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무더운 여름날 새벽에도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는 러너들이 많이 있다. 더위로 지치고 힘들어질 때 다른 러너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아우씨. 푹푹 찐다'는 말이 저절도 튀어나왔다.
8월 첫 주 주말 이른 새벽,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러 나가기 위해 문을 연 순간 덥고 습한 공기가 느껴졌다.
내 기억으로는 그래도 새벽 시간엔 선선한 바람이 있어 달리기 좋았었는데, 올해는 유독 새벽부터 덥게 느껴졌다. 내가 집을 나선 시간이 아침 5시 50분인데 이미, 아니 여전히 날은 후덥지근했다.
그래도 첫발을 내딛고 일산호수공원을 향해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여름철 달리기는 유독 힘들게 느껴진다. 몸이 더 빨리 지치는 기분이다. 다들 여름이니 당연한 것이라 하겠지만, 실제는 예상 그 이상이다. 그래서인지 목표 달성이 어렵다. 지난 2년간 주말에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면서 공원 1바퀴, 즉 최소 5km는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올해부터 주 1회는 10km 이상 달리는 것을 추가했다. 그런데 7월 들어 10km는커녕 호수공원 1바퀴 완주도 버겁다.
매번 뛸 때마다 느끼지만 내가 세운 최소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분이 영 찝찝하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어쩌다 한주만 그런 것이 아니라 6월 말~7월 그리고 8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8월은 좀 나은 것이, 새벽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7월까지는 공기가 덥고 습기가 가득 느껴졌다면, 입추가 지나자 덥지만 습기가 덜하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고작 일주일 사이인데 날씨가 변한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2년 넘게 매주 주말 동일한 시간대에 같은 장소를 달리다 보니 자연의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 부쩍 예민해졌다. 올해 들어 유독 봄이 반가웠다. 봄의 푸르름이 주는 청량함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호수공원을 가득 매운 봄을 알리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날이 더워지더니, 이제는 미묘한 습도의 변화와 가을 바람의 전조가 느껴진다. 이대로 가면 호수공원의 사계를 감각으로 느끼게 될 것 같다.
바람이 시원해져도 8월에도 덥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3km~4Km 정도 달리면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이마로부터 흘러내리는 땀을 줄여보겠다고 헤어밴드를 썼다. 하지만 눈썹을 타고 콧등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오른 콧등과 콧방울을 연신 간지럽혔다. 그리고 입가를 타고 입술 끝으로 흘러들어오는 땀의 짭짤함.
"이게 바로 여름의 맛이구나."
"흡! 흡! 퉤! 퉤!"
어느새 호흡 소리가 바뀌었다.
눈부신 태양빛을 가려보겠다고 큰 마음먹고 장만한 오클리 고글이 오히려 불편해졌다. 손을 들어 머리띠 밑으로 맺힌 땀을 쓸어내려하니, 고글이 손에 걸렸다. 가뜩이나 힘든데 왼손을 들어 고글을 벗고 오른손으로 땀을 쓸어내리고 다시 고글을 썼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조금 더 지나면 어디서 솟아났는지 얼굴 곳곳에 맺힌 땀으로 얼굴 여기저기가 간지럽다. 나는 온 얼굴이 땀구멍인가 보다. 얼굴 전체에서 땀의 유전이 터진 것 같다.
이렇게 쉴 새 없이 땀이 흐르는데, 달리기 직전 바른 자외선 차단제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티셔츠는 흠뻑 젖은 지 오래다. 그래도 기능성 티셔츠라 땀에 젖어도 축축 늘어지지는 않았지만, 땀이 밴 무게감이 느껴졌다. 몸이 지치니 감각이 예민해졌다. 고글, 티셔츠 모든 게 무겁게 느껴졌다. 기능성 티셔츠가 반팔인데, 팔이 내려온 부분이 거슬려, 어깨로 걷어 올렸다.
<계속>
여름철에는 3km~4km만 달려도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