        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향을 상상하는 거야.


견뚜기는 숲길에 들어서며 피톤치드향을 맡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하지만 별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푸르름이 만들어 낸 그늘에 마음이 청량해진다.


일산호수공원에서 견뚜기가 좋아하는 길 중에 하나다. 전망광장을 지나 나오는 숲길에 들어설 때마다 설렌다.


견뚜기는 숲길을 달려 어느새 호수교 밑에 도착했다. 호수공원을 4/5 정도 달린 셈이다.


따분: (저 멀리 소파에 누워있다가 상체를 일으키며) 많이 뛰었어. 호수교 밑을 지나면 언덕길이야. 더 힘들 거야! 

기쁨: 좀 더 힘을 내면 돼. 견뚜기의 체력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

따분: 조금 쉬었다가 다시 달리면 되잖아!

기쁨: 그러면 계속 걷고 싶어 진단 말이야. 안돼! 절대 안 돼!

따분: 도저히 상종을 못하겠어!(다시 소파에 돌아 누우며, 입을 삐죽 내민다.)


언덕길을 오른 견뚜기의 호흡이 더 거칠어진다. 힘을 내고자 팔 스윙을 일부러 크게 한다. 

경사로를 다 오르자 "스~~ 읍, 후우~~~' 속도를 살짝 줄이면서 길게 심호흡을 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어 낙수교를 지나 폭포 광장을 향한다. 


견뚜기 뒤에서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탁! 탁! 탁! 탁!" 발걸음 박자가 견뚜기 발소리보다 빠르다. 점점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곧이어 발걸음 소리와 함께 한 러너가 빠르게 견뚜기 옆을 스쳐 지나간다.


부럽: 와! 잘 달린다. 멋있다.

버럭: 멋있긴! 견뚜기가 바로 따라잡을 수 있어. 힘을 내봐! 다리에 좀 더 힘을 줘보라고!

불안: 갑자기 오버페이스하면 지쳐! 한 바퀴 완주 못할 수 있어!

기쁨: 얘들아. 진정해! 견뚜기는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이미 많이 달렸어. 

        아직 한참을 더 달려야 해. 여기서 힘을 뺄 수는 없어. 

따분:  오늘 처음으로 기쁨이와 의견이 맞았어.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내면 그만큼 더 힘들잖아. 그럴 필요 없어.

기쁨: (어이없는 표정으로 따분이를 바라본다.)

버럭: (옆에서 화를 내며) 이렇게 추월당하면, 달리는 것이 무슨 소용이람!

기쁨: 자! 자! 진정해. 자기 페이스대로 달려도 충분히 운동하면서 즐겁게 달릴 수 있어. 

        다른 러너한테 휘둘리지 말고 내 페이스 유지하면서 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해.


견뚜기는 폭포 광장을 지나 다시 호수교를 지나 꽃전시관으로 향해 달린다. 견뚜기 부쩍 지친 듯이 양다리가 조금 무거워진 것 같다. 오른손을 들어 얼굴에 흐르는 땀을 쓸어내린다. 손이 흥건하다.


꽃전시관 앞 주차장엔 하얀 천장의 부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새벽장이다.

꽃전시관에는 새벽 시장이 한창이다. 사람도 제법 있다. 플라스틱 봉투에 옥수수를 한아름 사서 나오는 사람도 보인다.

 

견뚜기는 매주 주말 호수공원을 달릴 때마다 새벽장이 궁금했다. 하지만, 달리기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지나쳤다.


따분: 잠시 멈춰서 시장 구경하는 것은 어때? 뭘 파는지 궁금하지 않아?

기쁨: 나중에. 지금은 달리기에 집중해야 해.


오늘도 새벽 시장을 외면한 채 달려나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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