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런이 다이어리 38-1
누가 그랬던가?
달리기는 몸에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고.
그런 줄 알았다. 한데!!! 달리면 달릴수록 필요한 것이, 아니 사고 싶은 아이템이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잘 뛰고 싶어서, 편해서, 궁금해서, 그리고 간지를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구입한 장비는 당연코 러닝화다. 한참 운동을 너무 안 해서 몸이 불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회사 농구 동아리를 가입하며 언더이머 '커리 2' 농구화를 구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발병했다. 농구 동아리도 중단됐다. 그래서 농구화를 신고 인근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러닝화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러너스클럽 양재점을 찾아갔다. 처음으로 발측정, 걷고 뛰는 자세를 측정해 러닝화를 추천받았다. 검은색 아식스(그때는 아식스의 위상을 몰랐다), 뉴발란스, 그리고 미즈노 '라이더 24'였다. 세 종류 러닝화를 다 신어봤지만, 미즈노 '라이더 24'의 디자인이 가장 '이뻤다.' 회색에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반면 다른 두 브랜드 러닝화는 검은색에 투박하보이는 디자인이었다. 그렇게 미즈노 '라이더 24'를 구입했다. 그리고 미즈노 '라이더 24'를 신고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다음 구입한 아이템은 팔에 끼는 스마트폰 암밴드였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한결 편하게 해 주었지만, 운동할 때는 영 걸리적거린다. 손에 들고 달리자니 자칫 놓쳐서 바닥에 떨어트릴 것 같았다. 그리고 달리다가 힘든데 손에 있는 스마트폰이 거추장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쿠팡에서 스마트폰 암밴드를 구입했다. 요즘은 벨트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달리면서 종종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도 찍어서 암밴드가 훨씬 편하다. 나는 암밴드를 왼팔에 끼고 달린다. 그래야 오른손으로 꺼내서 쓰기 편하다.
그다음이 산 것은 무엇일까? 바로 통풍이 잘되는 기능성 티셔츠였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민무늬 면티를 입고 달렸다. 달리고 나면 앞뒤가 흠뻑 젖어있는 면티를 보며 '오늘도 운동 좀 했는데?' 하며 내심 흐뭇했다. 그러다 여름을 맞이하니 땀에 푹 젖은 면티가 무거워졌다. 무거운 면티가 어느 순간 달리는데 거추장스러웠다. 그래서 유니클로를 간 김에 파란색 운동용 티셔츠를 샀다. 별세계였다. 땀에 젖어도 전혀 무겁지 않았다. 게다가 통풍까지 잘됐다. 면티에 비해 한결 시원했다.
그렇게 일산호수공원을 달린 지 2~3달이 지나자 내 기록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암밴드에 스마트폰을 끼고 달리면 운동 시간과 거리가 측정되었지만, 좀 더 정확한 기록이 궁금했다. 그리고 특히 달리면서 내가 달린 거리나 시간이 궁금했다. 그래서 스마트워치를 구입했다.
원래 스마트워치를 살 생각이 없었다. 스마트워치라는 족쇄를 차는 게 싫었다. 그러나 막상 차고 달려보니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실시간으로 거리, 시간, 속도, 페이스, 심박수, 케이던스 등 설정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운동을 마치고 그날 달리기에 대한 다양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속도, 거리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내가 달린 경로, 달리기 강도까지 다양한 정보가 측정됐다. 달리기를 마치고 내 달리기에 대해 측정된 수치를 보고 복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왔다. 월동준비가 필요했다. 쿠팡에서 기모로 된 회색 추리닝을 샀다. 그리고 유니클로에 가서 스마트폰 터치 기능이 있는 장갑을 샀다. 기온이 1도~0도인 초겨울에는 원래 있었던 회색 방풍 재킷 안에 회색 추리닝을 입었다. 그리고 더 추워지면 유니클로 패딩을 안에 입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회색 추리닝, 회색 패딩, 회색 방풍재킷, 회색 미즈노 운동화까지 죄다 회색이었다. 여기에 회색 마스크를 쓰고, 회색 양말을 신으면 누가 봐도 회색 성애자였다. 다행히 겨울철 쓰던 스노보드용 비니는 하늘색이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시기가 코로나 시국이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그러나 겨울철에 달리러 나가면 마스크가 매서운 겨울바람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방풍 마스크였는데, 이 역시 회색과 남색이 하나씩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