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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Sep 12. 2024

두근두근, 어디 가서 달리지? (1)

런린이 다이어리 39-1

※ 사진은 지난 3월 첫 원정을 갔던 경주 보문호수의 전경. 건너편 호텔까지 호수 달리기를 완주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게 여행 푹 빠진 느낌일까?


지난 5월 일본 삿포로 다녀오고 나서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국내외 관광 명소의 러닝 코스를 검색해 보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일본 오사카의 러닝 코스를 검색해 봤다. 오사카 성 러닝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오사카 성에 가면 오사카 성 주변을 도는 'Run&Walk Course' 간판이 있다고 한다. 짧은 코스는 2.9km, 긴 코스는 3.9km였다. 특히 오사카성 달리기는 밤 러닝이 근사하다고 소개하는 네이버 블로그를 봤다. 밤 조명을 받은 오사카성 사진을 보니 오사카에 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꿈틀거렸다.


오사카 성 러닝 코스 간판만 봐도 가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에 흠뻑 빠지니 다양한 코스를 달려보고 싶어졌다. 2022년 5월부터 일산호수공원과 피트니스센터 러닝머신만 달렸다. 원래 성격이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2년간 질리지 않고 일산호수공원만 주구장창 달렸다. 그러다가 올해 3월 경주 보문호를 시작으로 원정 달리기에 눈을 떴다.


그리고 5월 초에 드디어 일산호수공원을 벗어나 고양시에서 마련한 산책로 14개 중 8번째 산책로인 '경의로누리길'을 달리면서, 낯선 곳을 달리는 재미를 다시 한번 느꼈다. 정발산역에서 출발해 밤가시마을을 지나 풍산역-일산역-탄현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철도길을 따라 달려 황룡산 입구에 도착하면 약 8km다. 돌아오는 길까지 왕복 16km 러닝 코스다.


그리고 5월 말에 일본 삿포로시를 방문해, 홋카이도대학교정, 도요히라강 녹지공원, 오도리공원을 달렸다. 구글맵 또는 네이버지도를 킨 스마트폰을 왼손에 들고, 천천히 길을 찾으며 달렸다. 특히 여름 초입의 파릇파릇한 녹색잎이 우거진 숲 같은 홋카이도대학교정은 정말 달리기 좋았다.


얼마 전 8월 말에는 전라남도 여수에 가서 오동도 방파제를 달렸다. 바다를 가르는 방파제 위를 달리면,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씨에서 바다 바람이 주는 청량감에 흠뻑 취했다. 낯선 곳에서 지도와 풍경을 보며 달리는 풍취가 있었다. 두리번두리번 구경에 힘든 줄 모르고 달렸다.


전라남도 여수 오동도 방파제길 중 백색등대로 향하는 길


달리기만 그런 게 아니다. 어떤 운동이든 한번 빠지면 그 운동 관련된 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참 수상스키를 타던 시절에는 강 또는 호수만 보였다. 수상스키를 타기에는 강 표면이 파도 없이 '장판'처럼 잔잔해야 타기 좋다. 서울에서 올림픽대로 또는 강변북로를 따라 운전을 하면서 한강을 바라보다가 강이 잔잔하면, 나도 모르게 "물 좋다"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내가 주로 달리는 일산호수공원은 수상스키를 타기에는 수심이 얕다. 만약 호수공원에서 수상스키가 가능했다면, 지금 달리기보다는 수상스키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한강 위에 보트가 달리고 있으면 그 뒤에 매달려 가는 것이 수상스키인지 웨이크보드인지, 웨이크서핑인지 나도 모르게 유심히 보게 된다.


이제 달리기에 빠지니 달리고 싶은 곳이 생겼다.  일산호수공원을, 피트니스의 러닝머신 위를 벗어나 다양한 환경에서 달려보고 싶다. 


우선, 주말에 경기도 일산에서 여자친구 집이 있는 서울 강동구를 오가다 보면 항상 눈에 걸리는 곳이 있다. 바로 반포대교 밑 잠수교다. 잠수교를 보고 있으면 잠수교를 따라 한강을 건너면서 달리고 싶어 진다. 머릿속에서 그려놓은 코스는 여의도에서 한강고수부지를 따라 반포대교까지 달려, 잠수교를 건너 반대편 한강고수부지를 따라 마포대교까지 와서 마포대교를 건너는 것이다. 거리상으로는 15km~17km 정도 나올 것 같다. 새벽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시원할 것 같다. 그리고 잠수교를 건널 때 괜히 기분이 묘할 것 같다.


반포대교의 야경 모습.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반포대교 밑 잠수교를 달리면 경치가 멋있을 것 같다.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그 외에도 서울에서는 남산공원, 청계천, 잠실 올림픽공원, 양재천 등을 달려 보고 싶다. 서울에서 달리고 싶은 지역을 나열해 보니, 서울시내에 산과 강이 곳곳에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서울에도 잘 찾아보면 달리기 좋은 곳이 참 많다.


집 근처인 일산에서는 고양누리길을 달려보고 싶다. 고양시에 마련한 산책로 14개의 코스 중에 제8코스 '경의로누리길'과 제7코스 '호수누리길'을 달려 봤다. 사실 7코스는 일산호수공원을 도는 코스로, 어차피 매주 주말 일산호수공원을 달리고 있다. 그 외에 나머지 누리길들도 달려보고 싶다.


그중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제6코스 '평화누리길이'다. 일산호수공원에서 시작해 원릉친환경사업소를 지나 행주산성까지 이어지는 약 11km의 길이다. 왕복하면 2km. 하프 마라톤 코스로 딱이다. 다만 현재 내 체력이 20km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보니, 언제 달릴지 고민만 하고 있다.


고양누리길 제6코스 평화누리길 코스 지도. <출처: 고양시 홈페이지>


또는 제8코스인 '경의로누리길'과 제9코스 '고봉누리길'을 연달아 달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경의로누리길'이 끝나는 황룡산입수인 탄현공원이 '고봉누리길' 시작점이다. '고봉누리길'을 따라 황룡산 삼거리를 지나 고봉산을 돌아 안곡습지공원까지 오면 일산역 인근이다. '고봉누리길'의 거리는 약 7.5km로 경의로누리길 8km에 일산역에서 집까지 거리까지 하면 20km 정도 될 것 같다.


이렇게 경의누리길에서 20km 가까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하프마라톤을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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