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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Sep 16. 2024

두근두근, 어디 가서 달리지? (2)

런린이 다이어리 39-2

익숙한 코스를 빠르게 달리는 것도 재미있지만, 천천히 달리며 낯선 곳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그 지역이 한결 더 친숙해진 기분이다. 도로 위 차 안에서는 볼 수 없는 그 지역의 내밀한 속살을 훔쳐본 기분이랄까? 일단 한번 달리고 나면 그 지역에 괜히 더 애착이 생긴다. 그리고 확실히 지리적으로 방향감각이 생긴다.


여름철 휴가 시즌을 맞아 전국 각지를 찾아보면서도 러닝 코스를 찾아보다 보면, 참으로 달리고 싶은 곳이 많다. 아니 달릴 수 있는 곳이 많았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달릴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달리기의 장점이 아닐까? 국내 여기저기에 좋은 달리기 코스를 달려보고 싶다. 그렇게 찾은 곳이 여수 오동도 방파제였다. 다음엔 통영이나 속초로 갈까 고민 중이다. 어느 곳에 가든 달릴 수 있는 코스는 있으니깐.


언젠가는 산속 트레일도 달려보고 싶다. 평지가 아닌 울퉁불퉁하고 예측이 안 되는 산길을 달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단순히 지리를 떠나 발바닥에 새로운 촉감을 줄 수 있는 곳들도 달려보고 싶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릴 때, 자전거 도로 바깥쪽에 마련된 메타세쿼이아길을 달리곤 한다. 아스팔트로 된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흙길로 된 메타세쿼이아길에 들어서면, 흙의 푸근한 촉감이 느껴진다. 왠지 아스팔트 위를 달리다 지친 발바닥에 휴식기를 주는 기분이다. 흙길의 푸근함이 딱딱한 아스팔트를 달리며 지친 발바닥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다. 흙길을 달리면 어느새 나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래서 지난주에 실제로 맨발로 걸어봤다. 확실히 맨발로 달릴 수 있는 길은 아니었다. 맨발로 걷기에도 발바닥이 따끔따끔해 겨우 걸었다. 다만, 발바닥 지압 효과는 확실했다.


처음 달리기를 일산호수공원 아스팔트길에서 시작해, 메타세쿼이어길의 흙길, 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그래서 육상 경기장 트랙 위를 달리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또 궁금하다. 푹신하고 반동이 더 좋아서 다리와 발에 파로감이 약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평상시 좋은 날씨에 주로 달렸다. 하지만 눈이 오거나 눈이 쌓인 날은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달리게 된다. 그래도 뒤돌아보면 하얀 눈길에 찍힌 내 발자국들을 보면 왠지 뿌듯하다. 아직 우중 러닝은 안 해봤다. 비 오는 길을 달리는 기분을 어떨지 궁금하다. 사실 비 오는 날 수상스키를 타 본 경험이 있다. 그래수 비 오는 날 달리는 기분도 충분히 예상이 된다. 그래도 더운 날 비를 맞으면서 달리면 개운할 것 같다. 다만 흠뻑 젖은 산발을 신고 달리는 느낌은 별로일 것 같다.


여러 대회를 달리는 것도 해보고 싶다. 5월 말에 '제29회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대회'에서 상암 월드컵 공원 평회의 광장에서 10km를 달렸다. 처음 참가한 마라톤 대회의 소감은 흥분과 열정 가득한 축제에서 신나게 놀고 온 기분이었다. 나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이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경쟁하며 달리고, 목표를 완주했을 때 그 흥분감을 잊을 수 없다. 


지난 5월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29회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 출발 직전 모습. 마라톤 대회는 러너들에게 축제의 장이었다.


그래서 10월 말에 또 대회를 나간다. 이번에는 안양천 코스다. 다른 대회를 전과는 다른 장소에서 달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10km 대회를 달려봤으니, 하프 마라톤 대회 그리고 대망의 풀 마라톤 대회 참가도 해보고 싶다. 아직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꿈꾸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하지만 100km 울트라 마라톤도 버킷리스트에 적어놨다.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놓는 버킷리스트니깐 일단 포함시켰다.


또한 아쉬움이 남는 코스도 다시 달려보고 싶다. 예를 들면 지난 3월 달리기 첫 원정지인 경주 보문 호수가 그렇다. 첫 원정이지만 8km에 달하는 보문호수 코스에 압도되어 1/3 정도만 달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보문호수를 다시 찾아 완주해야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남아있다.


새벽 6시 즈음 경주 보문호수의 전경을 파노라마 버전으로 촬영했다.


8월에 방문한 여수에서는 오동도 방파제길은 달리기 좋았으나 코스가 좀 짧았던 아쉬움이 있다. 이때 인적이 없어 휑한 엑스포단지 말고 반대쪽 자산공원 방향으로 바닷길을 따라 하멜등대까지 달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또 여수의 다른 추천 러닝코스인 돌산공원은 또 어떨까 궁금하다.


새벽 6시 즈음 여수 오동도 방파제의 전경을 파노라마 버전으로 촬영했다. 


나는 평생 여행을 즐기지 않았다. 여행을 가면 좋지만, 안 가도 그만이었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도 좀처럼 들지 않았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서 낯선 곳을 찾아 달리는 재미에 눈을 떠 버렸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러닝 코스를 찾아보거나, 숙소 근처 지도를 뒤적거리며 달릴 코스를 구상한다. 기술의 힘이란 대단하다. 멀리서도 지도 어플을 열고 러닝 코스를 짤 수 있다니! 또는 여행으로 어디를 가면 좋을까 하며 러닝 코스도 함께 찾아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평생 잠들어 있던 여행세포가 꿈틀꿈틀 이제야 깨어나고 있다. 점점 가고 싶은, 아니 달리고 싶은 코스가 보인다. 여러 러닝코스를 달려보고 다른 러너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이렇게 달리기에 대한 버킷리스트가 하나씩 늘어간다. 그리고 훌쩍 떠나고 싶다.


"다음엔 어딜 가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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