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난 왜 조금 뛰다가 뛰기 싫어졌을까?
체력이다. 체력이 없으니 금방 몸이 지치고 힘들다. 그러니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이고, 도통 달리고 달려도, 뒤돌아보면 출발점이 멀지 않다. 결국 정신적으로 지쳐서 포기하고 만다.
그중에서도 호흡, 즉 심장의 체력이 문제였다. 흔히들 달리는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곧잘 들을 수 있는 표현이 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호흡이 안정된 상태로 달릴 때랑, 심장이 마구 요동치는 상태로 달리는 것과 심리적으로 느끼는 피로감은 확연히 다르다. 헉헉 거리다 보면 더 지치고, 힘들다. 더 뛰기 싫다.
그래서 내가 달리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호흡이다.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종종 자주 언급하게 되는 운동이 필라테스다. 필라테스를 2년여 배우면서, 바른 동작과 몸의 움직임에 대해 배운 것이 참 많다. 특히 일산에 와서 좋은 센터에서, 좋은 강사들을 만나 운동을 배우면서 많은 것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호흡법도 그중 하나다.
정확히 말하면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호흡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사실, 어려서 운동을 꾸준히 배운 적이 없다 보니, 호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평소 운동할 때는 내쉬는 것에 더 신경을 썼었다. 들이마시고 호흡을 멈추는 것이 힘을 폭발적으로 쓰기 좋다는 생각이었다. 짧게 들이마시고, 호흡을 멈춰 힘쓰고, 깊게 내쉬는 패턴이었다. 달릴 때도 짧게 마시고, 길게 내쉬는 것을 더 중요시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래왔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배우고, 달리기를 하면서 자세를 고민하다 보면, 이유 없이 그냥 어려서부터 몸에 밴 동작들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마시는' 호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내 기억엔 아마 런지 자세를 할 때였다. 런지는 양 발을 앞뒤로 벌린 상태에서 양 무릎을 굽혀 뒷다리 무릎이 바닥에 닿기 전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운동이다. 특히 골반 및 앞다리 허벅지 근육에 주로 자극이 온다.
매트 위에 서서 런지를 하는데, 평소처럼 별생각 없이 짧게 들이마시면서 런지 자세를 했다. 필라테스 선생님이 동작을 하면서 호흡을 잊지 않게 큐잉을 주긴 하지만 근육에 자극이 강해지면서 호흡에 대한 생각을 잊기 쉽다. 즉, 몸이 힘들어지면 점점 생각이 없어진다. 횟수가 늘어나면서 무릎을 굽혀 하체가 내려갈 때, 허벅지 근육에 부하가 걸렸다. 길게 내뱉으며 다리는 펴서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찰나, 갑자기 두통이 왔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서, 동작을 멈추고 이후 스트레칭으로 운동을 바꿨다. 평소에도 웬만해서 두통이 없는데,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두통이 온 것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도 힘쓰면서 동작을 하다가 두통이 왔다.
왜일까? 하고 고민하다가, 문뜩 '혹시 몸의 에너지의 재료인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시는 호흡이 짧다 보니, 내가 소비하는 에너지양이 더 많고, 내 몸에 들어오는 산소가 적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전에 읽었던 운동과 인체 관련 책에서 호흡과 산소의 역할에서 본 듯한 기억이 났다.
그 후 호흡에 대한 인식을 '내쉬는 것'에서 '마시는 것'을 더 신경 쓰는 것으로 바꿨다. 근육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기를 깊게 그리고 많이 들이마시려고 하고 있다. 특히 근육에 자극이 세질수록 의식적으로 산소를 더 많이 마시고 있다. 그러고 나니 아무리 근육에 부하가 걸려도 두통이 온 일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