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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Sep 09. 2024

러닝화 한 켤레면 되는 줄 알았다.(2)

런린이 다이어리 38-2

그렇게 겨울을 나고, 봄이 지나갔다. 필라테스를 할 때 입었던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달렸는데, 왠지 러닝용 반바지가 사고 싶었다. 쿠팡을 뒤적거리다 보니 고동색의 속바지가 있는 반바지가 눈에 띄었다. 사실 무난한 색은 남색, 검은색, 회색인데, 회색은 앞서 말했다시피 다른 옷들과 운동화가 너무 회색 일변도여서 싫었고, 남색과 검은색 말고 색다른 색을 고르고 싶었다. 게다가 속바지에 스마트폰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기능성 바지였다. 편해 보여서 샀다. 바지는 신축성이 좋아 달리기 편했다. 다만 오른쪽 옆벅지에 스마트폰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었더니 덜렁덜렁거리는 것이 영 거슬렸다. 그래서 다시 암밴드를 꼈다.


다음 아이템은 머리띠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다. 그래서 달리다 보면 땀이 이마, 코, 등, 얼굴에 비 오듯이 흐른다. 가끔은 달리면서 손을 들어 땀을 닦는 것마저 힘겨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1년간 검은색 캡 모자를 쓰고 달렸다. 모자가 이마에 맺힌 땀을 흡수해서 얼굴에 땀이 흐르는 것이 줄었다. 하지만, 정수리에서 난 열기가 모자 안에서 맴돌며 머리가 더 열을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디서 본 것은 있다고 머리띠를 샀다. 또 회색이었다. 머리띠를 착용하고 달렸는데 모자보다 한결 나았다. 이마의 땀을 흡수하고 머리가 통풍이 되어 시원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새로운 러닝화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러닝화 중에 아식스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갑자기 아식스를 신고 달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러너스클럽 이대점을 예약했다. 집이 일산이어서 양재 본점까지 가기엔 멀었다. 내 기억엔 11월에 다음 연도 1월 말 예약이 가능했다. 3달을 기다려서 발측정을 받았다. 추천받은 러닝화는 뉴발란스, 호카, 아식스 '매직 스피드 3'였다. 내 선택은 당연히 아식스 '매직 스피드 3'였다. 흰색과 분홍 형광이 들어간 디자인이었다. 드디어! 회색을 벗어났다. 나는 이제 회색 성애자가 아니다! 아식스 '매직스피드 3'은 러닝화 앞코가 들려있었다. 디자인만 보고서는 발의 앞부터 발구르기가 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나 막상 신고 달려보니 발 앞 발바닥이 지면에 먼저 닿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가벼웠다. 한결 달리기 편했다.


그렇게 3개월을 달렸다. 그러더니 고글이 눈에 들어왔다. 워낙 새벽  6시~7시에 달리니 봄, 가을, 겨울에는 고글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하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일출시간이 빨라지면서 강렬한 아침햇살에 눈이 부셨다. 그러던 와중에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를 나갔는데, 고글을 낀 러너들이 멋있어 보였다. 역시 간지는 고글이었다. 그러던 차, 지난 5월 말 삿포로 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들렸는데 고글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오클리 고글을 질렀다. 고글을 쓰고 달리니 러너 고수가 된 기분이었다. 괜히 으쓱했다. 그리고 아침 해가 뜨면 눈이 한결 편해졌다. 다만 녹음의 푸르름을 즐기면서 달렸는데, 고글 렌즈의 칼라로 인해 푸르름의 청량함이 다소 반감된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무릎 보호대를 하고 달리는 러더들도 많이 봤다. '확실히 무릎 보호대를 하고 달리면 달리고 난 후에 무릎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무릎 보호대를 하는 것이겠지?'라며 자꾸 눈에 걸렸다. 그런데 최근 견뚜기의 런린이 다이어리를 응원하는 LS선생님에게 무릎 보호대 2개를 선물 받았다. 무릎뼈 아래 슬개건에 위치시켜 무릎뼈를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하는 무릎 보호대인데, 안 그래도 늘 보면서 무릎바로 아래 밴드처럼 끼는 보호대의 느낌이 궁금했다. 그리고 기왕 달리는 것 미리미리 무릎을 보호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장비를 장만하면, 늘 그렇듯이 어서 장비를 차고 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왠지 새 장비를 차고 달리면 몸이 더 가볍고, 다리에 힘이 나서 더 잘 달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몸을 풀고 달렸다. 그 결과는 평소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릎 보호대를 차서 '무릎은 그래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러닝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른 브랜드 신발이 궁금해졌다. 미즈노, 아식스를 신어봤다. 다른 러닝화는 신고 달리면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호기심이 생긴 브랜드가 호카와 온러닝화다. 온러닝은 미국에 사는 동생이 추천해 줬다. 본인이 신었는데 엄청 편하다는 것이다. 호카는 러닝화에서 새롭게 뜨는 브랜드다. 러너스클럽에서 아식스와 호카를 번갈아 신고 달렸을 때는 큰 차이는 못 느끼긴 했지만, 어떤 편안함이 있을지 신고 달리고 싶어졌다. 불과 몇 달 전 러너스클럽 이대점의 발 측정사가 해준 "브랜드는 중요치 않습니다. 내 발에 잘 맞는 신발이 가장 좋은 신발입니다" 조언은 잊고, 새 브랜드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다른 러너들을 보면서 내가 안 가지고 있는 장비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이어폰이 눈에 들어온다. 나야 음악을 안 듣고 달리기 때문에 이어폰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정한 케이던스 유지를 위해 음악을 들으며 발 박자를 맞춘다는 K 과장의 이야기를 듣고 살짝 '혹'했다. 하지만 나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것이 더 좋다.


지독하게 더웠던 2024년 여름, 나시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운 날씨에 달리다 보면 반팔 티셔츠임에도 불구하고 소매가 거추장스러웠다. 옆에 나시티를 입고 달리는 러너를 보면서, 나시티가 참 시원해 보였다. 그리고 러닝 베스트를 입고 달리는 러너들도 많았다. 왠지 거추장스러워 보였지만, 나름 기능성이 있어 입고 달리는 것이겠지? 왠지 내년 여름을 앞두고 살 것 같다. 


지금은 2년 전에 산 갤럭시 와치 4를 쓰고 있는데, 달리기에 대한 기능을 알면 알수록 새 버전에는 운동에 대한 어떤 기능이 더 생겼을지 궁금하다. 아니면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일 스마트링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하다. 스마트링에는 운동과 관련된 어떤 기능이 있을지 호기심이 인다.


사실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것이 달리기다. 아니,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책 'Born To Run' 따르면 멕시코의 타라우마족은 샌들만 신고도 100km 이상을 달린다. 결국 두 다리와 길만 있으면 어디든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나온 아이템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마음이 동한다. 이럴 때 깊게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 되뇐다.

"참아야 하느니라."

<끝>


달린 기간이 길어질수록 달리기 장비가 하나씩 업그레이드된다. 알면 알수록 사고 싶은 장비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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