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무더운 여름날 새벽에도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는 러너들이 많이 있다. 더위로 지치고 힘들어질 때 다른 러너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날이 덥고 습하니 호흡도 평소 같지 않았다. 확실히 좀 더 쉽게 지치는 것 같았다. 여름철이라 빨리 지칠 것을 대비해서, 속도는 약 9km/h~10km/h로 내 기준으로 편한 속도로 달렸음에도, 4km가 넘어가니 힘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 상태를 진단해 보면, 호흡이 그렇게 거칠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체력적으로도 아주 힘든 단계를 아니었다. 그런데도 몸이 무거웠다. 땀을 너무 흘린 탓일까? 전체적으로 지친 기분이다.
문뜩 겨울이 그리워졌다. 겨울에는 찬 바람을 막으려고 비니, 마스크, 패딩 등 중무장을 하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몸에 열기가 가득 올라 와 추위를 잊고 달린다. 그래도 더위 속에서 달리는 것보다는 덜 지친다.
여름이 되면 3km~4km 정도 달리면 지쳐서 나머지 구간을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한다.
내가 세운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분이 왠지 찝찝하다. 더위 때문인지 알면서도 괜히 내 체력이 약해졌나? 내 정신력이 나태해졌나?하는 생각이 든다.
날씨 탓을 하려고 보니 나랑 비슷한 시간대에 달리는 러너들을 보면 기운차게 잘만 달린다. 괜히 스스로가 너무 나약한 것은 아닐까 자괴감이 들곤 한다. 7월 내내 일산호수공원 완주 자체가 힘들었다. 그럴수록 나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8월의 첫 주말, 토요일도 4km를 달리고 걸었다. 일요일은 겨우 5km를 채웠다. 8월 시작이 안 좋다. 괜히 8월까지 이런 페이스가 이어질까 봐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다가 작년, 재작년에는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다행히, 내가 쓰는 삼성 갤럭시에는 삼성 헬스 어플을 통해 운동 기록이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작년, 재작년 7월~8월 주말 달리기 기록을 확인해 봤다. 달린 시간 동안 속도를 보면 대략 감이 온다. 또한 시간에 따른 속도 변화 그래프를 봐도, 걸은 구간은 속도가 뚝 떨어져 확인이 쉬웠다.
2023년을 보면 7월에는 5km 이상 달린 날이 4일, 중간에 걸은 날이 3일이었다. 8월에는 5km 이상 달린 날이 6일, 중간에 걸은 날이 1일이었다.
2022년에는 5km 달린 날이 4일, 중간에 걸은 날이 2일이었다. 8월에는 5km 이상 달린 날이 5일, 중간에 걸은 날이 1일이었다.
다행이었다. 작년, 재작년 여름도 달리기 기록은 별로였다. 확실히 달리다가 중간에 걸은 횟수가 많았다. 특히 7월에 중간에 걸은 날이 많았다. 그러다가 8월 들어서면서 다시 원래 페이스 대로 달렸던 패턴이다.
예전 달린 기록을 보니 왠지 안심이 됐다.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날씨의 영향이 컸던 탓이다. 그래도 새벽 시간에 후덥지근함을 느끼기는 올해 7월이 처음인 것 같았다. 내가 새벽에 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여름이라도 새벽에는 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문밖을 나서면서 밀려오는 후덥지근함에 기운이 쭉 빠진다. 게다가 열대야로 인해 밤새 잠을 설치면서, 머리도 멍하고 몸도 무겁다.
혹자는 무더운 여름에는 무리하지 말고 쉬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른 새벽 아침에 달리기를 나서는 것은 왜일까? 내가 세운 목표인 최소 5km 달리기 또는 10km 달리기를 달성했을 때,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내면에서 올라오는 '걷자' 혹은 '그만하자'는 유혹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이겨냈다는 자긍심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이 한층 더 단단해진 듯한 자신감이 내 삶에 활력을 가져다 주기에 달리기를 쉴 수가 없다.
그래도 이제 8월이다. 새벽에 선선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8월에는 다시 계획대로 즐겁게 달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아무리 더워도 내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다시 맛보고 싶어 달리기를 멈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