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에 대한 책을 보면 상체를 살짝 15도 정도 기울이는 것이 좋은 자세라고 소개된 것을 읽은 기억이 있다. 앞으로 살짝 쏠리는 느낌에 달리기가 더 편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상체를 곧추 세워 뛴다.
나도 평소 앉는 자세가 안 좋다 보니, 등을 똑바로 세워 지내는 시간이 적다. 다른 이야기지만 한참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내가 등을 펴서 세워서 지내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오히려 등이 구부정하게 굽어 있는 자세에 익숙해져 있었다. 필라테스는 운동 효과도 좋지만 더 큰 장점으로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바른 자세로 교정하는 효과도 있다. 평소 안 좋은 자세로 인해 근육이 정상적인 자세에서 많이 변형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꾸준한 운동과 근육 단련을 통해 이를 교정하는 효과가 크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바른 자세에 관심이 많아졌다.
달릴 때도 상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이면 등이 굽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양 어깨 날개뼈 하단부 사이의 척추뼈가 굽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달리면서 자세도 교정해봐야겠다 싶었다. 등이 굽은 것보다는 등(앞에 언급한 날깨뼈 하단부 사이의 척추뼈)을 곧추 세워 뛴다는 느낌으로 뛰었더니, 오히려 상체가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상체를 15도 정도 기울인다고 생각해서 달릴 때랑 상체를 곧추 세워 달릴 때랑 확실히 다리나 몸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달랐다. 상체를 기울이면 무게 중심이 앞에 쏠려 다리가 끌려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상체를 세우는 느낌으로 달리면 확실히 다리를 내딛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다 생각했지만, 등을 구부정하게 달린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리고 시선을 땅이 아닌 전방을 향하면 상체를 바로 세우기 한결 수월하다. 아무래도 땅을 보면 머리를 숙이게 되어 등이 굽은 채 달리게 된다.
발바닥이 땅에 접지되는 자세 역시 신경이 쓰인다. 평소 자세가 안 좋아서 그런지, 달리면서 무게 중심이 양 발 바깥쪽 발날 쪽으로 쏠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양 발 바깥쪽 발날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것이 느껴지며, 발바닥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 발 중앙으로 지면을 딛고, 엄지발가락을 비롯한 모든 발가락으로 지면을 미는 자세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최근에 러너스클럽을 방문해 걷는 자세를 측정하면서 오른발이 살짝 외회전 한다 해서 의식적으로 오른발 방향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이외에도 자잘하게 손은 달걀을 쥔 것처럼 주먹을 가볍게 쥔다. 손에 힘을 빼고 달리면 어느새 손을 털털 털면서 달리게 되어, 달리는 자세가 이쁘지가 않다.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발을 가볍게 쓸지가 고민이다. 호수공원을 달릴 때나,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달리면 내 발소리가 크게 느껴진다. 정말 발소리 안 나게 가볍게 달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만 혼자 쿵! 쿵! 쿵! 쿵! 달리는 것 같다. 남들에 비해 유난히 내가 달리는 러닝머신이 요란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발을 좀 더 가볍게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고민거리다.
사실 달리는 내내 위에서 설명했던 자세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달리는 자세에 집중하면서 달려도, 어느새 근처 풍경을 보거나, 호흡을 신경 쓰는 등 다른 생각을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최대한 내가 달리는 자세에 집중하고 신경을 쓰다 보면, 달리기의 지루함은 쉽게 잊고, '어느새 이 정도까지 왔지?'라며 놀라곤 한다.
물론 앞서 설명한 자세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닌, 달리다 보니 나한테 좀 더 편하고 맞는 자세를 찾으면서 받은 느낌을 설명한 것이다. 오늘도 나는 달리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티가 나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다른 여러 움직임을 시도해보고 있다.