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해상케이블카 자산 정류장에서 바라본 오동도의 모습
'바다 위를 달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전라남도 여수의 명소 오동도 방파제의 모습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8월 마지막주 여름휴가를 여수로 다녀왔다. 여수 여행 계획을 짜며 여수 러닝 코스를 찾아보니 오동도 방파제와 돌산공원이 유명했다. 그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오동도 방파제.
오동도는 여수 엑스포 단지 근처 육지에서 멀지 않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오동도까지 긴 방파제로 연결됐다. 그리고 오동도에서 다시 여수 엑스포 단지를 둘러싸듯이 다시 방파제가 연결이 되었고 그 끝에 백색등대가 있다. 여수 엑스포역에서 오동도 입구까지 거리는 약 1.2km 정도.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오동도는 여수시에 있는 섬으로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고,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 불리고 있다. 현재는 이 섬의 명물인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어 동백섬 또는 바다의 꽃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1933년에 길이 768m의 서방파제가 준공되어 육지와 연결되었고, 1968년에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오동도, 동백섬, 바다의 꽃섬,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이름도 참 많다 싶다.
육지에서 바다를 뚫고 오동도까지 이어지는 방파제 길, 대략 여의도 반도 안 되는 크기의 섬이지만 나무가 우거진 오동도, 그리고 오동도에서 바다를 뚫고 여수 항구를 둘러싸며 백색등대까지 이어진 방파제가 달리기 코스로 제격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해변가를 달리는 것과는 다르게 방파제를 달리면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래! 여기야! 오동도 방파제를 달려보자!'
그래서 다행히도 숙소도 여수 엑스포 단지 인근 신라스테이였다. 대략 호텔에서 오동도를 지나 백색등대까지 거리는 2.5~3km였다. 왕복 5km~6km 정도로 예상했다.
다음날,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두웠다.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보니 일출 시간이 5시 57분이었다. 확실히 처서가 지나니 일출 시간이 느려졌다.
초행길이라 어두울 때 달릴 수는 없었다. 네이버지도를 켜 놓은 스마트폰과 길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5시 40분쯤 호텔에서 내려와 가볍게 몸을 풀자 날이 서서히 밝아왔다.
호텔 앞 고가도로인 엑스포대로 밑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네이버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오동도로(정식명은 '오동도-로'다)를 따라 관광 모드로 천천히 달렸다. 이제 막 해가 떴음에도 날은 여전히 덥고 습했다. 태양빛은 강하지 않았지만, 더운 공기에 무겁게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관광모드로 달리니 달릴만했다.
낯선 도시에서 새벽 달리기를 하면 좋은 점이 있다. 인적이 드문 새벽 거리를 천천히 달리며, 숙소 주변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무덥고, 저녁에는 인파를 파해서 달려야 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그렇게 새벽 달리기를 하면 지역에 대한 방향 감각이 생겨 낮에 도시를 여행할 때 한결 수월하다.
오동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오른편에 여수의 명물 여수해상케이블카 자산 정류장이 산 정상에 있는 자산공원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지상에 공용 주차장이 있고 그 옆에 자산 정상에 있는 여수해상케이블카 자산 정류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타워가 높게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타워 꼭대기에 철제 다리로 자산공원과 연결됐다. 아무래도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자산 공원을 보다 편하게 오를 수 있게 만든 듯한데 자산 옆에 우뚝 서있는 타워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엘리베이터 타워를 지나 조금 더 달려가니 오동도 방파제 입구가 나왔다. 드디어 내가 목표로 한 코스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오동도를 향해, 또는 오동도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새벽부터 찾는 이들이 제법 있는 것 보니, 확실히 오동도가 여수의 대표 산책로인 것은 확실했다.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오동도를 향해, 또는 오동도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새벽부터 찾는 이들이 제법 있는 것 보니, 확실히 오동도가 여수의 대표 산책로인 것은 확실했다.
예상보다 방파제 길의 좌우폭이 넓었다. 사실 나는 좁은 방파제길을 상상했었다. 그래야 바다가 더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2차선으로 된 오동도로가 방파제에서 오동도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옆 오른쪽에 자전거 2대가 지나갈 수 있는 넓이의 자전거 도로가, 그 옆에 계단을 올라가면 1.5m 높이에 인도가 있었다. 인도도 제법 넓었다. 그리고 옆으로 방파제 구조물이 있었다.
그리고 깔끔했다. 방파제에 쓰레기 한점 보이지 않았다. 오동도를 방문하는 인파가 많은데도 관리를 깔끔하게 잘하고 있었다. 길이 깨끗하니 더 달릴 맛이 났다.
달리고 싶었던 길이 눈앞에 보이니 다리에 힘이 절로 났다. 방파제 인도로 가는 오르막길을 힘차게 달려 올랐다. 인도에 오르자 짭짤한 바다 내음이 밀려왔다. 바다의 내음이 반가웠다. 왼쪽 하늘을 보니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마치 내가 달리는 페이스에 보조를 맞춰 함께 달리는 것 같았다.
오동도 방파제의 인도를 따라 달리니 옆에서 갈매기가 내 페이스에 맞춰 함께 날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보니 왠지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졌다. 바쁜 일상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광활한 바다로 떠내려 가는 듯했다.
오동도를 향해 방파제를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후덥지근한 더위를 뚫고 바다 바람이 불어왔다. 희한했다. 마치 답답한 더위를 밀어내는 듯한 시원함이었다. 내가 상상한 바다 바람은 바다로부터 강하게 불어오는 맞바람이었다. 이 맞바람을 뚫고 달리겠거니 기대했다. 하지만 내 상상과 달랐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한껏 달아오른 열기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다 바람이었다. 순간 바다 바람의 시원함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시원함에 한껏 취한듯한 황홀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쉽게도 조금 더 달리니 바람이 멎었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 덕분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방파제를 한참 달리다 보니 도로 왼쪽으로 반원으로 인도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여수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었다. 저 길로도 달려봐야겠다 싶어 인도에서 내려갔다. 지금까지 달렸던 인도는 오른쪽에 방파제 벽이 있어 바다를 보기 힘들었던 반면, 도로 옆 전망대로 가는 인도는 바다 방향으로 탁 트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바다를 달리는 기분이 났다.
오동도 방파제 도로 옆에 인도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여수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