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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Aug 26. 2024

나의 러닝화 이야기(2)

런린이 다이어리 36-2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보자면, 장비는 처음부터 고급으로 마련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농구화를 신고 달리다가, 미즈노 '라이더 24'를 신었을 때 달리는 게 한결 더 편해졌다. 그리고 미즈노 '라이더 24'에서 아디다스 '매직 스피드 3'으로 비꿨을 때 그 쿠션감과 자연스러운 미드풋 자세가 달리기를 훨씬 자연스럽고 편하게 만들어줬다.


일반 장비를 쓰다가 업그레이드를 하면, 새로운 장비가 왜 좋은지를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좋은 고급 장비만 사용하면 장비에 대한 기대 가치가 고급 장비에 세팅되어 내가 산 장비가 왜 좋은 장비인지 모르게 된다. 하지만 조금씩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그 장점을 느낄 수 있어 운동이 한층 더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장비 업그레이드하는 재미가 솔솔 한 것 같다.


수상스키나 달리기나 운동을 하다 보니 장비가 초급자용, 중급자용, 고급자용이 나뉘어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초급자한테는 체력이나, 자세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에 충격이 덜 가는 러닝화가 좋지 않을까? 흔히들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달리기를 하면 하루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 무릎이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충격 흡수가 잘되는 신발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다가 다리 및 무릎 근육에 힘이 붙어 무릎에 무리가 없는 단계가 되면, 좀 더 가볍거나 발 구름이 수월하게 만들어지는 고급 기능을 가진 러닝화를 신고 뛰면 달리기가 편해진다. 이런 식으로 내 몸 상태를 고려해서 업그레이드해 나가면 그 러닝화의 장점을 100%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초급자가 처음부터 고급자용 러닝화를 신으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오기 쉽다. 말 그대로 고급자용 장비는 달리기를 위한 몸이나 자세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다. 그러다 보면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초급자에게 오히려 몸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러다 부상이라도 오게 되면 운동을 쉬거나 포기하기 쉽다.


일반 장비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 또 하나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야심 차게 마음을 먹고 고급 장비로 질렀지만,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나도 농구를 하겠다고 언더아머 '커리 2'를 직구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신발장에 전시해 뒀다가 결국 걷기 운동하는 데 사용했다.


시작할 때는 일반 혹은 초급자용 장비로 하다가, 달리기가 몸에 익으면 그에 맞춰 바꾸는 것이 좋다. 어차피 처음부터 러닝화를 고급으로 맞춰도, 러닝화도 수명이 있다. 신발 교정사는 러닝화를 신고 800km 정도 달리면 쿠션 등 기능이 저하되어 바꿔줘야 한다고 한다. 결국 어떤 러닝화라도 신고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바꿀 시기가 온다. 그럴 때 내 체력과 상태에 맞춰 러닝화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처음부터 러닝화가 없다면 비싸지 않은 초급용 러닝화는 구입해야 하겠지만.


그리고 몸이 운동에 적응 안 되었을 때는, 길이 든 헌 러닝화가 낫다. 운동하겠다고 마음 크게 먹고 러닝화를 샀는데, 길이 안 들어서 발이 아프다면 운동을 그만두는 핑계가 되기 쉽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고 길이 든 러닝화를 신고 뛰는 것이 좋다. 체력도 없는데 신발까지 길이 안 들어 불편하면 더 뛰기 싫어진다. 


러닝화를 바꾸면 초기에는 러닝화의 겉 가죽이 길이 안 들어 달리면서 오히려 살이 눌려 아프기도 한다. 나도 러닝화를 바꾸고 난 후에는 한동안 왼쪽 발목 바로 밑 발등이 눌려 아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거치니, 달리기가 편해졌다. 


연초 방문했던 러너스클럽 이대점 신발 교정사가 해준 말이 떠오른다.


브랜드나 신상이 아닌 "내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이 가장 좋은 신발입니다."

<끝>

왼쪽은 미즈노 '라이더 24'를 신고 달리는 모습. 오른쪽은 아식스 '매직스피드3'을 신고 달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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