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13-2
매일 러닝머신을 달리는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몸 상태에 따라 여러 번 조정하고 있다.
초반에는 매일 달렸다. 하지만 쉬지 않고 달린 탓에 아킬레스건염 등 몸에 무리가 오자, 그제야 주간 운동 프로그램에 휴식일을 포함했다. 지금은 주말에는 일산호수공원 달리기, 월요일과 금요일은 러닝머신에서 걷기, 화요일~목요일까지는 매일 5km 또는 30분 이상을 러닝머신에서 달리고 있다.
러닝머신의 재미는 달리기에 다양한 변수를 적용하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속도나 기울기 조정을 통해 달리기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어떤 날은 속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또 어떤 날은 기울기를 높여본다. 다른 날은 같은 속도로 평소보다 오래 그리고 더 긴 거리를 달린다. 때로는 고속과 저속을 번갈아 달리는 인터벌 프로그램으로 달리니 매일 달리는 방식이 변한다.
화요일은 속도에 변화를 주는 날이다. 러닝머신에 서서 워밍업을 위해 2~3분간은 5km/h~6km/h 속도로 걷는다. 그리고 속도를 9km/h로 높여 달린다. 그리고 500m 단위로 0.3km/h씩 속도를 높인다. 500m가 지나면 9.3km/h, 1km가 지나면 9.6km/h. 이런 식으로 30분이 되어가면 금방 5km를 넘기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최고 속도는 11.7km/h.
사실 내가 왜 0.3이란 숫자에 꽂혀서, 속도나 기울기 변화를 0.3에 맞추는지 모른다. 다만, 느낌상 0.3의 변화가 몸이 변화를 크게 느끼지 않을 정도의 부하라고 근거 없이 믿고, 별생각 없이 0.3 숫자로 변화를 줄 뿐이다. 그렇게 달리면 초기에는 5km 달리고 나면 호흡이 거칠고, 4.5km~5km 구간이 되면 마지막까지 힘을 쥐어짜 내 달렸다. 그렇게 몇 개월을 달리고 나면, 5km를 달려도 호흡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뛸만한데'라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그러면 체력이 생겼다는 사인이다. 이때 달리는 시작 속도를 9.3km/h로 높였다. 이런 식으로 속도를 높이다 보니 지금은 10.3km/h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13km/h로 속도를 높이게 된다.
또 왜 500m라고 물으면, 500m를 달리는 시간이 적당히 길지도, 짧지도 않게 느껴져서다. 달리는 시간이 길다고 느끼면, 자꾸만 얼마나 뛰었는지 보게 되고, 너무 짧으면 몸이 새로운 속도에 적응될만하면 속도를 올려야 해서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아서다. 실제로 1km 단위로 속도를 바꿔봤는데,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
나는 러닝머신을 달리면서 TV를 안 본다. 그리고 러닝머신에 뜨는 속도, 시간, 소모 칼로리, 거리 등 각종 수치들도 일체 보지 않는다.(웬만하면 안 보려 하지만 간혹 흘끗 흘끗 수치 변화가 보이긴 한다.)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것도 안 보고 30분을 뛸 수 있냐고.
우선, 내가 러닝머신에 뜨는 속도나 시간을 잘 안 보는 이유는 수치를 인지하는 순간, 심리적으로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500m를 뛴 것 같은데 러닝머신을 보면 300m 밖에 안되면 갑자기 다리가 무거워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계기판 수치를 계속 보고 있으면, 거리나 시간이 더 안 간다. 시간 계기판을 보고 달리고 있으면, 1초가 10초 같다. 그래서 웬만하면 계기판을 안 보려고 한다.
같은 이유로 TV도 안 본다. 한 번은 YTN 뉴스를 틀어놓았는데, 문제는 화면에 현재 시간이 떠있다 것이었다. 뉴스에 집중해야지 하는데, 눈은 자꾸 흘깃흘깃 변화 없는 시계의 숫자를 확인하곤 했다. 그렇다고 예능이나 영화를 틀어놓으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달리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차라리 모니터를 끄고, 검은 모니터 화면에 비친 내가 뛰는 내 자세를 보면서 뛴다. 그러면 최소한 내 팔 스윙이 작아지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아침 내가 즐겨 이용하는 왼쪽에서 4번째 러닝머신(왼쪽). 러닝머신 위를 달릴 때 TV를 켜지 않는다. 모니터의 검은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팔의 스윙 등 내 자세를 보며 달리곤 한다.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